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에 사는 세균 잡는 바이러스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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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습한 욕실은 미생물이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다. 칫솔 사용 기간과 관리 상태에 따라 수백종의 박테리아세균 수백만~수천만마리가 서식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칫솔에 박테리아만 서식하는 게 아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칫솔과 샤워기 꼭지에서 수백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옴’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칫솔 34개와 샤워기 헤드 92개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박테리오파지 614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샤워기 꼭지보다 칫솔에서 더 다양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와 파지먹는다는 뜻의 합성어로,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아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유전물질이 든 머리와 유전물질을 숙주세포에 주입할 도구로 사용하는 꼬리로 이뤄져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들어가야만 증식을 할 수 있는 기생체다. 따라서 박테리아가 있는 곳이면 대개 박테리오파지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 종류의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종류의 박테리아만 감염시킬 수 있다. 박테리아 속으로 들어가려면 박테리아 표면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 특정 단백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에 두 가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균 안에서 증식한 뒤 빠져나가면서 세균을 죽일 수도 있도, 세균 안에 그대로 눌러앉아 세균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변이를 일으킨다. 연구진은 따라서 특정인의 입에서 나와 특정 칫솔에 묻은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은 바이러스와 똑같은 바이러스는 지구상 다른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제로 채취한 시료 중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을 뿐 아니라 똑같은 바이러스 유형도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각각의 샤워기 꼭지와 칫솔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섬과 같은 독립적 생태계였다는 것이다. 대다수가 이전에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였다.
항균제 쓰는 대신 정기적 교체가 바람직
연구진은 다만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이코박테리오파지가 많은 걸 발견했다. 마이코박테리오파지는 나병이나 결핵, 만성 폐 질환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인 마이코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언젠가는 마이코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치료법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를 이끈 에리카 하트먼 교수실내미생물학는 “결핵균 박테리오파지로 배관 속에 있는 병원균을 청소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며 “박테리오파지의 모든 기능을 살펴보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독일 라인발응용과학대의 디르크 보크뮐 교수미생물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을 때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해 약물 내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박테리오파지의 발견은 더 많은 치료법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나 독성 인자를 지닌 바이러스가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며 칫솔과 샤워기 꼭지에 미생물이 많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샤워기 꼭지는 식초에 담가 칼슘을 제거하거나 비누와 물로 씻고 칫솔은 치과의사가 권하지 않는 한 항균 치약과 칫솔을 쓰는 대신 정기적으로 교체할 것을 권했다. 항균 성분은 오히려 미생물의 항균제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2021년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발표한 칫솔과 샤워기 꼭지의 박테리아 연구를 잇는 후속 작업이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구강 위생이 더 좋은 사람들의 칫솔에서 나온 미생물이 항균제 내성 유전자가 약간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샤워기 꼭지의 미생물은 대부분 물에서 유래한 반면 칫솔의 미생물은 사람의 입과 주변 피부에서 유래했다.
*논문 정보
DOI: 10.3389/frmbi.2024.1396560
Phage communities in household-related biofilms correlate with bacterial host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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