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성차별 없애는 젠더 혁신…韓은 관련 데이터부터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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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 사카르 ‘랜싯 디지털 헬스’ 편집장
“젠더 기반 연구, 글로벌 협력과 체계적 지원이 필수”
“젠더 기반 연구, 글로벌 협력과 체계적 지원이 필수”
17일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는 서울 중구에서 루파 사카르 란셋 디지털헬스 편집장왼쪽 두번째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뉴스1
과학기술계는 이처럼 편향된 연구를 막기 위해 ‘젠더gender 혁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젠더는 사회적인 성性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생물학적인 성으로만 구분했다면 지금은 사회적인 성을 아우르는 젠더로 말한다. 젠더 혁신은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에서 성별과 같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데이터 편향을 줄이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 방식이다.
루파 사카르Rupa Sarkar 국제 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 편집장은 1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젠더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젠더 기반 연구를 통해 연구 성과의 질을 높이고 의료 기술 발전을 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카르 편집장은 세계적인 학술지 출판사인 엘스비어에서 젠더 책임자를 맡으며 과학기술계 젠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젠더 혁신은 환자를 구하는 길이다. 그동안 신약을 개발할 때 사람 대신 실험하는 생쥐는 대부분 수컷이었다. 암컷은 발정주기에 따라 호르몬이 요동쳐 제대로 된 실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암컷에 대한 약효는 알 수 없었다. 이는 여성 환자의 약물 부작용이 남성보다 두 배나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임상시험에서도 여성이 배제돼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남성에게만 듣는 약을 개발해온 것이다.
해외 과학계에서 젠더 혁신은 여성 연구자의 증가로 나타났다. 사카르 편집장은 “지난 6월 엘스비어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20개국의 여성 연구자 비율은 2001년 28%에서 2022년 기준 41%로 증가했다”며 “여러 분야 학문이 융합하는 다학제적 연구 측면에서 여성 연구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연구자 비율은 젠더 혁신 정도를 판단하는 데 주요한 지표로 꼽힌다.
하지만 사카르 편집장은 “전반적인 연구 결과 도출이나 인용 횟수에 있어서는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며 “연구 분야별로 여성과 남성 과학자 간극이 두드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에 연구비 같은 지원을 투입해 연구 역량을 높이고, 연구자 사이의 협력을 높여 젠더 기반의 균형적인 연구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한국 과학기술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혜진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의생명 분야에서 성별 특성을 반영하는 연구가 전체 중 1%에 불과하다. 같은 분야에서 미국이 1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또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성별 특성 관련 연구에서 세계 13위에 그쳤다.
사카르 편집장은 “한국에서 젠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연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해 글로벌 통계와 비교하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과학자들의 활동을 늘리려면 연구 초기 단계의 여성 연구자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연구를 평가하는 도구도 젠더 혁신 정도를 평가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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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름 기자 ar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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