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사전학습→AI에도 적용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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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간의 두뇌는 외부 세상으로부터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자발적 무작위 활동을 통해 학습을 시작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뇌 모방 인공신경망에서 무작위 정보를 사전 학습시켜 실제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 뇌 기반 인공지능과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개발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총장 이광형는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이 뇌 모방 인공신경망 학습의 오래된 난제였던 가중치 수송 문제weight transport problem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생물학적 뇌 신경망에서 자원 효율적 학습이 가능한 원리를 설명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가중치 수송 문제는 생물학적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 개발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난제를 말한다. 현재 일반적 인공신경망의 학습에서 생물학적 뇌와 달리 대규모의 메모리와 계산 작업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공지능의 발전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Geoffery Hinton이 제시한 오류 역전파error backpropagation 학습에 기반한다.
오류 역전파 학습은 생물학적 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돼 왔는데, 이는 학습을 위한 오류 신호를 계산하기 위해 개별 뉴런들이 다음 계층의 모든 연결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는 비현실적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중치 수송 문제라고 불리는 이 난제는 1986년 힌턴에 의해 오류 역전파 학습이 제안된 이후 DNA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에 의해 제기됐다. 이후 자연신경망과 인공신경망 작동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여겨진다.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의 경계선에서 힌턴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가중치 수송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뇌의 학습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Oxford대와 딥마인드DeepMind 공동 연구팀은 가중치 수송을 사용하지 않고도 오류 역전파 학습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중치 수송을 사용하지 않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오류 역전파 학습은 학습 속도가 느리고 정확도가 낮은 등 효율성이 떨어져 현실적 적용에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생물학적 뇌가 외부적 감각 경험을 하기 이전부터 내부의 자발적인 무작위 신경 활동을 통해 이미 학습을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모방해 연구팀은 가중치 수송이 없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신경망에 의미 없는 무작위 정보random noise를 사전 학습시켰다.
그 결과, 오류 역전파 학습을 위해 필수적 조건인 신경망의 순방향과 역방향 신경세포 연결 구조의 대칭성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였다. 무작위적 사전 학습을 통해 가중치 수송 없이 학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데이터 학습에 앞서 무작위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메타 학습meta learning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무작위 정보를 사전 학습한 신경망은 실제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학습을 수행한다. 가중치 수송 없이 높은 학습 효율성을 얻을 수 있음을 보였다.
백세범 교수는 “데이터 학습만이 중요하다는 기존 기계학습의 통념을 깨고, 학습 전부터 적절한 조건을 만드는 뇌신경과학적 원리에 주목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발달 신경과학으로부터의 단서를 통해 인공신경망 학습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인공신경망 모델을 통해 뇌의 학습 원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언급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천정환 석사과정이 제1 저자로, 같은 학과 이상완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명: Pretraining with random noise for fast and robust learning without weight transport는 12월 10일부터 15일까지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는 세계 인공지능 학회인 제38회 신경정보처리학회NeurIPS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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