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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유저들 다 떠날라…"그 손가락 안 돼" 논란 피하려는 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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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4-09-2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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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지난해 메갈 손가락 사태 이후 원화 및 애니메이션 검수 작업 강화
게임 주로 이용하고 과금하는 남성 유저들의 눈치 보는 구조
게임사 내부에서도 지나친 자기검열이라는 불만 나오지만 지침은 여전할 전망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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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가지런히 펼친 채 총을 쥐고 있는 퍼스트 디센던트 캐릭터. /사진=넥슨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홍보 영상이나 일러스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손을 활짝 펴고 있거나, 주먹을 굳세게 쥐고 있다. 손가락을 일부만 편다거나, 집게손가락으로 살포시 물건을 잡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지난해 게임업계를 강타했던 메갈 손가락 사태 이후의 추세다. 일부 게임 영상과 원화 곳곳에 남성 혐오를 뜻하는 집게 손가락이 삽입돼 있다는 주장이 퍼지며 게임사에 대한 항의와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속한 자기 검열에 나선 데는 남성 중심으로 자리 잡은 과금 유저유료 이용자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남자가 더 많은 돈 쓰는 국내 게임시장


국내 게임업계의 통설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보다 많이 게임을 하고, 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전국 PC방 방문자의 성별 비율은 주중 남성 83.9%, 주말 남성 83.0%로 다섯명 중 네명 이상이 남성이었다.

PC게임 이용률도 남성51.1%이 여성25.1%에 비해 높다. 비교적 격차가 작은 모바일게임 이용률도 남성57.8%과 여성48.5% 간 차이가 나타난다.


게임사들이 더 민감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과금 성향이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RPG역할수행게임, 스포츠, 슈팅 장르를 주로 선호한다. 과금을 많이 하는 장르들이다. 반면 여성들은 시뮬레이션, 레이싱, 카지노, 퍼즐amp;매치 등 비교적 적게 과금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게임사들의 주된 수입원인 확률형 아이템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2022년 6월 이후 1년간 확률형 아이템 과금 성향을 따져보면 PC게임의 경우 남성 평균 지출18만756원이 여성 평균 지출12만8968원보다 많았다. 모바일 게임 확률형 아이템은 남성 14만5389원, 여성 9만3379원의 평균치를 보였다.


남성 고객들 손 들어준 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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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연파이터 1주년 PV. /사진=유튜브 캡처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게임 소비시장에서 집게 손가락이 불러온 역풍은 상당했다. 주요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사를 먹여살리는 남성 유저들을 기만했다"며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가뜩이나 남녀 갈등이 심각해진 온라인 커뮤니티의 날선 반응들이 오프라인으로 넘어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게임사들로서는 남성 고객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부 게임사 내부에서는 이 같은 손가락 색출 작업을 두고 지나친 자기검열이라는 비판도 나왔으나 매출이라는 절대 과제 앞에서 이 같은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메갈 아니다" 해명에도...일감 끊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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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김상진 스튜디오 뿌리 총감독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해당 영상은 게임사가 시안의 형태로 뿌리에 전달한 콘텐츠 중 일부로, 논란을 빚었던 집게 손가락이 포함돼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손가락 논란의 중심에는 여러 게임의 원화 작업을 맡았던 스튜디오 뿌리가 있었다. 논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넥슨과 넥슨게임즈, 네오플, 스마일게이트 등 여러 기업들의 원화작업을 수년간 맡아오며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 받던 업체였다.

논란이 퍼진 뒤 스튜디오 뿌리 역시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후 김상진 총감독이 나서서 독자간담회를 열고 1시간30분 동안 성실한 질의 응답을 이어갔다. 뿌리 측은 집게손으로 보이는 모양이 메갈에서 비롯된 혐오표현이 아니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프레임 단위로 애니메이션을 쪼개가며 설명했다. 이를 위해 원청 게임업체의 레퍼런스와 뿌리의 원화를 대조해가며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한번 금이 간 게임 이용자들의 신뢰는 돌아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메갈 손가락을 빌미로 시작된 논란은 "스튜디오 뿌리가 메갈과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으로 와전되며 게임이용자들이 여전히 적대감을 갖게 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게임사들은 뿌리에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과거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에픽세븐, 블루아카이브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꽉 채워졌던 뿌리의 포트폴리오는 급격히 초라해졌다. 올해는 넷마블의 나혼자만 레벨업 영상이 거의 유일한 작업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중심에 서기 꺼려하는 게임사들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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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의 애니메이션 홍보영상/ 사진=넥슨
캐릭터의 손 모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임사들의 지침 때문에, 내부에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검수 작업에 드는 수고로움에 더해, 게임 영상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집게 손가락 자체만을 공격하는 게 오히려 여성 혐오에 동조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게임사들의 정책은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종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집게 손가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게임사들의 자기 검열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치·이념 집단이 아닌 이상 사회적 논란에 휘말리기 싫은 게 모든 기업들의 공통된 입장일 것"이라며 "특히 남성 유저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는 손가락 논란을 피하려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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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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