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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의료] 의정 갈등이 발목 잡은 2024년…내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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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4-12-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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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의대 증원으로 또 갈등 예상
韓 의학계 논문 급감… “질 저하도 우려”
의료 마비에 亞 임상 허브 역할도 위기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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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년 만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시작된 의정 갈등은 올해 의료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정부가 ‘의대생 연간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집단 이탈했고,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며 정부에 맞섰다. 비상계엄 사태로 현재 모든 논의가 동력을 잃은 만큼, 의정 갈등은 해를 넘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2025년부터 속속 드러날 의정 갈등 여파다. 의대와 병원에서 교수와 전공의들이 함께 진행해 온 의학 연구 논문 수가 벌써 줄어들고 있어, 내년에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의료계는 연구 역량 감소와 병원의 신규 입원 제한으로 전 세계 임상시험을 선도해온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①의정 갈등, 내년에도 계속


의료계는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5월 대학별 교육 여건에 맞춰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확정해 입시를 진행했다. 각 대학은 당장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정시로 이월되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을 확정해 최종 발표한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증원 등 갈등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 증원 등 갈등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한 국회 토론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교육부가 “천재지변이 아니면 모집 정원을 바꾸긴 어렵다”고 못 박은 만큼, 의료계 요구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데 모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2025학년도 증원을 강행한다면 2026학년도 모집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의 집단 이탈 여파는 병원에 남은 의료진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밤샘 당직, 입원 환자 진료 등 전공의의 업무를 의대 교수들이 떠안으면서 진료와 수술이 일제히 줄었고, 한때 주요 병원 병상 가동률은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②연구 실적도↓…”의학 수준 퇴보할라”

또 하나 떨어진 게 있다. 의사들의 연구 실적이다. 의정 갈등 이전에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나 수술이 없을 때 주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제 여력이 없다고 의료계는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의료 공백이 이어지면서 격무에 대응하느라, 내년 연구계획 수립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국내 의학계의 대표적인 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는 올 한 해 약 900편대의 논문을 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813편보다 200편 이상 줄어든 것이다. 또한 연말까지 게재될 예상 논문 수는 305편으로 지난해408편보다 100편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약 25.2% 줄어든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의학 논문은 주로 새 치료법이나 의약품의 효과 등을 다룬다. 이러한 연구 실적은 해당 국가의 의학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로 꼽힌다. 연구가 중단되고 논문 수가 급감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학 수준이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진홍 JKMS 편집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연구 논문 한 편을 쓰는 데 최소 1년이 걸리는데, 올해 내내 의대 교수들이 연구할 여력이 없었으니 내년, 내후년에 갑자기 제로0가 될까봐 걱정된다”며 “제출되는 논문 수가 떨어지면, 게재 기준이 점점 내려가 결국엔 학회지의 질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KMS는 그나마 대표 학술지라 논문 수 감소 폭이 20%대에 그쳤지만, 다른 곳들은 피해가 컸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내과학회의 올해 추계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 초록 수는 101개로 지난해 학술대회748개보다 86.5% 급감했다.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 논문 초록 수는 지난해 527개에서 올해 267개로 절반이 줄었고, 같은 기간 대한산부인과학회 45.4% 감소했다.

③韓 패싱 위기…임상시험 허브 역할도 끝?

한국은 임상시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가 집중돼 임상시험을 하기에 최적인 환경이다. 환자 등록부터 임상시험까지 진행 과정이 빠르고, 데이터 품질이 높아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할 때 필수적으로 찾는 임상시험 허브 역할을 한다.

2023년 전 세계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2023년 전 세계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 국가 순위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의약품 임상시험 4위로, 전년도 공동 5위였던 호주를 제치고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위상도 의정 갈등과 의료대란으로 점차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진홍 편집장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에 이어 우리가 2위로 글로벌 임상시험을 선도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배제될 위험이 있다”며 “결국 의료계뿐 아니라 한국 과학계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마다 신규 입원을 제한하고 연구 인력도 준 만큼, 의정 갈등이 국내 임상시험 역량에 대한 해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항암 신약 개발 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다국적 임상시험을 계획하면서 한국을 취소하고 싱가포르를 넣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결정에는 최근 국내 의료 상황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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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현아 기자 y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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