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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개 별 컬러 분석…한·미 합작 3차원 우주지도 나온다[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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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3-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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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연구원·나사 공동개발… 우주 망원경 ‘스피어엑스’

전 영역의 102개파장 분리촬영

별의 밝기정보 통해 거리 측정

우주 전체 크기도 추산 가능해

광시야망원경·LVF 동시 탑재

빛 파장, 무지개처럼 촬영 가능

우주의 시작·은하의 생성 진화

태양계 외부 생명체 존재 연구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해 지도로 남기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대청댐 수몰지역 조사 중 발굴된 청동기 시대 고인돌 안에서 발견된 별자리를 새겨둔 석판은 한반도에도 선사시대부터 천문 관측과 기록 문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고구려 고분에서도 각종 별자리가 그려진 벽화가 발견됐고, 강화도에 위치한 고려 희종의 무덤에서도 천장에 그려진 별자리를 볼 수 있다. 조선 태조 때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천全天 천문도다.

전천 천문도는 말 그대로 하늘 전역에 보이는 별을 전부 기록한 지도라는 뜻이다. 그리고 전천 천문도를 제작하기 위한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발전한 과학기술에 따라 방식도 발전했을 뿐이다. 700여 년 전 사람이 언덕에 올라 맨눈으로 관찰하고 하나하나 그렸던 천문도는 이제 우주에 띄워 올린 눈으로 촬영해 제작된다.

◇‘하늘 전역’ 우주 지도 3D로 제작 = 한국천문연구원과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함께 개발한 우주 망원경 ‘스피어엑스’는 세계 최초로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 제작이라는 임무에 도전한다. 이른바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탐사 우주 망원경’이다.

적외선을 이용해 우주를 관측하는 스피어엑스는 하늘의 모든 영역을 102개 파장으로 분리해 촬영한다. 이는 천체의 분광 정보, 즉 프리즘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과 같은 스펙트럼을 얻어야만 별의 성질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별의 물질 구성·온도·밀도·크기·밝기 등 여러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별의 밝기 정보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은, 즉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는 뜻으로, 과학자들은 별의 파장을 분석해 거리를 측정한다. 우주가 팽창하며 별은 지구로부터 멀어진다. 이 과정에서 빛의 파장 역시 늘어지며 더 붉어지는데, 파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거리 역시 더 멀다는 뜻이다. 따라서 파장에 따른 빛의 밝기를 측정하기 위해선 스펙트럼을 측정하는 분광 관측이 필수적이다.

파장을 통해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은 곧 우주의 크기를 추산할 수 있다는 뜻과도 같다. 숲에 있는 모든 나무를 측정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면 전체 숲의 크기를 알 수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스피어엑스를 통해 약 10억 개 천체의 분광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구에서 바라보는 전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드는 것이 스피어엑스의 임무다.

◇광시야 관측과 분광 관측을 동시에 =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스피어엑스의 영상분광기술과 선형분광필터LVF다. 영상분광기술이란 넓은 영역을 관측하는 영상 관측과 분광 관측을 함께 수행하는 기술이다. 스피어엑스에는 넓은 영역을 관측하기 위한 20㎝ 구경의 광시야망원경과 LVF가 탑재돼 있다. LVF는 지난 2018년 12월 발사된 차세대소형위성 1호에 처음 적용됐던 필터로, 102개의 파장을 무지개처럼 선형으로 배치해 지나가면서 촬영할 수 있는 장비다. 만약 LVF가 없었다면 102개 색상의 필터를 전부 탑재해 촬영할 때마다 교체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파장대를 넓은 선형으로 연달아 배치하고 조금씩 움직이면서 촬영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전천 3차원 우주지도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역시 적외선을 이용해 우주를 관측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도 현재 걸출한 성능을 선보이며 임무를 수행 중이지만, 스피어엑스와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JWST는 우주의 좁은 영역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관측하는 데 특화돼 있다.

◇우주 기원·은하생성·외계생명체 연구 = 나사와 천문연은 스피어엑스를 통해 우주의 시작, 은하의 생성 및 진화 과정, 태양계 외부의 생명체 존재 여부 등 3가지 핵심 과제를 연구할 예정이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 이론에서 미지수인 부분은 빅뱅 이후 10-32초라는 아주 짧은 사이 일어난 급팽창인플레이션의 원인이다. 스피어엑스는 스펙트럼을 통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는데, 여기에 넓은 시야각을 활용하면 빅뱅 이후 5억 년 시점에 탄생한 초기 은하까지의 거리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각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3차원 우주 지도를 완성하면 여러 은하의 분포와 특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우주 형성 단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통계적 분석이 가능해진다. 또 스피어엑스는 우리은하 곳곳의 성간물질에 있는 얼음 성분을 분석, 태양계 밖에 물이 있는 행성이나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런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피어엑스가 광범위한 관측으로 실마리를 찾으면 JWST는 그 중 특정 목표를 집중적으로 관측해 심층 연구를 진행하는 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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