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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동료 다리 절단한 개미, 감염 차단해 목숨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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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8회 작성일 24-07-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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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다리에 심장 역할 근육 있어
다리 잘라 혈액 통한 병원균 전파 차단
부상 입은 동료 집에 데려와 상처 치료
거리두기, 격리치료도 개미가 원조

상처를 입어 감염된 동료의 다리를 잘라내는 플로리다 목수개미. 감염 확산을 차단해 목숨을 구한다./스위스 로잔대

상처를 입어 감염된 동료의 다리를 잘라내는 플로리다 목수개미. 감염 확산을 차단해 목숨을 구한다./스위스 로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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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사회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개미를 보면 영화가 자연스럽다. 사냥 도중 동료가 다치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힘들게 집으로 데려오는 희생을 하지만, ‘기생충’처럼 개미굴에 몰래 들어와 호의호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독일 과학자들이 심지어 개미는 동료가 감염되지 않도록 팔다리를 절단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마치 ‘월드워Z’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좀비에 물린 군인의 손을 잘라 감염을 막았던 것과 같다. 다친 동료를 치료하는 동물은 더러 있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지 절단까지 감행하는 동물은 처음이다.

◇다리 잘라 혈액 통한 병원균 전파 막아


로랑 켈러Laurent Keller 스위스 로잔대 생태진화학과의 교수 연구진은 3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미국 플로리다에 흔한 목수개미학명 Camponotus floridanus가 상처를 입은 동료 개미의 사지를 치료하다가 심하면 절단까지 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로잔대의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플로리다 목수개미 군집을 관찰하던 중 한 개미가 동료의 상처 난 다리를 씹는 모습을 목격했다. 누가 봐도 동료를 공격하는 장면이었다. 연구진은 개미가 동료를 적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개미 군집을 촬영한 비디오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개미가 동료의 다리를 자른 사례는 더 있었다. 그때마다 절단된 동료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특이하게 절단은 다리 윗부분에 상처가 생겼을 때만 일어났다. 연구진은 개미가 동료의 상처가 퍼지지 않도록 한 수술이 아닌지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목수개미 72마리의 다리 윗부분에 상처를 내서 감염을 유발했다. 다리가 잘린 개미는 90%가 살아남았다. 개미의 다리 절단 수술이 병원균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는 의미이다. 반면 상처가 다리 아래쪽에 생기면 동료가 다리를 자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일부러 뒷다리에 상처를 내고 다리를 잘랐다. 이 경우 생존율은 20%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는 개미의 생리학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곤충은 사람처럼 온몸에 피를 보내는 심장이 없다. 대신 여러 근육이 펌프처럼 움직여 몸 전체에 피를 보낸다.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니 심장 역할을 하는 근육 중 상당수가 목수개미의 다리 넓적다리뼈에 모여 있었다. 즉 다리 윗부분을 잘라내면 심장 역할을 하는 근육이 손상돼 피를 통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다리 아래쪽에는 이러한 근육이 없으므로 절단해도 확산을 막지 못한다.

흰개미 굴 공격 도중 다친 동료를 물고 옮기는 군대개미. 집으로 데려와 치료한다./독일 뷔르츠부르크대

흰개미 굴 공격 도중 다친 동료를 물고 옮기는 군대개미. 집으로 데려와 치료한다./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개미도 한다

개미가 다친 동료를 구하는 행동은 이전에도 목격됐다. 미국 록펠러대의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크로나우어Daniel Kronauer는 이번 연구에 대해 “개미처럼 단순한 동물이 그렇게 복잡한 행동을 진화시킨 게 이상해 보이지만 다른 개미 종도 비슷하다”며 “부상당한 개미를 치료하는 개미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칼 에두아르드 리센마이어Karl Eduard Linsenmair 교수 연구진은 2017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군대개미Megaponera analis가 사냥 도중 다치면 같은 무리만 아는 구조 페로몬을 분비하고 동료가 이 화학신호에 자동 반응한다”고 발표했다.

군대개미는 흰개미를 사냥한다. 굴에 들어가 애벌레를 물고 나오다가 흰개미의 저항에 부딪혀 더듬이나 다리가 잘리는 중상을 입기도 한다. 그러면 동료가 물고 탈출한다. 군대개미는 동료의 구조신호에만 반응했다. 페로몬이 다른 이웃집 개미가 다치면 모른 체하거나 공격했다.

당시 연구진은 “부상병 구조는 집단 이익을 위해 진화한 행동”이라며 “부상병을 돌보면 그러지 않을 때보다 무리의 숫자가 29% 더 늘어나 흰개미 굴을 공격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록펠러대 크로나우어 교수도 “사냥을 나간 개미의 약 10~20%는 부상을 입는다”며 “부상당한 개미를 구조함으로써 군집이 그만큼 더 개미를 낳고 키우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동료가 병원성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안까지 침투하기 전에 제거한다. 이를 통해 집단 전체로 곰팡이가 퍼지는 것을 막는다. 이른바 사회적 면역을 달성하는 것이다./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아르헨티나 개미는 동료가 병원성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안까지 침투하기 전에 제거한다. 이를 통해 집단 전체로 곰팡이가 퍼지는 것을 막는다. 이른바 사회적 면역을 달성하는 것이다./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거리두기, 격리치료 방역도 개미가 원조

개미는 인간보다 먼저 거리두기, 격리치료 같은 방역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개미의 사회적 면역social immunity에 대응해 곰팡이가 화학신호를 바꿔 자신을 위장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면역은 군집 전체에 병원체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집단 위생과 건강 관리를 의미한다.

아르헨티나 개미Linepithema humile는 밖에서 먹이를 찾다가 곰팡이에 감염된다. 곰팡이는 개미 몸 안으로 침투해 자란다. 보육개미들은 채집개미가 돌아오면 몸에 붙은 곰팡이 포자를 제거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개미의 사회적 면역에 대응해 곰팡이도 진화하는 것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개미가 곰팡이에 감염되자 예상대로 동료가 곰팡이 포자를 없앴다. 그러자 곰팡이는 포자를 더 많이 만들어 대응했다. 놀랍게도 포자가 늘자 거꾸로 개미가 감염된 동료를 보살피는 행동이 줄어들었다.

개미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면역을 달성한다.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과학연구소ARS는 2022년 ‘곤충생리학 저널’에 불개미가 독으로 사회적 면역 행동을 한다고 발표했다. 불개미는 산성용액인 개미산을 분비해 천적을 물리치고 먹잇감을 마비시킨다. 때로 동료에게도 개미산을 쏜다. 개미산의 항균 특성을 이용해 병원체 감염을 막는 것이다.

ARS 연구진은 불개미들이 동료의 입에 먹이를 전해주는 영양교환에서 개미산도 함께 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덕분에 항균 물질이 소화기관까지 들어가 병원균을 없앨 수 있다. 여왕개미는 처음 알에서 깬 일개미에게 먼저 독성 항균 물질을 전해준다. 일개미는 다시 애벌레에게 전달하고 결국 군집 전체로 항균 물질이 퍼진다.

거리두기의 원조도 개미이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2018년 사이언스지에 고동털개미Lasius niger가 병에 걸리면 건강한 동료와 접촉을 꺼리고 심지어 스스로 집을 떠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채집개미에게 곰팡이를 감염시키자 동료들이 먹이를 나누는 행동을 중단하고 거리를 뒀다. 감염된 개미는 죽음에 이르자 스스로 다른 개미와 접촉하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자가격리를 한 것이다.

우세라에아 비로이Ooceraea biroi 종 약탈 개미의 일개미. 왼쪽은 일반 일개미이고 오른쪽은 돌연변이로 여왕개미처럼 날개가 생겼다. 가짜 여왕개미는 일을 팽개치거고 동료에 기생했다./Current Biology

우세라에아 비로이Ooceraea biroi 종 약탈 개미의 일개미. 왼쪽은 일반 일개미이고 오른쪽은 돌연변이로 여왕개미처럼 날개가 생겼다. 가짜 여왕개미는 일을 팽개치거고 동료에 기생했다./Current Biology

◇영화 기생충처럼 가짜 여왕개미도 나와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은 아니다. 남의 등을 치는 사람도 있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개미 하면 모두 열심히 일하는 존재로 생각하지만, 예외는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가족처럼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동료의 등을 치며 사는 개미도 발견됐다.

록펠러대의 크로나우어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약탈개미Ooceraea biroi에서 날개가 달린 일개미가 빈둥거리며 동료에 기대 사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날개가 생긴 돌연변이 일개미는 진짜 여왕개미라도 된 듯 일을 팽개치고 다른 일개미들의 보살핌을 받고 편히 살았다.

기생 개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개미 1만5000여 종 중 400여 종이 기생 개미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종의 집에 몰래 들어가 기생한다. 이를테면 다른 종이 분비하는 신호 물질인 페로몬을 몸에 묻혀 동료인 양 위장한다.

과학자들은 수천 년에 걸쳐 특정 개미 종에 기생하는 개미들이 진화했다고 본다. 반면 이번 약탈개미는 단 한 세대 만에 기생 개미가 나타났다. 그것도 다른 종이 아니라 같은 종에 기생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면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때 개미굴을 관찰해봄 직하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j.cub.2024.06.021

Current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01.067

Science Advances2017, DOI: https://doi.org/10.1126/sciadv.1602187

Nature Ecology amp; Evolution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59-023-01981-6

Journal of Insect Physiology2022, DOI: https://doi.org/10.1016/j.jinsphys.2022.104437

Science2018,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c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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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완 기자 yw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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