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아니였다?" 바닷가 뒤덮은 흰 거품의 무서운 정체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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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바다 깊은 곳에 유령처럼 엉켜 있는 어구부터 해변에 널린 수십만 개의 담배꽁초, 쌩뚱맞게 놓인 냉장고까지…. 일하는 동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봤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짜증나는 쓰레기는…” 환경단체 ‘오션컨서번시Ocean Conservancy’에서 발표한 ‘우리의 바다에서 스티로폼을 퇴출하는 방법’이라는 보고서의 서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오션컨버전시는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을 만든 환경단체다.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은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로, 올해는 9월 16일이다. 1986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한 바다 쓰레기 줍기가 현재 한국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에서 챙기는 연례 행사가 됐다.
37년째 해양쓰레기만 파고 있는 이 환경단체조차 혀를 내두르는 쓰레기가 바로 스티로폼이다. 스티로폼은 사실 상표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발포폴리스티렌Expanded Polystyrene. 이름 그대로 폴리스티렌 수지에 가스를 주입시켜 부풀린다. 98%는 공기고 나머지 2%만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 스티로폼 쓰레기에 질색하는 이유도 이 특성에 있다. 가볍고 물에 잘 뜬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바다에 들어가면 끝도 없이 부서지니 스티로폼 조각들을 일일이 주워 버리는 건 쉽지 않다. 이 단체는 지난해 가장 많이 주운 해양쓰레기 순위를 발표했다. 1위 담배꽁초, 2위 플라스틱 병, 3위 과자 봉지 순이다. 스티로폼은 7위에 자리했다. 이 순위로 보면 스티로폼보다 시급한 해양쓰레기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까지 고려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단체가 2013년부터 10년 간 전세계에서 발견한 스티로폼 조각을 세봤더니 무려 2908만2728개가 나왔다.
이들이 스티로폼 쓰레기를 바다에서 없애기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컵, 접시, 포장 용기 등 일회용품이다. 1986년부터 모인 스티로폼 일회용품은 7만2574㎏.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크다는 특성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이를 펼치면 그랜드캐니언을 네 바퀴 반 두를 만큼 길다. 이 스티로폼 일회용품을 모두 담으려면 보잉747 여객기 4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에서도 스티로폼 일회용품 퇴출이 법제화되고 있다. 2016년에는 워싱턴DC, 작년에는 뉴욕에서 금지되는 등 12개 주가 스티로폼 일회용품 금지법을 만들었다. 내년 초부터 캘리포니아에서도 스티로폼 일회용품을 쓸 수 없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연안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의 55%2015년 기준가 스티로폼이었다. 우리 바다에서 스티로폼 쓰레기의 주범은 부표다. 전국 양식장 부표 5500만개 중 4100만개75%, 2019년 기준이 스티로폼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는 스티로폼 부표를 줄여가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스티로폼 부표 2088만개가 사라졌다. 지난해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2025년까지 아예 없애는 게 목표다. 스티로폼 부표 대신 정부에서 인증한 부표를 새로 구입할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1월 13일부터는 전국의 모든 어장에서 스티로폼 부표 신규 설치가 금지된다. 적발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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