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힌 홍어·두리안, 둘 중 뭐 먹을래?" 쓰레기통에 달린 황당 질문,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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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삭힌 홍어, 두리안. 이 중 뭘 먹을래?” 호불호가 갈리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두 음식. 쉽사리 결정하기 힘들다. 황당하면서도 고민되는 질문,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이 질문이 적혀 있는 장소다. 다름아닌 쓰레기통이다. 황당한 질문에 황당한 장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이 쓰레기통은 지난 7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등장한 쓰레기통이다.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 쓰레기통마다 부착돼 있다. 당연히 정답은 없다. 대신 의도가 있다.
무심코 버리고 돌아설 쓰레기통 앞에 발길을 잡아두기 위한 질문이다. 정답을 고민하면서 마시던 음료수의 컵과 종이 홀더, 빨대를 분리해서 버린다면, 삭힌 홍어와 두리안 중 무엇을 선택하든 상관 없다. 우스꽝스럽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지난해 가을 중앙대의 시험기간 도서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쓰레기통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얼음과 커피가 든 채로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일회용 컵과 빨대 등이 가지런히 분리 배출된 건 물론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건 중앙대 재학생이자 소셜벤처 ‘사라나지구’를 창업한 서사라 대표다. 서사라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밸러스 게임을 활용한 분리배출 쓰레기통도 분리배출을 통해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기 위해서다. 서 대표가 사업화한 ‘지구자판기’도 플라스틱 쓰레기 절감의 일환이다. 지구자판기는 플라스틱 병 없이 세제나 목욕용품 등 액체류 상품만 판매한다. 쉽게 말하면 리필을 하는 자판기다. 단 액체류를 담아갈 병은 소비자가 준비해 와야 한다. 집에 있던 다 쓴 세제나 샴푸병을 가져오는 게 가장 좋다. 포장재 없는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제로웨이스트샵’과 유사한 방식인데, 지구자판기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절감하면서 가격은 낮추고 접근성은 높였다.
이날 광안리해수욕장에는 황당한 쓰레기통과 함께 지구자판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주최한 마라톤 행사 참가자 중 500여 명이 지구자판기를 통해 세제와 바디워시를 구입했다. 만약 이날 판매된 세제와 바디워시를 참가자들이 모두 헌 병에 담아갔다면, 플라스틱 쓰레기 75㎏, 탄소배출량 약 500㎏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리필은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에 중요한 대안으로 꼽힌다. 리필은 헌 병을 다시 사용하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제를 살 때마다 플라스틱 병도 함께 사게 된다. 내용물이 바닥을 비우면 플라스틱 병도 버려야 한다. 새 세제를 사면 새 플라스틱 병이 달려 오니, 헌 병은 멀쩡한데도 버릴 수밖에 없다. 만약 리필을 할 수 있다면 사용하던 플라스틱 병을 계속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올해 말 마련될 국제플라스틱협약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단계적 퇴출과 함께 재사용 목표 설정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리필과 재사용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싶은 소비자들이 원한다고 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가까운 거리, 저렴한 가격으로 리필할 수 있는 자판기, 가게들이 일정 이상 갖춰져야 한다.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으려 장바구니를 챙기듯, 새 플라스틱 병을 사지 않기 위해 헌 병을 챙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서사라 대표는 “참가자들 대부분은 지구자판기를 신기하게 바라봤다”며 “부산 집 앞에서도 리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이 가능한 지구자판기의 특성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리필의 접근성을 높이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실천의 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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