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 극비 협상설…미국 정부가 그린 빅픽처는? [AI칩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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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mp;칩 워 - 3] 인텔 파운드리 합작설의 진실
미국 정부가 인텔과 TSMC간 합작 반도체 생산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TSMC의 극자외선EUV 기반 초미세 공정을 인텔에 이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팹Fab 21’ 확장 프로젝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을 벌이는 두 기업이 어떻게 공동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만든다는 것일까요.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드Baird의 애널리스트 트리스탄 게라는 TSMC와 인텔이 합작 생산 법인을 설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그는 아시아 공급망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인텔과 TSM 간 협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TSMC가 엔지니어를 인텔의 3nm나노미터·2nm 공장에 파견해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엉클 샘’한테 인텔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은 아닙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미국의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를 지키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미국 반도체 산업을 이끈 기업으로, 현대 컴퓨터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데스크톱, 노트북,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하며, 실리콘밸리 반도체 혁신의 중심에 있었는데요. 매우 짧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968년 7월 18일.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 출신의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와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실리콘밸리에서 인텔이라는 기업을 창업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텔은 창립 이후 ‘종합 반도체 제조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모델’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설계도 생산도 다 한다는 뜻입니다. 창업 초기에는 메모리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더해 프로세서 설계도 했습니다. 1971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Intel 4004’를 개발했고요. 인텔 ‘8086 아키텍처’라는 PC 시장 표준 칩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인텔의 주축은 메모리 반도체MOS·DRAM였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 반도체 기업인 NEC와 도시바 등이 부상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인텔 CEO인 앤디 그로브는 1985년 공식적으로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고 CPU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인텔 역사가 그렇듯, 완전 포기란 없습니다. 2005년에는 마이크론과 합작해 IMFT를 설립하고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경쟁력은 더욱 하락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게 됩니다.
설계가 있으면, 생산이 있습니다. 인텔은 1980년대부터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한 뒤 미국,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다양한 지역에 걸쳐 있는 반도체 공장을 통해 생산했습니다. 생산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파운드리 모델을 채택한 것은 2010년대 중반입니다. TSMC와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 기술을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인데요. 인텔은 2014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ICF·Intel Custom Foundry’를 설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텔의 10nm 공정 개발이 지연되면서, 고객사 확보에 실패했고 2018년 ICF는 사실상 폐지됩니다.
하지만 팻 겔싱어 CEO가 2021년 취임하면서 다시 파운드리 사업 카드를 꺼내 듭니다. ‘IDM 2.0’을 발표한 것인데요. 기존의 x86 CPU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Arm·RISC-V 기반 반도체도 생산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도로 된 첨단 칩 시설이 없었던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인텔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보조금 규모만 보더라도 인텔의 미국 내 위상을 단숨에 알 수 있습니다. 인텔 78억6500억달러, TSMC 66억 달러, 마이크론 61억6500만 달러, 삼성전자 47억4500만달러 순입니다.
하지만 인텔로서 파운드리는 돈 먹는 하마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설은 지었지만 기술력과 고객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적자만 약 7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또 미세공정10nm 이하에서 TSMC나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이 뒤처지면서,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이 대부분 TSMC를 선택하면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 됩니다.
2025년까지 18A1.8nm 공정을 도입해 TSMC와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이유는 크게 기술력이 부족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고객사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2016년 10nm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2019년까지 출시를 미루면서 신뢰를 잃은 바 있습니다. 당시 사태로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고객사들이 TSMC로 위탁 생산처를 변경합니다.
또 파운드리 고객은 팹리스 기업입니다. 하지만 AMD는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고 있고 엔비디아는 AI 및 G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퀄컴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인텔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나, 삼성전자와 TSMC에 이미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굳이 인텔과 협력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인텔은 이미 광범위한 생산시설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발을 빼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이를 알려면 인텔의 공정명을 먼저 이해해야합니다. 인텔은 10nm 공정을 ‘인텔7’, 7nm 공정을 ‘인텔4’ , 5nm 공정을 ‘인텔3’, 2nm 공정을 인텔 ‘20A’, 1.8nm 공정을 ‘인텔18A’로 명명합니다. 공정명이 다른 기업과 달라, 이해가 간편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18A는 본격적으로 TSMC와 삼성과 경쟁을 벌일 공정 로드맵으로 알려졌습니다. 첨단 공정 시설은 주로 미국에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메가 팹을 짓고 있는데요. 18A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인텔의 가장 중요한 생산기지인 애리조나 오코틸로 캠퍼스Ocotillo Campus에는 팹Fab 12, Fab 22, Fab 32, Fab 42, Fab 52, Fab 62 등 총 6개 시설이 있습니다. 이들 시설은 인텔 10, 인텔 7, 인텔 4, 인텔 3 진행 중가 적용된 상태입니다. 또 뉴멕시코주 리오 랜초에는 인텔 7, 인텔 4 적용 시설이 있습니다. 주로 패키징 라인들입니다.
유럽에도 시설이 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 리익슬립에는 인텔 4, 인텔 3을 적용한 팹Fab 24, Fab 34가 있고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도 인텔 18A를 적용할 신설 공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이스라엘 키랴트 갓에는 인텔 7, 인텔 4 Fab 28, 인텔 18A Fab 38이 존재합니다. 이밖에 중국 청두, 말레이시아 페낭·꿀림에 패키징 테스트 설비가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규모 적자에 허덕인 인텔이 작년 10월 삼성전자에 모종의 제안을 해옵니다. 매일경제 기사 2024년 10월22일자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만나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인텔과 삼성의 ‘파운드리 동맹’설입니다. 만약 성사될 경우 △ 공정 기술 교류 △ 생산 설비 공유 △ 연구개발Ramp;D 협업 등에서 포괄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팻 겔싱어 CEO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나면서 삼성전자-인텔 동맹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현재는 데이빗 진스너 CFO와 미셸 존스턴 홀타우스 인텔 프로덕트 그룹 CEO가 공동으로 임시 CEO를 맡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5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톰 콜필드 CEO 후보로 부상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TSMC와 합작 법인설부터, 글로벌파운드리 CEO 영입설까지 다양한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뜻일까요. 아직 이사진과 경영진이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텔의 대주주는 주로 금융권입니다. 상위 3대 기관 투자자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전체 지분의 22%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UBS,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가 있습니다. 특히 블랙록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미국 정부와 대형 기관투자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곳입니다. 1년간 주가가 44% 하락한 것을 견딜만한 주주는 없습니다.
현재 TSMC와 생산법인 합작설이 도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하지만 합작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실제 가동을 하는데 까지는 산 넘어 산입니다. 반도체 제조사는 특정 공정에 최적화된 장비와 기술을 활용하는데요. TSMC와 인텔의 생산 방식이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인텔의 3nm 공정은 이미 양산에 돌입했고, 18A 공정도 몇 달 내로 대량 생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때문에 TSMC의 반도체 공정을 미국 내 인텔 공장으로 이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시각입니다. 이미 완성한 집을 다시 헐고 짓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주들의 희망사항일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은 같은 3nm라고 하더라도 길은 무수히 많습니다. 두 회사가 같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공장마다 다른 장비 설정과 프로세스가 적용되는데요. 특히 네덜란드 ASML의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제조사마다 맞춤형 보정 및 추가 모듈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각, 증착, 온도 제어, 가스 흐름 등 미세한 차이에도 공정 결과가 달라집니다.
화학물질 역시 중요합니다. 반도체 생산에는 철저한 순도를 요구하는 특수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데요. 인텔과 TSMC는 각자 다른 공급업체에서 화학 약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공정이 다르면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불량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 큰 문제점은 사업적 측면에서도 인텔과 TSMC의 협력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합작사를 운영할 경우 TSMC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고,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객도 더 많고 기술력도 더 큰 TSMC가 인텔고 손을 잡을 이유는 없습니다.
만약 TSMC가 인텔과 협력해야 한다면, 그 유일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입니다. 하지만 TSMC 입장에서는 미국 공장을 더 크게 확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 “재료만 100만원”...정용진 회장도 집에 초대해 식사 대접한다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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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mp;칩 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을 놓고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칩 워Chip War’를 파헤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소식을 독자분들이 알기 쉽게 분석해 드리는 심층 분석 연재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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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인텔과 TSMC간 합작 반도체 생산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TSMC의 극자외선EUV 기반 초미세 공정을 인텔에 이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팹Fab 21’ 확장 프로젝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을 벌이는 두 기업이 어떻게 공동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을 만든다는 것일까요.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드Baird의 애널리스트 트리스탄 게라는 TSMC와 인텔이 합작 생산 법인을 설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그는 아시아 공급망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인텔과 TSM 간 협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TSMC가 엔지니어를 인텔의 3nm나노미터·2nm 공장에 파견해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 ‘인텔’

‘엉클 샘’한테 인텔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은 아닙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미국의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를 지키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미국 반도체 산업을 이끈 기업으로, 현대 컴퓨터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데스크톱, 노트북,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하며, 실리콘밸리 반도체 혁신의 중심에 있었는데요. 매우 짧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968년 7월 18일.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 출신의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와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실리콘밸리에서 인텔이라는 기업을 창업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텔은 창립 이후 ‘종합 반도체 제조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모델’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설계도 생산도 다 한다는 뜻입니다. 창업 초기에는 메모리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더해 프로세서 설계도 했습니다. 1971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Intel 4004’를 개발했고요. 인텔 ‘8086 아키텍처’라는 PC 시장 표준 칩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인텔의 주축은 메모리 반도체MOS·DRAM였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 반도체 기업인 NEC와 도시바 등이 부상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인텔 CEO인 앤디 그로브는 1985년 공식적으로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고 CPU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인텔 역사가 그렇듯, 완전 포기란 없습니다. 2005년에는 마이크론과 합작해 IMFT를 설립하고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경쟁력은 더욱 하락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게 됩니다.
인텔 파운드리 진출의 반복된 역사

설계가 있으면, 생산이 있습니다. 인텔은 1980년대부터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한 뒤 미국,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다양한 지역에 걸쳐 있는 반도체 공장을 통해 생산했습니다. 생산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파운드리 모델을 채택한 것은 2010년대 중반입니다. TSMC와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 기술을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인데요. 인텔은 2014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ICF·Intel Custom Foundry’를 설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텔의 10nm 공정 개발이 지연되면서, 고객사 확보에 실패했고 2018년 ICF는 사실상 폐지됩니다.
하지만 팻 겔싱어 CEO가 2021년 취임하면서 다시 파운드리 사업 카드를 꺼내 듭니다. ‘IDM 2.0’을 발표한 것인데요. 기존의 x86 CPU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Arm·RISC-V 기반 반도체도 생산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도로 된 첨단 칩 시설이 없었던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인텔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보조금 규모만 보더라도 인텔의 미국 내 위상을 단숨에 알 수 있습니다. 인텔 78억6500억달러, TSMC 66억 달러, 마이크론 61억6500만 달러, 삼성전자 47억4500만달러 순입니다.
하지만 인텔로서 파운드리는 돈 먹는 하마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설은 지었지만 기술력과 고객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적자만 약 7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또 미세공정10nm 이하에서 TSMC나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이 뒤처지면서,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이 대부분 TSMC를 선택하면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 됩니다.
인텔 파운드리의 두가지 문제점

2025년까지 18A1.8nm 공정을 도입해 TSMC와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이유는 크게 기술력이 부족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고객사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2016년 10nm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2019년까지 출시를 미루면서 신뢰를 잃은 바 있습니다. 당시 사태로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고객사들이 TSMC로 위탁 생산처를 변경합니다.
또 파운드리 고객은 팹리스 기업입니다. 하지만 AMD는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고 있고 엔비디아는 AI 및 G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퀄컴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인텔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나, 삼성전자와 TSMC에 이미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굳이 인텔과 협력할 이유가 없습니다.
“2025년까지 1.8나노미터 공정 도입”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인텔은 이미 광범위한 생산시설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발을 빼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이를 알려면 인텔의 공정명을 먼저 이해해야합니다. 인텔은 10nm 공정을 ‘인텔7’, 7nm 공정을 ‘인텔4’ , 5nm 공정을 ‘인텔3’, 2nm 공정을 인텔 ‘20A’, 1.8nm 공정을 ‘인텔18A’로 명명합니다. 공정명이 다른 기업과 달라, 이해가 간편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18A는 본격적으로 TSMC와 삼성과 경쟁을 벌일 공정 로드맵으로 알려졌습니다. 첨단 공정 시설은 주로 미국에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메가 팹을 짓고 있는데요. 18A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인텔의 가장 중요한 생산기지인 애리조나 오코틸로 캠퍼스Ocotillo Campus에는 팹Fab 12, Fab 22, Fab 32, Fab 42, Fab 52, Fab 62 등 총 6개 시설이 있습니다. 이들 시설은 인텔 10, 인텔 7, 인텔 4, 인텔 3 진행 중가 적용된 상태입니다. 또 뉴멕시코주 리오 랜초에는 인텔 7, 인텔 4 적용 시설이 있습니다. 주로 패키징 라인들입니다.
유럽에도 시설이 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 리익슬립에는 인텔 4, 인텔 3을 적용한 팹Fab 24, Fab 34가 있고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도 인텔 18A를 적용할 신설 공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이스라엘 키랴트 갓에는 인텔 7, 인텔 4 Fab 28, 인텔 18A Fab 38이 존재합니다. 이밖에 중국 청두, 말레이시아 페낭·꿀림에 패키징 테스트 설비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제안한 ‘생산 동맹’

그러던 어느날. 대규모 적자에 허덕인 인텔이 작년 10월 삼성전자에 모종의 제안을 해옵니다. 매일경제 기사 2024년 10월22일자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만나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인텔과 삼성의 ‘파운드리 동맹’설입니다. 만약 성사될 경우 △ 공정 기술 교류 △ 생산 설비 공유 △ 연구개발Ramp;D 협업 등에서 포괄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팻 겔싱어 CEO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나면서 삼성전자-인텔 동맹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현재는 데이빗 진스너 CFO와 미셸 존스턴 홀타우스 인텔 프로덕트 그룹 CEO가 공동으로 임시 CEO를 맡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5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톰 콜필드 CEO 후보로 부상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TSMC와 합작 법인설부터, 글로벌파운드리 CEO 영입설까지 다양한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뜻일까요. 아직 이사진과 경영진이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텔의 대주주는 주로 금융권입니다. 상위 3대 기관 투자자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전체 지분의 22%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UBS,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주요 주주 명단에 올라가 있습니다. 특히 블랙록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미국 정부와 대형 기관투자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곳입니다. 1년간 주가가 44% 하락한 것을 견딜만한 주주는 없습니다.
TSMC, 합작법인 성사되더라도 ‘산 넘어 산’

현재 TSMC와 생산법인 합작설이 도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하지만 합작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실제 가동을 하는데 까지는 산 넘어 산입니다. 반도체 제조사는 특정 공정에 최적화된 장비와 기술을 활용하는데요. TSMC와 인텔의 생산 방식이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인텔의 3nm 공정은 이미 양산에 돌입했고, 18A 공정도 몇 달 내로 대량 생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때문에 TSMC의 반도체 공정을 미국 내 인텔 공장으로 이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시각입니다. 이미 완성한 집을 다시 헐고 짓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주들의 희망사항일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은 같은 3nm라고 하더라도 길은 무수히 많습니다. 두 회사가 같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공장마다 다른 장비 설정과 프로세스가 적용되는데요. 특히 네덜란드 ASML의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제조사마다 맞춤형 보정 및 추가 모듈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각, 증착, 온도 제어, 가스 흐름 등 미세한 차이에도 공정 결과가 달라집니다.
TSMC 인텔과 협력할까...한다면 그 이유는 하나

화학물질 역시 중요합니다. 반도체 생산에는 철저한 순도를 요구하는 특수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데요. 인텔과 TSMC는 각자 다른 공급업체에서 화학 약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공정이 다르면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불량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 큰 문제점은 사업적 측면에서도 인텔과 TSMC의 협력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합작사를 운영할 경우 TSMC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고,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객도 더 많고 기술력도 더 큰 TSMC가 인텔고 손을 잡을 이유는 없습니다.
만약 TSMC가 인텔과 협력해야 한다면, 그 유일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입니다. 하지만 TSMC 입장에서는 미국 공장을 더 크게 확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 “재료만 100만원”...정용진 회장도 집에 초대해 식사 대접한다는 ‘이 남자’
▶ [속보] 부산 반얀트리 신축공사장 화재…“6명 중 4명 사망”
▶ “1조원 비트코인 실수로 버렸다” 10년째 쓰레기장 살피다 결국
▶ 오늘의 운세 2025년 2월 14일 金음력 1월 17일
▶ 1인당 25만원 소비쿠폰...민주당이 내놓은 ‘35조 슈퍼추경안’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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