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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생태계 복원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법안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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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4-02-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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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 극심한 입장 차이로 5월 말 21대 국회 기한 내 처리 불투명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원전 생태계 복원에 꼭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약칭 고준위 특별법이 표류하고 있다. 국회 계류 중인데 여야 간의 극심한 입장 차이로 5월 말 21대 국회 기한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고준위 특별법은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원전 부지에 대책 없이 쌓여 있는 1만8900t가량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법이다. 원전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장점이지만, 부산물인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갈등 및 대립으로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K-택소노미에 방폐물 처분 계획·이행 담보 법률 제정 명시

윤석열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하면서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023년 8월 16일 열린 고준위 특별법 대국민 심층토론회.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윤석열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하면서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023년 8월 16일 열린 고준위 특별법 대국민 심층토론회. [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국내에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별도의 장소가 없다. 발전소 내 연료 하치장에서 중성자 흡수재인 붕소를 탄 물에 담가서 보관습식저장하는 것이 전부다. 이러한 저장 장소도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할 전망이다.

한국을 제외한 주요 원전 운영국은 이미 방폐장 확보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도 과거 9차례나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지역민 반발 등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는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2.8%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의 원전 추가 건설 및 2036년까지 운영 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 운전 계획이 수립된 까닭이다. 원전 이용이 늘면서 ‘사용 후 핵연료’를 더는 저장할 수 없는 포화 시점도 기존 전망보다 1~2년 정도 앞당겨졌다. 포화 시점은 한빛원전 2030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월성원전 2037년, 신월성원전 2042년, 새울원전 2066년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준위 특별법이 폐기된다면 원전이 소재한 지역 주민의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습식 저장.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습식 저장.

고준위 특별법이 무산되면 원전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인정기준 또한 충족하지 못한다. 한국은 수출 중심 국가로, 세계 시장의 친환경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K-택소노미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친환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에 더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한 기준이다.

K-택소노미에는 원전의 청정에너지 인정 조건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계획 및 계획 이행을 담보할 법률 제정’이 명시돼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역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향후 한국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건식 저장.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건식 저장.

세계 주요 원전 운영국은 한국보다 앞서 방폐물 처분 시설 확보에 나섰다. 핀란드는 2025년 세계 최초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이며, 스웨덴은 지난 2022년 고준위 방폐장 건설 허가를 취득했다. 프랑스는 2023년 1월에 건설허가를 신청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부지를 이미 확보했다. 일본과 독일은 부지 선정 중이다.

한국 정부는 과거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지자체 및 주민들과 여러 차례 소통을 시도했다. 당시 지역 주민의 반발도 있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1980년대 후반 울진·영덕·영일 부지를 시작으로 1990~91년 안면도, 1994~95년 굴업도, 2003년 부안군을 선정하기 위해 추진했으나 유치 지역 지원 보장에 대한 불신과 비민주적 절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으며, 정부 교체 시 계획 수정이 우려돼 번번이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정책 신뢰성 및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 공모 절차, 주민 투표 등을 담은 특별법이 제정돼야 방폐장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원자력 분야 505개 산학연 단체,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

고준위 방폐장 조감도.

고준위 방폐장 조감도.

방폐물 처리 포화 시점이 도래하면서 방폐장 지역 선정부터 처분 방식 등을 규정하는 실질 법안이 없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학회·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원자력 분야 국내 산학연 505개 기업 및 단체가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발의된 ‘고준위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주민 지원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방폐물을 포함해 향후 원전 가동을 통해 추가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은 반드시 전제돼야 하지만,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원자력 업계를 대표하는 기관들이 나선 것이다. 이들은 “탄소 중립의 효과적인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 원전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특별법 제정이 무산되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국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전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올해 제정된다 해도 원전 부지 내 짓는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 건설에는 지자체 인허가와 설계, 건축 기간을 포함 최소 7~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경우 다음 국회에서 입안·발의·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럴 경우 폐기물 포화 시점으로 예상되는 2030년에는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장은 원자력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가 책임질 과제”라면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또다시 표류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미래 세대가 오롯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저장시설 용량, 관리시설 확보 시점 등 정치권 쟁점으로

포화가 코앞에 다다른 고준위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먼저 발의한 특별법은 이후 국민의힘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법안을 추가로 발의하면서 각 법안 병합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현재 여당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 용량을 원자로 운영허가 기간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하며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원자로 설계 수명 기간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해 최초 허가 때 심사한 설계 수명이 종료되면 저장시설 용량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시설 확보 목표 시점 명시 여부 또한 쟁점 중 하나다. 여당은 중간저장시설2050년 및 처분시설의 확보 시점2060년을 명시하고자 했으며, 야당은 처분시설 확보 시점2060년만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원자력 안전법·판례 및 고준위특별법안에 따르면 중간저장시설은 부지 내 저장시설임시저장과 명확히 구별되므로 야당 주장은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원전 지자체 및 주민들은 원전 지역의 부지 내 저장시설 영구화 우려 해소를 위해 중간저장시설 확보 시점 별도 명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성명서·심층토론회 개최를 통해 요구하고 있다.

21대 국회 종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간에 대립 중인 이 두 가지 쟁점이 조속히 합의하지 못한다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하지만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최종 의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김재학 중앙일보Mamp;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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