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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벌려다 사달났다" 통신사 번호 개통 믿었는데…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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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08-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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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차민주·박세정 기자] #. 두 달 전 교통사고로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A24씨. 돈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 중 ‘선불유심 내구제 대출’에 대해 알게 됐다. 내구제 대출은 ‘내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통신 관련 불법사금융을 의미한다. 선불유심 내구제 대출은 본인의 명의로 통신 회선을 개통한 뒤, 이를 업체에게 빌려주고 현금을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진행하자’는 업체의 말을 따라 신분증, 공인인증서, 가입신청서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개통한 회선은 2개. 한 회선 당 10만원의 값을 쳐 총 20만원을 받았다. A씨가 회선의 사용처를 물었더니 ‘게임 계정에 활용되고, 30일 뒤 정지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후 A씨는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업체가 A씨 명의의 유심을 대출 사기에 악용한 것이다. 피해자가 450만원을 손해를 봐 명의자인 A씨가 경찰에 출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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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휴대폰 판매점. [연합뉴스]

통신 관련 불법사금융인 내구제 대출이 대리점·판매점에서 텔레그램으로 둥지를 옮겨 횡행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 대출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소액이 필요한 젊은층이 쉽게 노출돼 피해를 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동일한 명의로 개통할 수 있는 회선 수를 제한하는 등 정책을 강화했으나,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통 보안’ 메신저로 불리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면서 관리도 더욱 어려워졌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A씨 사례와 같이 내구제 업체가 소액·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통신 회선을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직접 텔레그램에 접속해 본 결과, 20개 가량의 업체들이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내구제 대출 광고를 전송하고 있었다. 이중 한 업체에게 직접 연락해보니, 불과 10분 만에 대출 안내가 완료됐다. 이어 신분증 사진을 보내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앞서 정부는 통신 회선이 불법사금융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80일 이내 개통할 수 있는 회선을 3개로 제한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기자가 업체에 구매 가능한 회선 개수를 문의해보니 “개수는 3회선으로 제한돼 있지만 15일 뒤 3회선을 새로 신청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5회선을 구입할 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되게 해드리겠다’고 답했다. 3개 회선을 개통한 후, 15일 뒤 이를 해지 시키고 곧바로 3개 회선을 개통하는 식으로 회선을 늘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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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로이터]

지난 7월 정부는 개통한 번호가 대포폰으로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다회선 가입 제한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80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 수도 연간 36회선에서 6회선으로 축소했다. 또 내국인은 180일 이내 개통 회선을 3개로 제한하는 방안을 적용했다. 하지만 실제 음지에선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내에서 대출 상담이 이뤄져,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에 통신사와 정부가 담합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 이사장은 “통신사와 대리점 직원들이 내부 불법 거래를 모두 알면서 조치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내구제 용도 번호 개통도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제재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과방위, 방통위 등 정부 부처가 협업해 예방 매뉴얼을 만들고 통신사에 제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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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게티이미지뱅크]

통신사들은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은행은 통장을 개설할 때 거래 목적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있으나 통신사는 현재까지 그런 건 없다”며 “캠페인 등으로 소비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계약 시 이상이 있을 때 재차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KT 관계자도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공지 및 캠페인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내구제 대출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9월 금융감독원이 김성주 국회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집계된 내구제 대출 상담 신고 건수는 44건으로, 전년 대비 5배 늘었다. 앞서 4년간 집계된 건수를 합친 것보다도 62.9% 불어난 수준이다. 구체적인 건수는 2019년 6건, 2020년 4건, 2021년 10건, 2022년 7건, 2023년 1~6월 44건이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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