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비극…초대형 산불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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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불이 3주 만에 진화됐다. 30명 이상이 숨지고 150㎢ 이상의 면적이 불 타 주택 1만여채가 사라졌다. 한국도 해마다 봄철이면 태풍급 강풍이 부는 강원 지역에서 유사한 산불이 잦다. 불에 타기 쉬운 건조한 환경은 기후변화로 갈수록 심화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기상학자 알렉산더 거슈노프가 ‘일상이 된 대형 산불’과 관련한 글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우리말로 옮겼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메마른 생태계 환경 속에서 자연 발생하는 산불은 건조한 바람을 타고 커지는데, 도시로 번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한다. 최근엔 그 규모가 매우 크고 파괴적인 산불이 잦다. 2018년 11월 발생한 ‘캠프 파이어’는 가장 끔찍한 산불로 불린다. 이 산불로 85명이 사망하고, 1만8804채의 건물이 전부 불에 탔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대 규모 산불 중엔 2017년 12월 시작돼 이듬해 1월까지 계속된 ‘토마스 산불’도 있다. 토마스 산불로 총 28만2000에이커1141㎢, 서울시 면적 1.9배가 불에 탔으며, 1천채의 건물이 전소됐다. 산불 당시 사망자는 두 명이었으나, 산불 진화 이후 내린 첫 번째 겨울비로 인해 대규모 진흙과 잔해가 쓸려 내려오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22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손 쓰기 어려운 송전선 발화
위에서 언급한 산불의 발화점은 모두 ‘송전선’이었다. 캘리포니아 해안의 경사 지형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하고 건조한 돌풍과 함께 빠르게 번졌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계속되는 산불도 송전선에서 발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 덕에 담뱃불이나 캠프파이어 같은 전통적인 원인으로 일어나는 산불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방화 및 송전선 발화 산불은 점점 잦아진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샌타 애나 강풍, 북부의 디아블로 돌풍의 속력은 내리막을 탈 때 시속 100㎞에 이른다. 이처럼 강하고 빠른 바람은 송전선을 휘감아 나무나 목재 전봇대를 부러뜨리고, 나뭇가지를 송전선 위에 떨어뜨린다. 이렇게 송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의 불꽃이 번져 발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발화점은 종종 손을 쓰기 어려운 지역에 있고, 이렇게 시작된 불은 통제할 수 없이 번진다.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는 강한 바람을 타고 먼 해안 거주지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최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불은 건물 밀접 지역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때 집이 연료 역할을 하며 산불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해당 지역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송전선에서 발화하는 산불 빈도도 함께 높아지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겨울비가 늦춰지면서
기후변화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기온 상승, 빈번해진 폭염은 건조한 식생 환경과 더불어 심각한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된다. 샌타 애나 강풍은 뜨겁고 긴 여름을 지나 건조해진 대지 위로 10월부터 불기 시작해, 12월과 1월에 가장 거세진다. 다만 보통 11월에 내리는 첫 번째 겨울비가 초목을 적셔 산불 위험을 낮춰왔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건조한 바람이 늦게까지 불고, 겨울비의 시작 시기 또한 늦춰졌다. 따라서 해안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 시즌도 12월과 1월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때는 샌타 애나 강풍의 절정기와 겹치는 시기다. 건조한 식생 환경과 쉬지 않고 부는 강풍 탓에 산불이 발생하기에 최적인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산악 지형은 건조한 돌풍이 내리막을 타고 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바람이 메마른 환경과 만난다면, 화재 발생의 위험이 대단히 커진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나무와 풀을 메마르게 만들어 대규모 산불을 일상적인 현상으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불타는 도시’
2007년 송전선으로 인한 대형 산불을 경험한 샌디에이고의 전력회사 ‘가스앤일렉트릭’은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을 때 전력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다. 캘리포니아 공공전력위원회 감독 아래 시행되는 조치로, 송전선으로 인한 산불을 막기 위해 캘리포니아 내 모든 전력 회사가 준수해야 하는 기준이다. 그러나 전력 차단은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환자 등 시민을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또 적시에 차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로스앤젤레스 산불은 이러한 전력 차단 조치가 제대로 적시에 시행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여러 나라와 지역이 캘리포니아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지만, 정작 캘리포니아는 그간의 산불로부터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번 로스앤젤레스 산불을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 거주지는 샌타 애나 강풍이 부는 경사 지형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불에 타기 쉬운 건조한 환경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산불로 도시가 불타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2025년 1월22일에도, 로스앤젤레스의 비극적인 불길 속으로 불어오는 샌타 애나 강풍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알렉산더 거슈노프기상학자·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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