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차남 임종훈 대표, 한미약품 임시 주총서 의결권 행사 가능" > IT/과학기사 | it/science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일가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영권을 두고 창업자 일가 형제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녀 측 4자 연합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17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4자 연합은 임 대표이사 1인 의사에 따른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4자 연합은 창업자 일가 모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로 구성돼 있다.

앞서 4자 연합은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약 41.42％ 주식의 의결권이 회사와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행사되는 것을 막는다며 해당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임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지난 10월 23일 임시주총 소집 청구 철회 안건에 대해 4:5로 이미 논의한 만큼 이번 임시 주총에 관해서는 이미 이사회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임시 주총 안건으로는 형제 측이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의 이사 해임 안건이 상정됐다.

법원의 기각 결정에 따라 임 대표가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형제와 4자 연합 간 충돌이 예상된다. 다만, 상황은 형제 측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한미약품 지분 9.43%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은 박 대표와 신 회장의 이사 해임안에 ‘반대’를 결정했다. 박 대표와 신 회장 해임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라스루이스 등도 같은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은 박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이사 해임을 전제로 하는 사내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했다.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날 4자 연합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이 ‘회사의 중요자산인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용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제약업계에 따르면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에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주총을 며칠 앞두고 돌연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인데, 차남인 임종훈 대표와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형제 사이가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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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윤 기자 jjy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