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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부모들 이 캐릭터 때문에 등골 휜다…Z세대 디토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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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2회 작성일 24-01-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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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텀블러·냉동김밥… 소셜미디어 타고 글로벌 인기몰이

“오늘도 대형 마트 앞에선 스탠리 컵을 손에 넣지 못해 울부짖는 소녀들을 볼 수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온라인 매체 더네이셔널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북미 10~20대 사이에선 ‘분홍빛 열병’이 한창이다. 미국 보온병 업체 스탠리Stanley가 내놓은 분홍색 텀블러를 손에 넣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새벽마다 대형 마트에 줄을 서거나 노숙을 하는 이들이 폭증했다.

이 분홍색 컵이 인기를 끈 건 작년부터다. 화재로 전소한 차량 안에 놓인 스탠리 텀블러를 열어보니 얼음이 하나도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던 영상이 틱톡Tiktok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후 스탠리 텀블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의 조회 수는 9억회를 넘겼다. 스탠리사社 매출도 급증했다. 2019년 7300만달러약 976억원에서 지난해 7억5000만달러약 1조35억원로 4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10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한정판 컵이 꼭 손에 넣어야 하는 물건이 됐다. 작년 크리스마스 미국 대형 마트에선 자녀를 위해 스탠리 컵을 구하러 뛰어가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연일 품절되면서 49.95달러약 6만5000원짜리 컵이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 550달러약 73만원에 팔리는 일까지 생겼다.

기현상奇現象은 국내에도 상륙했다. 26일 국내 1위 패션몰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스탠리’와 ‘스탠리 텀블러’ 검색량은 155%, 88%씩 늘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10~2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디토Ditto 소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디토’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도’란 뜻. 디토 소비란 유명인, 인플루언서, 특정 인물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 말이다.

기성세대 눈엔 맹목적인 모방 소비처럼 보이겠지만, 요즘 Z세대에겐 ‘취향을 찾는 빠른 방법’으로 통한다.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각종 숏폼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사고 싶은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소비 지도가 Z세대의 ‘디토’ 취향에 따라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전 세계 사로잡은 디토 소비

“옷이며 양말이며 우산에 귀마개까지, 딸 때문에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은 다 샀어요. 쓴 돈만 100만원이 넘네요.” 지난 25일 국내 최대 규모의 한 맘 카페에 학부모가 쓴 글이다. “100만원이면 적게 썼네요.” “산리오 캐릭터 때문에 요즘 등골이 휩니다.” 같은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실제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작년 한 해 동안 캐릭터 업체 산리오가 만들어낸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들을 내세운 제품을 80억원 가까이 팔았다.

미국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게 큰 Z세대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부모에게 용돈을 받고 산다. 또한 미국 Z세대 중 31%는 높은 주택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와 같이 산다. Z세대에게 인기를 끈 제품이 30~50대 부모들 사이에서도 많이 팔리는 이유다.

전 세계적인 아이스 음료 열풍도 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출발했다.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10~20대 소비자가 “아이스 음료를 재밌게 마시는 법”을 두고 서로 경쟁하면서 차가운 음료가 인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작년 미국 전체 매장 매출의 75%가 차가운 음료 판매에서 나왔다.

유럽과 미국을 사로잡은 우리나라 냉동 김밥 열풍도 대표적인 디토 소비 결과물로 꼽힌다. 작년 9월 무렵 냉동 김밥을 먹는 틱톡 영상이 조회 수 1000만회를 넘기면서 미국 전역 560여 트레이더조 마트에선 냉동 김밥이 모조리 품절되기 시작했다.

인도에선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각종 ‘DIY Do it yourself·스스로 꾸미기’ 열풍이 번지고 있다. 메타에 따르면, 전 세계 인스타그램 시장에서도 인도는 가장 큰 시장이다.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2억3000만명으로, 미국1억4335만명 브라질1억1350만명보다 많다. 인도 Z세대는 특히 ‘신꾸신발을 마음대로 꾸며서 신는 것’ ‘폰꾸휴대전화에 각종 액세서리를 달아 꾸미는 것’ 같은 DIY에 열광한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모방 소비인가, 취향 소비인가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NPR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와 알파 세대2011년 이후 출생 세대는 2025년이면 22억명을 넘길 전망이다. 조부모인 베이비붐 세대 인구를 추월하는 숫자다. NPR은 리포트를 통해 “브랜드가 Z세대와 만나기만 하면, 그 인기는 상상할 수 없는 차원까지 커진다”고 했다.

일각에선 Z세대의 소비가 과시 소비, 충동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 등은 “환경을 보호하려고 만든 텀블러가 유행이라는 이유로 수백만 개씩 팔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Z세대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디토 소비

’나도’ ‘나 역시’란 뜻의 디토Ditto와 소비의 합성어.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 인기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트렌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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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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