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될 팬데믹과의 전쟁 승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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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관장하는 폐, 감염의 최전선 폐는 숨을 쉬는 데 필요하다. 즉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와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을 하는 장기이다. 폐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움직여야 하고, 호흡은 생명의 상징이다. 사람의 폐는 보통 1분에 15~20번, 하루에 약 2만번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바쁘게 일하는 폐는 풍선처럼 상당히 크게 부풀었다 다시 줄어들어야 하고, 수축·팽창을 반복하는 동안 자연적으로 세포의 손상이 생겨난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곳에 있는 세포들은 각종 미세먼지·꽃가루·매연·미생물·바이러스 등 위험 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호흡기 질환에 고생할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다. 바이러스 ‘족보’ 연구하는 이유 바이러스는 매우 까다로운 놈이어서, 특별한 종의 특별한 세포만 골라서 침투한다. 그래서 그냥 감기로 통칭해 부르지만,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목감기·코감기·기침감기로 달라진다. 바이러스마다 세포에 침투하기 위한 매개체로 사용하는 단백질을 아주 선택적으로 고르기 때문에, 이 침투 매개 단백질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에 따라 감기 증상이 달라진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종류의 침투 매개 단백질이더라도 동물마다 그 염기서열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에 모두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가끔 이종 간 장벽이 깨지는 수가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다른 종의 단백질과 결합할 능력이 갑자기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새로운 침입자 바이러스에 대응할 만한 면역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큰 곤란을 겪게 된다. 코로나·메르스 모두 바로 이런 경우였고, 박쥐나 낙타가 숙주였다는 등의 바이러스 ‘족보’ 연구가 중요해진다. 바이러스의 종간 장벽은 한편으로는 감염의 창궐을 막는 고마운 일이지만, 새로운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면역 또는 치료약물을 개발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사람 폐세포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라면, 사람 폐 없이 감염 경로를 찾거나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우회 전략을 써야 한다. 사람 폐 오가노이드가 필요한 이유다. 오가노이드를 인간 감염증에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201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재직하던 쑹훙쥔, 밍궈리 부부 교수가 발표한, 지카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연구였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있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시절 브라질에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세계적인 팬데믹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부부 교수팀은 정말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고자 지카바이러스를 뇌 오가노이드에 감염시켰고, 그 결과 세포분열이 잘 되지 않아 오가노이드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어 이런 소두증 유발 모델을 가지고 소두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후보물질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신약 후보를 찾아내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준 셈이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하지 않도록 다시 폐 오가노이드 이야기로 돌아가자. 최초의 폐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일은 종양 연구에서 시작됐다. 어른의 폐를 만들기 위해 어른의 폐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어른 폐 조각을 얻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누가 순순히 폐를 떼어주겠는가?, 대부분의 어른 폐 조각은 폐암 환자 수술 때 얻어지는 주변의 정상 조직들이다. 그 뒤 폐 자체를 모델링 하는 연구가 진전되면서 폐 오가노이드 기술이 정착됐다. 우리가 ‘폐’라고 한 덩어리로 말하지만, 폐는 사실 허파꽈리 부분, 기도 윗부분과 아랫부분 등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서 그 세포 조성도 다르고, 각 영역의 재생을 담당하는 줄기세포도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성체조직 어디에서 줄기세포가 유래했는지에 따라 폐의 어느 부분과 유사한 오가노이드인지가 조금씩 다르다. 폐 일부만을 모사해도 충분한 연구도 있겠지만, 이 정도 완성도로는 만족하지 못할 연구도 많다. 폐 전체를 모사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를 만들려면, 성체줄기세포를 쓰는 것보다는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폐 발생 과정을 모사해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폐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연구 역시 진행되고 있어서 나름 좋은 성과들이 많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폐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경우 어른의 폐만큼 성숙시키는 게 쉽지 않아 다른 종류의 고민거리가 생긴다. 어린 폐와 성숙한 폐는 여러모로 많이 다르다. 태아는 양수 속에 있으므로 태아의 폐는 공기와 접촉하지 않지만, 출생 후에 숨을 쉬게 되면 폐에 공기가 들어가고, 물과 공기의 중간층에 폐조직이 있게 된다. 따라서 태아 폐 오가노이드는 그냥 배지 속에 넣어서 키워도 잘 자라는 반면, 호흡기능을 모사하는 성숙한 폐 오가노이드는 배지와 공기층 사이interface에 절묘하게 위치시켜서 배양하기도 한다. 폐 오가노이드가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에 기여한 바는 그리 크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의 폐세포로 침투하는지 그 경로는 이미 유사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알려져 있었고,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도와주는 인간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발현시켜 놓은 생쥐 모델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연구와 백신 개발이 가능했다. 오가노이드보다는 이른바 ‘인간화’ 생쥐 모델을 이용하는 방식이 더 빨랐던 거다. 그러나 백신 개발 이후 진행된 후속연구로서, 폐를 포함해 여러 장기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는지, 침투 경로는 어떤 방식인지 등을 알아내는 데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활발히 이용됐다. 주영석카이스트·이주현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팀은 2020년 성인의 폐를 모사한 오가노이드에 실제 코로나바이러스를 처리해 폐포 세포가 감염되면서 어떤 면역반응을 보이는지, 그 반응이 표면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부터, 얼마나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감염에 필요한지 등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바이러스와 인간의 전쟁은 끝이 없다. 언젠가는 또 미지의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로 몸 구석구석을 대변하는 인간 미니장기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더 강력하고 빠르고 새로운 바이러스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어릴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집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대학에 진학하고 발생학에 관심이 생겨 신경발생학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첨단기술의 과학’, ‘생물학 명강 3’ 등의 책을 썼다. <한겨레 인기기사> ■ 트럼프 “바이든, 당신 해고야”…지지자들 떠나갈 듯한 환호 카카오 “회계 바꾸겠다”…고강도 제재 피할 수 있을까 “조선학교 두렵나”…‘반성 않는 일본’에 회초리 든 시민들 “‘민간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 달 표면에 넘어졌을 수 있다” ‘경호처 폭력’ 카이스트 동문·교수 등 1136명, 윤 대통령 인권위 진정 정부 “국립대 의대 교수 1천명 증원”…의협 “어디서 구하냐” 울진 바닷속 백두대간에서 달콤한 대게살이 차오른다 [ESC] 전국 흐리고 눈·비…정월 대보름달 보기 어렵다 민주 공천 ‘투톱 갈등’으로…홍익표 “논란 여론조사 업체 빼야”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두 제자, 한국 의사 됐다 한겨레>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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