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km에서 샘솟는 천연수소…무늬만 청정 연료 한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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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현재 수소를 얻는 대부분의 방법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론 ‘무늬만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 묻혀 있는 천연수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지난해 5월 옛 탄광지대인 로렌 지역에서 4600만톤 규모의 천연수소화이트수소 매장 후보지를 발견했고, 미국에선 천연수소 추출 기술 연구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은 연간 1억톤이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와 알바니아 과학자들이 알바니아 광산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천연수소 샘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알바니아 북동부 불키저 지역에 있는 이 광산은 세계 최대 크롬광산 가운데 하나로, 오피올라이트라는 암석지대에 있다. 오피올라이트는 해양 암석의 지각판이 해수면 위로 밀려 올라오면서 생성된다. 알바니아의 오피올라이트 암석지대는 수천만년 전 아프리카판이 유럽판과 충돌할 때 밀려올라온 것이다. 총길이 3000km에 이르는 이 암석지대는 터키에서 슬로베니아까지 이어져 있다. 오피올라이트에는 상부 맨틀에서 유래한 철분이 풍부한 암석감람석이 포함돼 있다. 이 암석이 고온, 고압에서 물과 반응하면 사문석이 만들어지면서 상당한 양의 수소가 발생한다. 철이 물 분자로부터 산소 원자를 빼앗고 수소를 방출하는 것이다. 순도 84%의 천연수소…연간 200톤 방출 연구진에 따르면 이 광산에서는 이미 1992년 이후 3차례나 수소 가스에 의한 대형 폭발이 일어난 바 있다. 연구진은 광산에서 물의 흐름을 추적한 끝에 땅속 약 1km 지점에서 30㎡ 크기의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로랑 트루셰 그르노블알프스대 교수지구화학는 물 웅덩이로 뽀글뽀글 올라오는 기체를 분석한 결과, 수소 함유 비율이 84%나 되는 매우 순수한 천연수소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물웅덩이 하나에서 방출되는 수소만 해도 연간 11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이 다른 갱도와 동굴에서 채집한 기체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이 광산으로 흘러나오는 천연수소는 연간 2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천연수소 방출량 가운데 최고치다. 미 스탠퍼드대 야시 마투르 대학원생에너지과학은 사이언스에 “이는 오만 등 다른 지역의 오피올라이트에서 측정된 것보다 약 1000배 더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소 방출량이 많다는 것이 매장량이 많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광산 아래에 저장돼 있는 수소 총량은 기대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연구진은 광산 갱도가 수소 가스를 저장하고 있는 단층대에 구멍을 내면서 수소 배출이 시작됐을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이 지역 단층대의 규모에 비춰볼 때 저장된 수소 총량은 5천~5만톤에 이를 것으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상업적으로 개발하기에는 적은 양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ARPA-E으로부터 천연수소 보조금을 받으려면 추정 매장량이 1천만톤 이상이어야 한다. 사이언스는 그러나 “경제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지구 자체가 청정연료의 샘일 수 있다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천연수소 분야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발견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연구진은 알바니아 광산의 천연수소는 현지 에너지원으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천연수소 찾을 수도 이번 발견은 오피올라이트가 천연수소를 찾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는 걸 확인해준다. 미국 매사추세츠 우주홀해양연구소WHOI의 프리더 클라인 박사해양화학 및 지구화학는 사이언스에 “전 세계적으로 오피올라이트 같은 암석 노두는 무수히 많다”며 “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할 일은 이런 곳을 하나하나씩 살펴보고, 그런 다음 채굴 가능한 양의 수소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텍사스대의 마이클 웨버 연구원에너지 시스템은 “이번 발견은 수소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걸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와 가스가 없는 곳에 천연 수소가 있다는 점에서 석유 중심의 지정학을 좋은 방향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의 하이테라Hyterra와 미국의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가 네브래스카와 캔자스에서 천연수소를 시추하고 있다. 덴버에 본사를 둔 콜로마란 회사는 지난해 7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에너지 벤처캐피탈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 등으로부터 91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최근 캥거루섬과 요크반도, 에어반도 지역에서 천연수소 채굴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이 지역에선 과거 석유 시추 때 수소 가스가 나온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자원채굴법에 수소가 추가된 이후, 4개 회사가 천연수소 탐사 허가를 신청했다. 스페인에선 2028년 생산을 목표로 피레네산맥에서 천연수소를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천연수소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수백개에 이른다. 연구진은 “천연 수소가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틈새 시장에 대한 호기심 정도에 그칠 것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10.1126/science.adk9099 A deep reservoir for hydrogen drives intense degassing in the Bulqizeuml; ophiolit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비닐봉지에 ‘사과 두 알’ 설 선물…“저도 울었어요” 세한대, 인력업체 대표에 국제교류원 부원장 직함 줬다 택시 앱은 어떻게 노인 학대의 기술이 되었나 ‘주장 손흥민’ 무시하는 이강인 눈감아준 클린스만…내분의 전말 ‘손흥민과 충돌’ 이강인 사과…“형들 말 잘 따랐어야 했다” 지하 1km에서 샘솟는 천연수소…‘무늬만 청정 연료’ 한계 넘을까? 여성을 안전하게…미세 플라스틱 없는 생리대 만들었어요 이재명 “떡잎 져야 새순 자란다” 대폭 물갈이 예고…임종석은? ‘쿠팡 블랙리스트’ 의심 파일에 사회부 기자 수십명…작업장 취재 막으려? 생성형 AI에 ‘독’ 퍼뜨리는 교수…“데이터 도둑질, 창작자 삶 뺏어” 한겨레>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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