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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m 물곰이 인간 치사량 방사선에도 멀쩡…3가지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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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4-10-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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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물곰의 생체 분자 메카니즘이 밝혀졌다. 픽사베이


지구 최강의 생존력을 갖고 있는 동물로 평가받는 물곰곰벌레은 다 큰 성체가 1.5mm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절지동물이다.



좌우 8개의 다리로 느릿느릿 움직인다고 해서 완보동물Tardigrada로 불리는 물곰은 영하 270도의 극저온이나 15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죽지 않고, 물이 없는 환경에서도 수십년을 견뎌낸다. 대기압의 1000배가 넘는 압력과 인간 치사량의 약 1000배인 3000~5000그레이Gy 방사선량에도 끄떡 없다. 이런 놀라운 능력 덕분에 지난 5억년 사이에 일어난 다섯번의 대멸종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신진대사 활동을 멈추고 몸을 휴면 상태Cryptobiosis로 만드는 능력에 있다. 이런 능력은 노화와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연구 대상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극한환경에 처할 경우 생체 물질을 감싸주는 트레할로스란 당분, 신진대사를 늦춰주는 단백질 등을 찾아냈다. 하지만 1500종에 이르는 물곰이 갖고 있는 생존 능력의 대다수는 아직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중국 베이징유전체학연구소 연구진이 방사선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물곰의 생체 분자 메카니즘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6년 전 중국 허난성 푸니우산에서 채취한 이끼 표본에서 학계에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물곰 ‘히프시비우스 헤나넨시스’학명 Hypsibius henanensis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이 물곰의 유전자 분석 결과다.



물곰은 이끼나 강, 호수의 퇴적물에 주로 서식한다. 픽사베이




방사선을 견디게 해주는 3가지 시스템





연구진은 물곰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이 물곰이 1만4701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는 완보동물에만 있는 유전자라는 걸 알아냈다.



연구진은 물곰을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200~2000Gy그레이, 방사선량 단위의 방사선에 노출시킨 뒤, 물곰의 유전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살펴봤다. 그러자 DNA 복구, 세포 분열,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2801개가 활성화하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물곰이 방사선을 견뎌내도록 해주는 세가지 분자 체계를 발견했다.



첫째와 둘째는 손상된 DNA 복구 능력이다. 우선 ‘TRID1’이라는 유전자는 특수 단백질을 모아 방사선으로 손상된 DNA 이중 가닥을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유전자는 미토콘드리아의 ATP 합성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 단백질을 생성했다. 이 단백질도 DNA 복구를 돕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셋째는 항산화 단백질 생산 능력이다. 물곰 유전자의 0.5~3.1%는 다른 유기체로부터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수평적 유전자 전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박테리아에서 얻은 것으로 보이는 ‘DODA1’ 유전자가 베탈레인이라는 4가지 유형의 항산화 색소를 생산하는 데 관여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색소는 방사선에 노출될 때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유해한 반응성 화학물질 가운데 일부를 제거해줬다. 방사선으로 인한 세포 손상의 60~70%는 이 반응성 화학물질에서 비롯된다.



연구진이 베탈레인 중 하나로 인간 세포를 처리한 결과, 실제로 방사선 생존력이 훨씬 더 높아지는 걸 확인했다.



인도양의 모리셔스섬 이끼에서 채집한 물곰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주 탐사, 암 치료 등에 응용 기대





25년간 완보동물을 연구해온 노스캐롤라이나대 밥 골드스타인 교수세포생물학는 네이처에 “방사선에 대한 물곰의 반응은 유전자 발현이 작동하는 방식을 재조정하는 것과 같다”며 전쟁 때 공장을 군수품 공장으로 전면 개조하는 것에 비유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들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고 핵 오염을 정화하는 것 뿐 아니라 암 치료법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곰 생존력의 특징은 극한 환경에 대한 적응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극한환경을 견뎌내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물곰은 극한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Extremophile이 아니다. 따라서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극한의 기온이나 산소 결핍, 탈수, 기아 같은 다른 혹독한 환경을 견디게 해주는 물곰의 분자 체계를 연구하면 더욱 광범위한 응용 분야가 나올 수도 있다. 골드스타인 교수는 백신처럼 쉽게 손상되기 쉬운 물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데 물곰의 생존 비결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10.1126/science.adl0799



Multi-omics landscape and molecular basis of radiation tolerance in a tardigrad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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