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에 키스, 날숨에 이혼" 넷플보다 비싼 100초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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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트 앞다퉈 ‘숏폼 드라마 도전장’ 왜
■ 경제
‘숏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동동당당’하는 음악 깔아놓은 15초짜리 댄스 챌린지 또는 결말이 예상되는 상황 연출 개그. 만약 여기서 생각이 멈췄다면 당신은 트렌드에 한발 뒤처진 것일 수도. ‘숏폼 드라마’가 전 세계 콘텐트 플랫폼 업계를 강타하고 있어서다. 2년여 전 중국서 처음 시작된 숏폼 드라마. K 막장 드라마도 울고 갈 초고속 전개와 폭발하는 도파민을 바탕으로 이미 중국과 미국에서 대세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올 들어선 국내에도 속속 플레이어들이 등장. 도대체 무슨 매력 있길래? 이게 어떻게 돈이 되는 거지? ‘상품’과 ‘작품’ 사이, 막장 뒤에 숨겨진 숏폼 드라마 비즈니스의 세계로 레츠 고.
그래픽=김호준
#한다혜의 직업은 ‘불륜녀 퇴치사’. 재벌그룹 딸 유수연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쥔 남편 차성재 회장에게 접근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200억원에 이를 수락1화. 한다혜는 비서를 뽑는 차성재에게 접근해 위장취업한다. 한 달 넘게 차성재가 빈틈을 보이지 않자 야외 수영장에서 ‘한 방’을 노린다. 차성재 눈 앞에서 어깨에 두른 비치타월을 벗어 비키니를 노출하는데2화. 한다혜는 다가온 차성재를 붙잡고 발을 삐끗한 척 함께 물에 빠진다. 풀장 안에서 서로를 감싸안은 두 사람. 한다혜가 차성재에 입을 맞추고 몸을 쓰다듬으며 “회장님의 마음을 저한테 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차성재는 돌연 그녀를 물 속으로 짓눌러 넣는데3화….
신재민 기자
‘불륜 퇴치사의 개미지옥’엔 무료 제공 9화까지 불륜청부·음모·과거사·폭력·복수 등 자극적 소재가 동시다발로 터져나온다. 몰입감이 고조된 10화부터 회차 당 60골드약 420원를 결제해야 볼 수 있다. 77화짜리 이 작품을 완주하는데 드는 총 비용은 2만 8560원. 한달에 콘텐트 수만개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스탠다드 월 1만3500원, 디즈니플러스스탠다드 월 9900원 구독료와 비교하면 많이 비싸다. 그런데 한 작품에 드는 제작비는 많아야 1억~2억원 수준. 아직 태동기인 국내 숏드라마 업계가 유독 ROI투자 대비 수익률를 강조하며 이 사업 ‘돈 된다’고 확신하는 이유다.
올 상반기 글로벌 숏드라마 앱 누적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배에 달하는 7억달러약 9790억원를 돌파센서타워했다. 주요 시장은 미국이다. 릴숏69%·드라마박스57% 등 중국 앱들은 이미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뽑아내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북미 지역 톱3 숏드라마 앱의 일일 매출은 300만 달러약 42억원를 넘겼다. 같은 시기 유튜브 일일 매출450만 달러의 3분의 2 수준이다.
신재민 기자
숏드라마, 대체 어떻게 만들까. 시청자가 떠나지 않고, 지갑을 계속 열게 하는 비결은 뭘까.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는 지난 8월 말 제작사·배급사 등 업계 관계자들만 초대한 비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글루는 숏드라마 결제 공식으로 도파민·대본·연출법 등 3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시선을 끌기 위해 “클릭을 부르는 비주얼과 컨셉, 유료 결제를 부추기는 장면들의 향연이 필요하다” 했고, 대본에 대해선 “‘티키타카’로 꽉 채워서, 빠른 호흡으로 스토리가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는 “쉽게 말해 스토리 자체가 ‘들숨에 키스하고 날숨에 이혼’하는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숏드라마를 접한 사람은, 한때 유행했던 ‘웹 드라마’를 떠올리기 쉽다. 두 장르 모두 제작해 본 연두컴퍼니 한정수 대표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그는 “웹 드라마가 100분짜리 스토리를 10분씩 쪼개 10개로 만든 거라면, 숏드라마는 500분짜리 스토리를 100분으로 압축한 다음 2분씩 쪼개 50개로 만든 거라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숏드라마는 형식적으로 웹툰, 본질적으로 미니게임에 가깝다. 자극적 소재, 불친절한 전개, 독백과 대사, 위로 넘기기, 건당 결제 등 연출·형식적 특징이 웹툰과 거의 일치하며, 생각할 틈도 안 주고 반전·급전개 스토리를 던져 시청자가 따라오게 만든다는 측면에선 미니게임과 유사하다는 것.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순간순간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 맞춰 ‘즉석 재미’를 제공하며 수시로 과금하겠다는 건 미니게임의 비즈니스모델BM”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정체기인, 국내 콘텐트 회사도 숏드라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내년에는 줄잡아 10개 안팎의 숏드라마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일 전망. 지난 3월 게임사 네오리진이 자회사를 통해 처음으로 ‘탑릴스’를 출시한 이후, 스푼랩스의 비글루7월, 코드크레용의 쇼타임9월, 왓챠의 숏챠9월, 띵스플로우의 스토리릴스10월 등이 나왔다.소셜커머스 올웨이즈도 앱 내 ‘숏 드라마’ 탭을 만들어5월 서비스하고 있다. 디앤씨미디어는 이달 펄스픽을 출시할 예정이고, 리디도 이곳저곳에 숏드라마 제작을 의뢰해 둔 상태. 숲구 아프리카TV 역시 시장 진출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 비글루 운영사 스푼랩스는 크래프톤으로부터 올해 1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게임사부터 팟캐스트 제작사 등 다양한 배경 회사들이 이 비즈니스에 뛰어든건 본업에서 키운 경쟁력 접목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 송지연 탑릴스 콘텐츠본부장은 “숏드라마 마케팅 방식은 소셜미디어SNS에 다량의 광고를 뿌려 사용자를 유인하는 미니 게임 마케팅과 닮았다”며 “우리도 모회사인 게임사 네오리진의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 팀이 탑릴스에 넘어가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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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권유진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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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권유진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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