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된 일본 소주 깠더니 25% 날아갔다…술 증발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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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본무 LG 회장이 준비했던 우승 축하주 ‘아와모리 소주’ 화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이 지난 199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입해 왔다는 옹기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이 옹기의 왼쪽은 구본무 회장이 야구단을 경남 진주 외가에 초청해 회식을 한 뒤 함께 촬영한 단체 사진이다. /LG트윈스 LG트윈스 측에 따르면, 구 회장이 199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입해 온 아와모리 소주 세 통을 잠실구장 LG 구단 사무실에 두었다가 몇 년 전 경기도 이천의 LG 챔피언스파크 숙소 사료실로 옮겼다. 소주를 옮기는 과정에서 술이 조금 더 증발해 항아리가 많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세 통짜리 술을 4L짜리 항아리 한 통에 합쳤다고 한다. 기존 소주는 4분의 3 정도 남은 상태다. 차명석 LG 단장이 축하주가 모자랄 것에 대비해 한국 시리즈 전에 두 통을 더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알코올이 증발해 양이 줄어드는 건 아와모리 소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인 경희대 고재윤 교수는 “일반적인 소주·맥주, 와인이나 코냑, 위스키, 버번 같은 술도 오래 보관하면 알코올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양이 줄어들기 마련”이라면서 “이를 해마다 천사의 몫이 사라진다는 뜻으로 에인절스 셰어Angel’s Share라고 한다. 에인절스 셰어도 저마다 다르다. 술의 양이 줄어드는 정도는 술의 종류, 숙성 용기와 뚜껑의 재질, 보관하는 온도와 보관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줄어드는 주류 증발의 법칙에 대해 알아봤다. 그래픽=김성규 구 전 회장은 1994년 당시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과 오키나와의 특산품인 아와모리 소주로 건배를 했다. 그리고 그해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구 전 회장에게 아와모리 소주는 행운의 상징이 된 셈이다. 1995년 그는 시즌을 앞두고 “다시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며 같은 옹기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세 병을 사왔다. 아와모리 소주는 안남미를 쪄서 만드는 증류주다. 검은 누룩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다음에 이를 그대로 증류해 보통 ‘가메甕·항아리’라고 불리는 옹기에 넣어 숙성시킨다. 옹기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는 보통 1년에 3%가량 알코올이 증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흙으로 빚은 옹기엔 숨구멍이 많아 이를 통해 알코올이 해마다 조금씩 새어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 주류 전문가인 수입 주류 회사 빅보이리커 김봉규 대표는 “구 전 회장이 구입한 아와모리 소주는 알코올이 좀 많이 증발한 경우인데, 술을 한 번 열어서 항아리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거쳤고 상온에 보관하면서 술이 더 많이 날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옹기 두께, 뚜껑 재질에 따라서도 증발 정도가 달라진다. 옹기를 눕혀 보관하거나 땅에 묻어 보관했다면, 알코올의 증발을 줄이고 더 좋은 상태의 술을 마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보관 지역, 용기 따라 다르다 와인의 경우는 어떨까. WSA와인아카데미 김상미 원장은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오크통 구멍을 통해 알코올이 증발해 양이 줄고, 오크통의 풍미는 술에 스며들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미 원장은 “정통 와이너리에선 숙성 과정에서 이렇게 와인의 양이 줄면, 따로 보관해 놓은 오리지널 와인 원액을 다시 꺼내어 채워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했다. 위스키도 비슷한 증발과 숙성 과정을 거친다. 숙성 연식이 오래될수록 귀한 위스키로 대접받는 이유다. 보통 40도짜리 아이리시 위스키는 영국 기후에선 1년에 2%가량 증발된다. 훨씬 무더운 지역에서 만드는 대만 카발란 위스키는 매년 10%씩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소주도 나무통에서 숙성할 경우 1년에 2%가량 증발한다. 하이트진로 연구원은 “45도짜리 일품진로는 오크통에 저장하면 매년 2%씩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술은 웬만하면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집에 놔둔 소주나 와인, 위스키도 알코올이 마개 틈으로 조금씩 새어나가긴 한다. 대신 그 양이 지극히 미미하다. 고재윤 교수는 “와인의 경우라면 코르크 마개로 새어나갈 수 있고, 소주나 위스키도 알루미늄 뚜껑 사이로 알코올이 빠져나갈 수 있다. 몇 년씩 두면 양이 조금 줄어든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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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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