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합치는 사이…넷플릭스와 손잡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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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지상파 3사 콘텐츠 독점 계약 만료되자 넷플-SBS 맞손
SBS 신작부터 구작 국내외 공급…KBS·MBC 계약 여부 주목
티빙-웨이브 합병법인 경쟁력 약화 우려
SBS 신작부터 구작 국내외 공급…KBS·MBC 계약 여부 주목
티빙-웨이브 합병법인 경쟁력 약화 우려
지상파 3사 CI사진=각 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간 콘텐츠 독점 계약이 만료되자 지상파들이 넷플릭스로 이탈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내 방송사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법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 20일 SBS의 신작드라마, 신작 예능·교양, 구작 라이브러리를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6년간이다. 계약 금액은 경영상 비밀유지를 위해 오는 2030년 12월31일까지 상세내용 공개를 유보한다.
이번 계약 체결로 내년 1월부터 넷플릭스에서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골 때리는 그녀들’과 같은 SBS의 인기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모래시계’,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등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의 대표 구작들도 제공된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 SBS 신작 드라마 중 일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의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이 만료되자 넷플릭스가 방송사들에 더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는 2012년 연합해 푹POOQ을 설립하고 자체 채널의 실시간 방송과 콘텐츠를 서비스하다 2019년 SK의 ‘옥수수’와 합병,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지상파 3사는 웨이브 지분을 19.8%씩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독자적 플랫폼을 구축해 넷플릭스에 대항한다는 전략을 세웠고,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콘텐츠 계약을 맺고 실시간 방송과 다시보기를 독점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OTT가 미디어 주류로 떠오르면서 지상파들이 경쟁에 밀려 우위를 잃게 됐다. 이에 지상파들은 기존 전략을 전환해 최근 일부 드라마, 예능을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고 넷플릭스나 다른 플랫폼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상파 수익성은 악화되고 콘텐츠 제작비는 치솟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 제작비 전액을 지급하면서 지상파가 넷플릭스에만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MBC는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를 직접 제작해 자체 채널에서는 방송하지 않고 넷플릭스에 납품한 바 있다.
다만 웨이브와 지상파 간 계약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건수가 제한된 바 있다. 그러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추진됐고, 올해 지상파 3사와 웨이브 간 콘텐츠 독점 계약이 9월경 만료되자 넷플릭스가 지상파 3사와 물밑 접촉해 콘텐츠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선 웨이브에 독점 공급하는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제공하면 기존 대비 높은 단가를 쳐준다고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넷플릭스가 지상파에 손을 내민 배경은 최근 자사 광고 수익이 감소하고 이용자 수가 정체된 상황에서 지상파와 파트너십으로 롱테일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지상파 입장에서도 유리한 조건에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진출이 용이해졌다.
나머지 지상파 KBS, MBC도 넷플릭스와 제휴에 나설지가 향후 국내 OTT 지형 변화의 관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지상파 3사가 이탈하면 그동안 지상파 콘텐츠 독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웨이브의 경쟁력이 그만큼 뺏기게 되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계약으로 웨이브가 SBS 콘텐츠를 뺏기는 것은 아니다. SBS 실시간 중계는 웨이브가 독점으로 제공하고 다시보기도 그대로 제공된다. 웨이브 관계자는 "주주인 지상파와 독점 계약이 만료됐고 티빙과 합병 이슈가 있어 연장에 대해 추가 협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방송사들의 이탈이 티빙과 웨이브 합병법인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1년 넘게 지연됐던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최근 급물살을 탔다. 지난 11월 27일 웨이브 모회사인 SK스퀘어와 티빙 모회사 CJ ENM이 웨이브에 2500억원을 투자하면서다. 이로써 웨이브는 기존 FI재무적 투자자의 CB전환사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티빙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찬성하면 내년 상반기 합병법인을 출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김용희 경희대학교 미디어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SBS가 넷플릭스에만 제공하는 독점 콘텐츠가 늘어날 수도 있고, KBS와 MBC도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며 "웨이브는 지상파 실시간 중계만 강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티빙과 합병법인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번 계약은 SBS의 수익성 강화, 넷플릭스의 콘텐츠 다변화 전략이 맞닿아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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