세계 1위 자율주행 SW 기업 창업자들 "이제 車 전장은 SW" > IT/과학기사 | it/science

카사르 유니스 어플라이드인튜이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오른쪽과 피터 루드윅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 어플라이드인튜이션 제공

“중국의 부상으로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습니다.”

카사르 유니스 어플라이드인튜이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전 같았으면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의 부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發 관세 위기와 함께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은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SW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분야 세계 1위인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의 기업 가치는 60억달러약 9조원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의 전장戰場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으로 빠르게 옮겨가며 몸값이 치솟고 있다. 유니스 CEO가 2017년 피터 루드윅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설립한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은 인공지능AI 기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바탕으로 현실 같은 도로 상황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작한다.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20개 완성차 업체 중 18개 기업이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의 SW를 사용하고 있다.

두 공동창업자는 중국 기업들의 부상이 두 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첫 번째는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다. 다만 두 사람은 중국 기업들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 내세운 게 아니라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수준이 기존 업체들을 상당 부분 압도한다고 봤다. 유니스 CEO는 “‘MWC 2025’ 현장에서 본 자동차 중 객관적으로 가장 괜찮은 차는 샤오미였다”며 “한국·미국·일본·유럽 시장만 바라볼 게 아니라 중남미·동남아·중동 등 신흥 시장의 소비자들이 어떤 차를 더 선택할 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시장을 장악하던 업체들에게 중국의 위협은 100%”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과거와는 딴판이 된 중국 자동차 시장이다. 샤오미·지리·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키워나가면서다. 루드윅 CTO는 “중국 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건 옛날 이야기”라며 “중국 기업들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어플라이드인튜이션 제공

이들은 향후 자동차 시장의 패권은 SW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물리적인 제품이지만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니스 CEO는 “자동차의 품질이 최우선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고품질을 기대한다”며 “이제 전장은 어떻게 하면 고품질의 SW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을 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루드윅 CTO는 “최근 소비자들은 SW가 뛰어난 차량이라면 하드웨어의 일부 단점을 무시하는 경향도 나타난다”며 “테슬라도 그런 예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자율주행차 SW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였던 시장 규모는 2035년 70억달러약 10조1000억원로 4배 가까이 치솟을 전망이다. 유니스 CEO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면 SW를 직접 만드는 게 가능이야 하겠지만 개발에만 최소 5~10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 사이 시장 점유율을 잃는 건 한 순간이기 때문에 결국 SW 업체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기술은 방산 분야로도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은 지난달 류봉균 대표가 창업한 방산 AI 기업 에피사이를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외에도 항공·해운·우주 SW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니스 CEO는 “어플라이드인튜이션도 회사 설립 초기부터 방산 사업을 해왔는데 포트폴리오에서 빠진 부분이 있었다”며 “에피사이의 기술을 상업용과 국가 방위산업 모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드윅 CTO는 “에피사이의 사업 일부가 비닉대외비 사업인 만큼 세부 사항을 말할 수는 없지만 드론과 우주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사르 유니스 CEO./ 어플라이드인튜이션 제공

유니스 CEO는 자사의 시장 장악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라 자신했다. 시장 1위 업체로서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개별 도구에 각각 수억달러씩 투자해왔다”며 “웨이모, 테슬라를 포함해 이 정도의 투자를 해온 회사는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경쟁사들과 달리 우리는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정말 글로벌한 회사”라고 말했다. 실제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은 본사가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외에도 미국 플로리다주·미시간주·워싱턴DC, 한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모두 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전한 곳들이다.

그는 한국 자율주행차 시장의 미래를 밝게 봤다. 유니스 CEO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이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성을 굉장히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특히 현대차가 로보틱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선구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건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빠르게 깨달은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