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환자의 생각 읽는 날, 한층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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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상 BCI 경쟁 ‘후끈’
하반신마비 환자가 혼자서 걷고 말을 못하던 사람도 머릿속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한층 가까워졌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 덕분이다. BCI는 뇌에 전극을 심어 신호를 읽고 이를 컴퓨터와 연결한다. BCI는 앞서 원숭이와 돼지 등 동물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했고, 이제 인간을 대상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더 작고 더 가늘게 만들어 BCI 기술은 뇌 깊은 곳에 전극을 심어 정확한 신호를 수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쉽게 말해 뇌에 장치를 이식하는 것이다. 뇌 임플란트 개발 스타트업 모티프는 올해 초 30대 남성의 두개골 밑에 완두콩만 한 장치를 이식했다. 뇌의 특정 부분에 자기장 자극을 전달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전기가 연결된 특수 헬멧을 머리에 쓰면 두개골 밑에 심긴 장치가 무선으로 충전되고, 이 장치가 뇌에 자극을 전달하는 식이다. 모티프는 상용화를 위해 2025년 약물로 치면 임상 1상안전성 확인에 해당하는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도 뇌 깊은 곳에 전극을 심어 신호를 수집한다. 뉴럴링크는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실험에 성공했고 지난 5월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사람 대상 임상을 허가받았다. 블룸버그는 최근 “뉴럴링크가 경추 손상이나 근위축성측삭 경화증ALS으로 사지마비가 온 환자를 임상 시험 대상자로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엔 뇌에 심는 장치를 더 작고 가늘게 만드는 경쟁이 치열하다. 뇌 조직 손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싱크론은 두개골이 아닌 뇌 운동중추 피질 근처 혈관에 뇌 자극 장치를 이식한다. 장치는 혈관 벽에 붙어 신경 뇌 신호를 수집한다. 한 루게릭병 환자는 이 장치를 이용해 본인이 생각한 말을 타이핑 없이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전극을 개발했다. 뇌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대뇌 피질 표면에 장치를 부착한다. 그래픽=이진영 테크 업계에선 BCI 기술을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하려 한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루게릭병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환자가 분당 62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모니터 화면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시스템이 학습과 훈련을 통해 정교해지고 있다”며 “환자의 뇌에서 나오는 생각을 포착해 별도 기기에 표현하는 속도가 자연스러운 대화 속도인 분당 160단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뇌의 신호를 포착해 마비된 몸을 움직이게 만든 연구 결과도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연구팀은 하반신마비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환자가 움직이려는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척수에 전달했다. 그 결과 하반신마비 환자는 혼자서 걷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뇌와 신체 간 끊어진 신경 신호를 장치로 이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생각만으로 몸에 장착한 외골격 로봇을 제어해 마비된 몸을 움직이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테크 업계는 BCI가 신체 마비나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0년 14억8800만달러약 1조9800억원 규모였던 BCI 시장이 2030년 54억63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조일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많은 바이오 기업이 투자 단계이긴 하지만 본격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BCI 발전 속도가 훨씬 가팔라질 것”이라고 했다. ☞BCI Brain-Computer Interface의 약자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다. 사람의 뇌 신호를 읽어 기계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마비 환자가 걷거나 말할 수 있도록 돕고 각종 질병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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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유지한 기자 jhyo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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