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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도 나았다? 100만명 홀린 맨발걷기…이 병 앓으면 절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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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4-07-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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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몸을 연결하는 어싱Earthing

맨발 걷기가 대유행이다. 전국 곳곳에 맨발 걷기 황톳길이 깔렸다. 아파트 근처 야산에는 신발 신은 사람보다 맨발이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공원과 학교 운동장은 물론 아파트 베란다에도 맨발 걷기 장비를 갖춰 놓고 걷는 이도 많다. 지자체들은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속속 제정하고 있다.

최근엔 ‘지구와 우리 몸을 연결한다’는 어싱Earthing 개념도 뜨고 있다. ‘접지接地 효과’라고도 불린다. 염증과 암 등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띠는데 음전하가 풍부한 지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중화돼 활성산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맨발 걷기 예찬론자들은 단순한 지압이나 운동 효과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주장한다. 혈액순환 촉진 및 근육량 증가, 체온 상승, 스트레스와 통증 감소, 심리적 안정감 향상, 우울증세 감소, 숙면 등이 꼽힌다. 고혈압·당뇨는 물론 말기 암까지 나았다는 ‘간증’이 유튜브 등에 올라와 있다.

현재 전국에서 100만 명 정도가 맨발 걷기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관련 기관들은 추산한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국제맨발걷기협회’ 같은 조직도 생겨났다. 회원 중에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전국 100만여명 즐겨, 지자체 활성화 나서

맨발 걷기 열풍에 힘입어 관련 제품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전기 저항을 낮추고 전도성을 높인 소재로 접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어싱 전용 양말’이 나와 있다. 겨울철 보온을 위한 ‘발열 덧신’, 발가락과 발바닥 부분에만 구멍을 뚫어 놓은 ‘어싱 양말’, 구리 소재를 넣어 실제 접지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실내용 어싱 패드’ 같은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맨발 걷기 효과를 둘러싸고 의학계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효과를 입증한 여러 사례가 있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지압에 따른 혈액 순환과 운동량 증가 효과는 확실히 있다는 거다.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임오경 교수는 “맨발로 걸으면 발의 고유 근육들이 자극을 받아서 발달할 수 있다. 그게 자율신경계와도 연결이 돼서 심장 기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나이가 들면 몸의 밸런스를 유지해 주는 고유 감각이 떨어져 잘 넘어지는데, 맨발 걷기로 발바닥을 자극하면 족부 소근육이 자극돼서 넘어짐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맨발 걷기 효과
● 혈액순환 촉진, 근육량 증가
● 발 고유 근육 자극, 넘어짐 방지
● 심리적 안정감 향상, 우울증 감소
● 발 근육 강화, 무지외반증 예방

맨발 걷기 주의할 점
● 당뇨환자, 면역력 떨어진 사람은 금물
● 겨울철 실외 맨발 걷기도 위험 커
● 걷기 전후 발에 상처 있는지 체크
● 황톳길 잔디밭 흙길 숲길 산길 순으로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는 “발이 부드러운 흙에 접촉하면서 그동안 자극을 못 받았던 근육이 자극을 받으니까 심리적인 안정감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맨발 걷기가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학적 효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실험을 하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되면 안전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식약처 등에서 검증한 뒤에 임상실험을 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런 게 전혀 없이 ‘내가 해 봤더니 괜찮더라’ 식으로 전파되는 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겨울에 실외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임오경 교수는 “영하의 날씨에는 동상을 입을 수도 있고, 찬 기온으로 미세혈관이 수축되고 혈액 순환이 둔해진 상태에서 외상을 입었는데도 못 느끼고 계속 걷다가 큰 위험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황톳길 등이 조성된 곳에서 걷는 게 안전하고, 산길을 걷게 되면 여러 가지 위험 요소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스트레칭 필수, 1~2m 앞 봐야 위험물 피해

당뇨가 있는 사람은 절대 맨발 걷기를 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관 내피에 이상이 생겨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다. 심장과 멀어 혈액이 잘 가지 못하는 발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흙 속에 있는 감염 성분과 나쁜 균들이 침투해서 발이 썩게 되고, 심하면 절단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학준 교수는 “맨발 걷기를 하기 전에 발에 상처가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발을 디뎠을 때 자극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이 들면 무조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맨발 걷기를 시작할 땐 무리하지 말고 2000보 이내로만 걷고 조금씩 거리를 늘리는 게 안전하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준비운동으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건 필수다. 갑자기 맨발로 오래 걸으면 발 주변 뼈, 관절, 족저근막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걸을 때는 전방 1~2m 앞을 응시해야 유리조각이나 뾰족한 돌 같은 위험물을 피할 수 있다. 초보자는 황톳길→잔디밭→흙길→숲길→산길 순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게 좋다.

걷기가 끝나면 발바닥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발에 습진이나 무좀이 있으면 맨발 걷기는 자제하는 게 좋다.

2006년 대전 계족산에 국내 최초로 14.5㎞의 ‘황토 맨발길’을 만든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맨발로 걸으면 암이 치유된다거나 ‘맨발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어싱이 돼서 병이 낫는다’ 같은 얘기들을 하는데, 그것에 대해선 나는 잘 모른다. ‘내가 걸어 보니 좋더라’ 그거면 된 거다. 각자 몸이 하라는 대로 판단해 따르는 거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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