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수만 개의 산과 언덕 담은 가장 정밀한 해저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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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佛 연구진 사이언스 공개
SWOT 위성 활용해 해저지도 작성
SWOT 위성 활용해 해저지도 작성
지표수 및 해양지형SWOT 위성이 포착한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의 해저 지형도. 육지는 흰색, 검은색 상자는 새로운 지각이 생성되는 남미 대륙사면, 웨델해, 남서인도양해영, 남동인도양해령, 스베드럽분지 등의 위치를 나타낸다. /야오 위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와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연구진은 인공위성 레이더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가장 자세한 해저 세계 지도에서 해저구릉 20만 곳 이상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12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지표수 및 해양지형SWOT 위성은 바다와 육지의 수자원 변화를 포착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과학자들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 해저에는 한반도 넓이의 수십 배의 평야뿐 아니라 히말라야 같은 험준한 산맥과 그보다는 작은 수많은 언덕들이 펼쳐져 있다. 태평양 해저의 85%, 대서양의 50%는 높이 수백m의 언덕심해구릉들로 덮여 있다.
바다는 지구의 71%에 해당하는 넓은 영역을 차지하지만 극히 일부 지역만 정밀 지도로 작성돼 있다. 여러 국가에서 잠수함을 운용하고 해양 시추를 하면서 지도제작에 나섰지만 여전히 상당 영역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래리 메이어 뉴햄프셔대 해안 및 해양 지도 센터 소장은 “현재까지 지구 해저의 25%가량만 음파 신호소나를 이용해 지도로 제작됐다”며 “최근 무인 드론 함정과 자율 항행 잠수정이 발전하면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저 지도 제작 기술이 가장 발전한 미국도 지난해에야 북아메리카 일대의 대륙붕 지도 작성을 마쳤다.
해저 지도는 전통적으로 선박이 직접 일정 해역을 돌아다니며 수심을 재거나 인공위성이 레이더 전파를 쏴서 신호가 되돌아오는 신호를 계산하는 방식을 이용해 제작됐다. 하지만 광활한 바다에서 선박을 이용한 방식은 속도가 느리고 인공위성은 정밀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과 CNES는 지난 2022년 ‘해수면과 해양지형SWOT’ 위성이라는 레이더 위성을 쏘아 올렸다. 모두 12억달러약 1조7253억원가 들어간 이 위성은 같은 지표면에 대해 다른 위치에서 수집한 2개의 레이더 위성 영상SAR의 위치 차이를 이용해 더 정교한 해수면 이미지를 촬영한다.
위성은 가로 150㎞, 세로 120㎞에 이르는 영역의 해수면 높이를 20초 만에 카메라 사진처럼 알아낸다. 바다에선 가로·세로 각 1㎞, 강이나 호수는 가로·세로 각 50m를 한 점으로 나타내고 깊이는 3~10㎝ 차이까지 인식한다.
SWOT위성은 원래는 바다와 육지의 수자원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발사됐다. 위성에 달려 있는 레이더가 해산과 해구협곡가 있을 때 나타나는 작은 수면 높낮이를 정교하게 감지한다. 바닷속 해저에 산이 있을 때는 중력이 커지면서 수면이 올라간다. 반대로 깊은 해구에선 중력이 줄어들어서 해수면이 낮아진다.
SWOT 위성은 이런 방식으로 발사된 뒤 1년에 걸쳐 이전보다 훨씬 정밀한 세계 해저 지도를 확보했다. 전 세계 해저를 가로·세로 각각 8㎞를 한 개 점화소으로 나타내는 이 지도는 최근 30년간 제작된 어떤 지도보다 자세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기존 방법보다 2배 더 정밀하게 바다 속을 나타낸다.
◇바닷속에서 언덕 20만 개 발견
2014년 인도양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인도양 깊숙한 곳의 입체 해저 지형도. 크고 작은 산과 계곡이 보인드. 한반도 면적보다 조금 큰 27만9000제곱킬로미터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애킴 피커드와 조너 설리번
SWOT위성은 높이 수백m, 지름은 수km에 이르는 언덕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는 기존에 발견된 것보다 2배 많은 숫자다. 메이어 소장은 “새 고해상도 지도는 훨씬 넓은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번에 제작된 지도야말로 위대한 도약”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새로 작성된 해저 지도가 대륙의 이동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저의 약 70%를 덮고 있지만 미지의 세상이던 심해구릉 연구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이들 바다 밑 언덕은 지각판이 멀어지면서 새로운 해양 지각이 형성되는 조산대를 따라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형성된다. 일반적으로는 능선에서 가장 먼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번에 확보된 새로운 지도는 인도양 남서부와 같은 지역에서 확장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모습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 정보가 기존의 판구조론을 재구성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평가했다. 구릉이 나타나는 빈도와 크기는 수천 년 동안 마그마 분출 속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극지방에서 해저 지형의 변화를 보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캐나다 북부의 섬들 사이의 얕은 바다에서 균열로 언덕과 계곡이 번갈아 나타나는 독특한 지형 패턴을 확인했다. 남극 대륙의 웨들해에서는 남미, 아프리카, 남극 대륙 판이 만나는 곳에서 청어의 뼈처럼 수직 패턴이 나타나는 헤링본 구조를 발견했다. 메이어 소장은 “이 지도는 실제 변칙과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는 지역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어 소장은 “이번에 새롭게 확보된 정밀한 해저 지도가 판구조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희망한다”며 “새 이론들이 쏟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판구조론·기후변화·잠수함 항로 연구 활용
1년간 SWOT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로 작성된 남아메리카 대륙붕의 중력지도A와 천저 고도계로 30년간 수집한 중력지도B. 육지는 흰색, 수심을 나타내는 등고선은 희미한 검은색으로 표시된다. 남극 인근 웨들해에서 나타난 직사각형 반복 패턴헤링본 패턴은 해저구릉과 고대의 강 흔적이 확인됐다. 캐나다 북극 군도에 위치한 스베르드럽 분지의 비교E와 F.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잠수함 함대를 운용하는 미 국방부는 이번 해저 지도 제작에서 가장 큰 후원자를 역할을 하고 있다. 잠수함을 안전하게 운항하려면 정밀한 바다 밑 지도가 필요하다. 깊은 바다를 항해하는 잠수함이 위험을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저 시추나 해저 케이블 매설 과정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리룽푸 연구원은 “위성이 발사 이후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획기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해저 세계 지도가 더 정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확보한 음파 정보와 위성 데이터가 겹치는 해역을 인공지능AI 모델로 학습시킨 다음, 이를 활용해 지도의 해상도를 개선하고 있다. 연구진은 “AI가 생산한 정보가 과거의 지도보다 훨씬 나은 지형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 http://doi.org/10.1126/science.ads4472
Science2024, DOI : http://doi.org/10.1126/science.zoam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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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과학전문기자 kunt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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