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고양이 밥을 내가 먹어도 된다고?…휴먼 그레이드 사료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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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짜리 말티즈를 키우는 김모41씨는 얼마 전부터 ‘휴먼 그레이드human-grade’로 알려진 사료만 사 먹이고 있다. 관절 영양제, 면역력 강화제, 유산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사료 업계에서 휴먼 그레이드는 ‘인간 식품과 같은 기준으로 만든’ ‘인간이 먹어도 괜찮은’ 수준이란 뜻으로 통한다. 김씨는 “우리 아이말티즈 나이가 사람으로 치면 벌써 50대로 노화를 걱정해야 될 시기가 됐다”며 “휴먼 그레이드 제품이 일반 사료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낄 게 뭐 있겠느냐”고 했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휴먼 그레이드’가 사료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더 안전하고 건강한 사료를 먹이고 싶어하는 주인의 마음을 공략하려 너도나도 ‘휴먼 그레이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물을 친구나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인간도 먹을 수 있다’는 기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 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휴먼 그레이드 경쟁의 승자가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반려동물 식품 시장 전체를 주도하게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동원Famp;B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 ‘뉴트리플랜’. /동원Famp;B 풀무원은 최근 기존의 펫푸드 브랜드 풀무원아미오의 성격을 휴먼 그레이드에 맞게 재정립했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에 맞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에 해롭거나 오래 섭취하면 좋지 않은 첨가물의 기준을 수립해 관리하고, 사람이 먹는 식품 두부·나또 등을 활용한 반려동물 식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웅의 반려동물 자회사 대웅펫은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영양 불균형 때문에 질병을 겪는다”면서 휴먼 그레이드의 췌장염·피부병 예방 영양제 등을 판매 중이다. 앞서 지난 4월 반려동물 스타트업에서 ‘휴먼 스탠다드’ 콘셉트로 성과를 낸 이효준씨를 영입해 CEO로 선임한 뒤 ‘인간 기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웅펫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품 원료를 쓰고, 인간용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시설에서 개·고양이 건기식을 만드는 등의 관리를 하고 있다”며 “휴먼 스탠다드를 내세운 이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배 늘었다”고 했다. hy의 유산균 음료 제품 건강하개 왈. /hy ◇“쏟아지는 휴먼 그레이드 제품, 공인 기준 필요해” 이렇게 최근 출시되는 반려동물 식품 대부분이 ‘휴먼 그레이드’를 강조하다 보니, 한편에선 ‘휴먼 그레이드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휴먼 그레이드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10~20% 비싼 경우가 많은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단순 마케팅 구호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의구심을 해소해줄 만한 공적 기관의 인증 제도는 없다. 반려동물 식품은 의약품 외엔 모두 사료관리법에 따라 분류·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각 기업은 자체 기준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홍보한다. 최근 대웅펫 등 일부 업체가 민간 차원의 인증제도 설립에 나섰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AAFCO가 소개하는 활동 내용. /AAFC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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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태동 기자 ltd@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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