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주 거리에서도 실시간 교감…장거리 연애 고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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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3분 곰국] 일본·덴마크·그린란드 공동연구팀, 고래 한 쌍이 주고받는 미묘한 다이빙 신호 포착
[편집자주] 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게 3분 요리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게 3분 곰국거꾸로 읽어보세요입니다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신호를 보내 서로의 행동을 동기화하는 고래의 행동이 포착됐다. 100㎞는 서울과 충북 청주 간 직선거리와 맞먹는데, 고래가 이처럼 긴 거리를 뚫고 음파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론을 넘어 처음으로 관찰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홋카이도대, 덴마크 오르후스대, 그린란드 천연자원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그린란드 서부 해역에서 144일간 북극고래학명 Balaena mysticetus를 관찰한 결과를 오는 15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공개할 예정이다. 북극고래는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몸무게 100톤t 이상의 거대 포유류다. 태평양, 대서양 북부 같은 추운 극지방 바다에 서식하며 보통 2~5마리씩 무리 지어 계절에 따라 이동한다. 주요 먹이는 갑각류와 플랑크톤인데, 이들의 구체적인 먹이 찾기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자료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북극고래가 깊은 바닷속으로 다이빙잠수하는 것과 먹이 찾기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잠수가 단순히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먹이를 찾기 위한 행동은 아니라고 봤다. 무질서해보이는 고래들의 집단 행동 내에서도 사회화와 관련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이 그린란드 서부 해안에 서식하는 북극고래 12마리의 잠수 행위를 144일간 기록하고 분석한 결과, 고래들은 봄 동안 24시간을 주기로 잠수했다. 이들은 오후 시간대에 바다 가장 깊은 곳까지 헤엄쳐 들어가, 먹이가 언제 수면 가까이 이동하는지 추적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미처 예상치 못한 모습도 관찰됐다. 북극고래 두 마리가 마치 사전에 짜 맞춘 듯, 같은 시간에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이같은 행동은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한 마리는 암컷이고 다른 한 마리의 성별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5㎞ 내로 가까운 곳에서 헤엄치기도 했지만, 때론 100㎞ 훨씬 넘는 거리까지 멀어지기도 했다. 헤엄치는 수심도 달랐다. 하지만 바닷속으로 동시에 뛰어드는 행위는 계속됐다. 연구팀은 "거리와 수심과 상관없이 일주일에 걸쳐 일종의 다이빙 시합을 치른 것"이라며 "100㎞가 넘는 거리에서도 서로의 행동을 동기화한 결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100㎞가 넘는 거리에서 고래들이 보내는 음파를 측정·분석할 기술은 없는 탓에, 이들의 소리를 분석해 실제 상호작용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 요나스 테일만 오르후스대 생태과학과 교수는 "향후 고래의 소리를 녹음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관찰이 필요하겠지만, 1970년대 처음 제기된 고래의 장거리 신호에 대한 이론을 뒷받침하는 첫 번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브게니 포돌스키 홋카이도대 북극연구센터 부교수는 "고래들이 겉으론 각각 다이빙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신호를 통해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해양 동물의 사회성을 식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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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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