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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매운맛 뜨는데…원조 청양고추가 밀려난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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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24-10-2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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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 등 인공 맛에 밀려난 ‘청양’
마라탕 가게가 5년 만에 10배 증가해 전국에 4000개가 넘고, 해외에선 ‘매운맛 도전 먹방’의 대명사인 ‘불닭볶음면’이 한해 1500억원어치가 팔린다. 일반 타바스코 소스보다 10배가량 더 매운 핫소스가 인기를 끄는 나라. 한국은 ‘매운맛 중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식 매운맛의 원조 청양고추는 홀대받고 있다. 농가에선 해마다 청양고추 재배 면적이 줄고, 고추 품종 선호도 1위 자리도 10년 만에 덜 매운 고추에 넘겨줬다.

청양고추 대신 캡사이신을 첨가한 인공적인 매운 소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청양고추보다 저렴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기 편해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다. 가정에서 요리를 덜하는 1~2인 가구는 청양고추를 사서 요리하기보다 비빔면이나 볶음밥 같은 간편한 끼니에 매운 소스를 곁들인다. 전통의 얼얼하게 매운 청양고추가 인공 핫소스로 대체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양고추 인기가 시들한 사이 공급도 줄었다. 농가에서는 청양고추보다 병충해에 강한 덜 매운 고추 품종을 찾아 재배하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농가도, 소비자도 덜 찾는 청양고추


청양고추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덜 매운 품종을 선호하고 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많이 함유된 품종일수록 토양의 양분도 많이 뺏어가고, 매운 과육을 만들어 내느라 식물 자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병충해에도 약하다. 농가 입장에서는 관리가 까다롭고 생산량도 낮은 매운 품종보다 덜 매운 품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청양고추 품종을 개발한 청양군에서도 해마다 고추 재배 면적이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5420헥타르에서 2023년 4891헥타르로 4년 만에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매운맛을 강조한 고추 품종을 내놓던 종자 회사들도 최근엔 ‘덜 맵고’ ‘병충해에 강한’ 고추 품종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종자 회사 다나의 ‘할라맛풋’ 품종은 순한맛을 내세우고, 권농종묘의 ‘달고나풋고추’ 품종은 매운맛이 적고 당도가 좋다는 점을 내세워 팔고 있다. 한 종자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식당이나 시장에서 매운 청양고추 품종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덜 매운 ‘신록’ 품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산지産地에선 청양고추 선호가 줄었지만, 식품 업계는 매운맛이 휩쓸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팔도의 ‘틈새라면’, 마라 소스와 스리라차 소스 같은 캡사이신을 첨가한 인공적인 매운맛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삼양식품이 판매하는 불닭 소스는 국내에서 작년 기준 220억2800만원어치가 팔렸다. 4년 만에 매출이 130% 증가한 셈이다. 팔도의 매운 소스류도 작년 대비 올해 매출이 22%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청양고추는 주로 찌개나 국에 넣어 먹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데, 1인 가구 증가로 가정에서 요리하는 인구가 줄어 청양고추 수요도 줄었다”며 “대신 생으로 먹는 오이맛고추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매운 고추 수급 위해 청양 대신 강원도로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의 입맛을 잡아야 하는 유통 업계에선 매운맛을 내는 청양고추를 찾아 발품을 팔고 있다. 기존 산지인 충남 청양에서 생산량이 줄어들자 매운 고추 품종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매운 치킨 소스를 공급하기 위해 충청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매운 고추를 수급하고 있다. 교촌치킨 소스를 생산하는 비에이치앤바이오 김명득 팀장은 “당초 계약 재배를 하던 농가들이 덜 매운 품종을 키우겠다고 해 ‘마그마7000′ ‘핫프로’ 같은 매운맛이 강한 청양고추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를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최근 ‘땡초경상도 방언으로 매운 고추김밥’을 내놨다. 본래 청양이나 경남 진주에서 난 고추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더 맵고 제철에 수급 일자를 맞출 수 있는 고추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해당 제품에는 강원도 지역 고추가 들어가게 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원래 ‘땡초’라는 말이 경상도 지역 방언인 만큼 해당 지역 고추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더 맵고 신선한 원재료를 찾다가 강원도에서 키우는 ‘신홍’ 품종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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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인 기자 amig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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