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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0회 작성일 24-04-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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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기차도 전기도 없었다. 라디오도 영화도 몰랐다. 그래도 소년은 마을 아이들과 함께 마냥 즐겁기만 했다.” 오영수 소설 ‘요람기’의 첫 구절이다.



80년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소설에서처럼, 우리는 무엇을 몰라도, 부족해도 아니 없어도 행복하다. 우리에겐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몰랐고,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삶은 잘 유지되었고,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갔다. 복잡한 기술이 없더라도, 통통거리는 디젤 발동기로 공장은 돌아갔고 경운기로도 농사짖는데 별 문제 없었다.




그렇게 별 문제 없던 2016년 3월, 알파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공지능은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보였고, 많은 이들에겐 경외감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유치원생이던 작은 아이는 “알파고의 시피유CPU를 뽑아버려야 해요”라며 울먹였다. 필자는 그 말이 더 놀라웠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겼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것이다. 2022년 말의 챗지피티는 더 큰 놀라움이었다. 알파고 때의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변곡점을 경험했다고 할 법하다. 전문가의 영역인줄 알았던 인공지능을,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편리한 일상의 도구로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디자이너의 역할까지도 대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작적 영역을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그러한 빗장을 걷어버렸다. 몰라도, 없어도 되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제3의 물결이 보이지 않는 실체였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의 흐름은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일상이 되고 있다. 프롬프트라는 입력창에 사람의 언어로써 원하는 것을 상상하듯 입력하면 결과가 바로 나타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 언어에 담긴 의도를 분석하여 가장 유사한 것을 생성한다.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온 창작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원하는 결과물을 수월하게 만들어내는 마법과도 같은 도구를 얻었다.



인간의 복잡한 언어체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에겐 말을 알아듣는 도구이자 동료가 생긴 것과 같다. 동료가 될 인공지능에 대한 문해력을 갖는 정도라면 두려움 없이, 마냥 즐거운 삶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의 내용이 깊고 세밀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력을 넓히거나, 교육을 통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몇 년이 흘렀을 때, 알파고에 놀라워했던 작은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아이는 “인공지능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줄거에요”라고 답했다. 그렇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자기 삶의 본질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잘 부릴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마냥 즐겁기만한 세상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모르는 것이 약은 아니다. 역사에서 얻은 교훈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경쟁은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일 수도 있겠다.





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장,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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