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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폭탄…공룡 멸종보다 24배 큰 32억년 전 소행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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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4-11-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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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6천만년 전 30km가 넘는 소행성이 충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의 바버튼 그린스톤 벨트. 나자 드래번/하버드대 제공


지구로 떨어지는 거대한 소행성 또는 그 파편들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기존 생물에겐 대재앙이지만 새로운 생물종이 번성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지름 10km 소행성의 충돌로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 한 예다.



지구 탄생 초기에는 우주에 소행성들이 훨씬 많았다. 덩치 큰 소행성도 많았고 지구와 충돌하는 사건도 잦았다. 당시 지구에는 공룡을 멸종시킬 정도의 충돌체가 적어도 1500년마다 한 번씩 지구를 강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2억6천만년 전 지구에는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보다 최대 200배 더 큰 소행성이 충돌했다. S2라고 불리는 이 소행성은 크기가 37~58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에베레스트산을 4배 합쳐 놓은 크기다. S2는 8번의 대충돌 사건 중 2번째 일어났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분석한 바버톤 그린스톤 벨트 지역의 암석층 단면의 일부. 거대한 충돌로 인해 부서진 해저 암석 조각들이 보인다. 나자 드래번






지상엔 쓰나미, 하늘엔 먼지구름







이 소행성은 지구 생물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당시 지구는 바다로 뒤덮인 물 행성이었다. 바다 표면 위로 화산과 큰 섬이 몇 개 있었을 뿐, 오늘날의 대륙은 모두 바다 속에 있었다. 바닷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지구 내부가 아직 충분히 식지 않아 물을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



대기와 바다에는 산소도 거의 없었고 핵이 있는 세포도 없었다. 생명체는 박테리아, 고세균 같은 단세포 생물뿐이었다. 당시 지구 생명체는 오늘날의 1~2%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 하버드대 연구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 바버튼 그린스톤 벨트라는 지역의 고대 암석지대에서 거대한 소행성 충돌의 영향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암석 표본을 센티미터cm 간격으로 채취해 구성 성분과 암석층의 분포를 상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소행성 충돌로 인해 벌어진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소행성은 바다를 온통 헤집어 놓았을 뿐 아니라 조용하던 해안을 거대한 쓰나미로 덮쳤다. 충격으로 발생한 엄청난 열 에너지는 바닷물을 끓어오르게 했고, 대기도 뜨거워졌다. 충격을 튀어오른 암석 물질들은 먼지 구름이 되어 하늘을 뒤덮어 생물들의 광합성을 중단시켰다.



소행성 충돌 후 생긴 지층에 보이는 구형체는 물방울이 응고된 것이다. 나자 드라본






소행성에서 증발하고, 심해에서 올라오고







그러나 박테리아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이전 상태를 빠르게 회복했다. 연구를 이끈 나자 드래번지질학 교수는 이를 “아침에 양치질로 입 안의 많은 박테리아가 죽더라도 저녁이 되면 다시 입 안에 박테리아가 그득해지는 것”에 비유했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 이전과 이후의 박테리아 생태계는 구성이 달랐다. 무엇보다 인과 철분을 먹이로 삼는 단세포 생물 개체수가 급증했다. 충돌한 소행성 속의 인은 증발하면서 회복 단계에 있는 생태계의 영양분이 됐고, 바다를 온통 뒤집어 놓은 쓰나미는 심해에 가라앉아 있던 철분을 얕은 물로 끌어올렸다.



드래번 교수는 “수년에서 수십년 뒤에 먼지가 가라앉고 대기와 수증기가 식어 정상화되면서 생태계도 빠르게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시 번성했다”며 소행성이 지구 생명의 초기 진화에서 거대한 비료 폭탄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때 소행성이 남긴 운석은 탄소가 풍부하고 인을 함유한 탄소질 콘드라이트다.



이후 다세포 생물이 출현해 지구 생물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까지는 25억년이 더 걸렸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408721121



Effect of a giant meteorite impact on Paleoarchean surface environments and lif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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