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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창작, 사진기와 AI는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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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1회 작성일 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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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사로니가 1882년 촬영한 오스카 와일드 사진. 퍼블린 도메인

‘행복한 왕자’를 쓴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 덕분에 오늘날 사진이 저작물로서 보호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한 왕자는 하룻밤을 청하기 위해 왕자의 동상에 내려앉은 제비와의 이야기이다. 왕자는 행복한 삶을 살았고, 죽어서 동상으로 세워져서야 현실을 보게 된다. 자신에게 장식된 보석을 제비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제비는 추운 겨울 왕자의 심부름을 하다, 따뜻한 곳으로 가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 신은 그 둘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끄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유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세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의 초상사진을 보면, 몽환적인 느낌이 난다. 놀랍게도 그의 초상사진은 저작물 여부 문제로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1884년 미 연방대법원은 사진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 오스카 와일드가 포즈를 취하도록 하고, 의상·커튼 및 소품을 선택하고 빛을 조정함으로써 독특한 캐릭터를 끌어냈다는 점을 들었다. 디지털 사진기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자동모드’ 기능도 있다. 사람은 셔터를 누르면 그만이다. 가장 손쉬운 창작행위가 아닐까 싶다.



몇 년전 솔섬을 찍은 사진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소송이 있었다. 법원은 유사한 부분이 있더라도 자연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라고 하면서 침해를 부정했다. 자연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는 점에서 독점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만약 사진 자체를 복제했다면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을 것이다.



사진은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이지만 저작물성을 인정한다. 피사체의 선택, 구도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앵글의 설정, 셔터 찬스의 포착, 트리밍, 현상·인화 등 사진가의 창조적 노력이 있기 때문에 저작물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문이 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풍경 또는 사람의 모습을 찍는 사진은 또다른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사진가의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알겠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볼 점은, 자동카메라를 통해 찍힌 사진도 창작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프롬프트를 통해 생성한 것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것과 수많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사진은 저작물성을 쉽게 인정하면서 프롬프트 창작은 사람의 기여도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한 것과 인공지능 모델을 도구적으로 조작한 것의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도구적으로 이용하여 생성한 것도 저작물성을 인정해야 한다. 찰나의 순간을 잡아낸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저작물로서 보호받는 것은 다른 층위이다.





사진에 대해 저작물성을 인정한 선례에 따라, 인공지능을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프롬프트 창작도 저작물로 인정받아야 한다. 어떤 경우엔 사람보다 나은 창작을 하기도 한다. 보호범위를 넓히는 게 늘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프롬프트 창작은 물론, 사진도 보호수준을 낮추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 소장,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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