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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인슐린으로 시작한 재단…100년 뒤 바이오텍 200곳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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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12-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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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세계 1위 노보노디스크 뒤엔 100년 기업재단

韓언론 최초 덴마크 본사 르포
1달러 인슐린으로 시작한 재단…100년 뒤 바이오텍 200곳 키웠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인근 바그스베르드 상공에서 노보노디스크 본사 1동 건물을 촬영한 항공사진. 노보노디스크 제공


지난 2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도심에서 차로 20분 정도 이동해 항구도시 하브네베즈의 노보노디스크재단을 찾았다. 유럽 1위 기업으로 성장한 노보노디스크의 성장 배경을 듣기 위해서다. 한국 언론이 노보노디스크재단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보노디스크는 1922년 인슐린을 유럽에 처음 도입한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4년 창업한 노디스크가 모태다. 100년간 당뇨 등 만성질환이라는 ‘한 우물’에 매진하며 세계 인슐린 공급량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체중 감량 비결로 알려진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신약 ‘위고비’ 개발사다.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에 비만약 개발 열풍을 몰고 온 혁신 기업이다.

이날 방문한 노보노디스크재단은 노보노디스크 지주사인 노보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한 모회사다. 노보홀딩스가 노보노디스크 지분 28%를 보유하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노보홀딩스는 노보노디스크의 일반 주식클래스 B보다 의결권이 열 배 높은 차등의결권 주식클래스 A을 보유해 의결권의 77%를 확보하고 있다. 기업재단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덴마크는 기업재단 천국이다. 세계 최대 물류회사인 머스크, 덴마크 대표 맥주회사 칼스버그 등은 모두 재단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60% 이상이 기업재단 산하로 추산된다.
세계 1위 비만약 기업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를 가다
탄탄한 지배구조가 성장 비결…재단이 지주사 지분 100% 보유
‘1달러.’ 노보디스크 창업자 중 한 명인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2년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인슐린 기술을 가져올 때 지급한 금액이다. 192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크로그는 당시 토론토대 의학자와 두 가지 약속을 했다. 당뇨병을 앓는 모든 환자에게 인슐린을 제공하고, 수익은 연구·자선 활동 등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른 임상의학자, 투자자와 1924년 노디스크인슐린펀드를 꾸렸다. 제약사 노디스크도 차렸다. 이곳에 근무하던 페데르센 형제는 이듬해 인슐린 독자 생산을 위해 ‘노보테라퓨티스크연구소’를 열었다.

100년이 지났다. 두 회사는 1989년 합병해 노보노디스크가 됐다. 크로그가 토론토대와 한 약속은 유럽 1위이자, 세계 2위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를 운영하는 ‘기업재단’으로 꽃을 피웠다.
○ 재단이 기업 소유한 노보노디스크
지난 2~5일 덴마크 코펜하겐을 찾은 것은 기업재단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덴마크 주식시장에 상장된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18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회사의 모회사는 비영리재단으로 분류되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이다.

기업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은 노보노디스크 지주회사인 노보홀딩스를 지분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노보홀딩스는 노보노디스크와 바이오솔루션 기업 노보네시스를 제외하고도 200여 개 생명과학 기업 지분을 갖고 있다. 초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다만 두 회사만은 절대 매각할 수 없도록 정했다. 기업 모태가 된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다.

지난해 기준 노보홀딩스가 투자 성과로 거둔 수익은 6조4000억원이다. 노보노디스크재단 자산은 226조원까지 불어났다. 사회공헌 활동, 투자 등으로 지난해 재단에서 투입한 금액은 1조8000억원이다. 재단의 장기 운영 방향은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10명 중 3명은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 직원 중 투표로 선출해 채워졌다. 노보홀딩스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직원이 30명에 불과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며 “2030년엔 재단의 연간 지원 금액이 지금보다 세 배 정도 늘어 35억유로약 5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 기업재단으로 장기 투자 선순환
현지 관계자들은 이렇게 독특한 기업재단 구조를 노보노디스크가 100년간 당뇨·비만 등 만성질환이란 한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낸 배경으로 꼽았다.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도 재단의 생명은 끊어지지 않는다. 비영리법인인 재단에서 영리법인인 기업으로 자금이 끊임없이 선순환되면 일시적 유동성 위기 등을 이겨내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탄탄하게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바뀌는 시장의 눈높이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재단은 장기 투자를, 기업은 단기 성과를 추구하면서 좋은 상호작용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과 기업 육성을 위한 영리 투자를 모두 할 수 있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도 장점이다.

기업 유출을 막기 위해 애쓰는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 재단을 설립해 기업을 운영하면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한 곳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노보노디스크재단 관계자는 “기업재단이 아니었다면 노보노디스크도 다른 기업처럼 인수합병Mamp;A돼 혁신 신약 개발에 유리한 미국이나 스위스로 이전했을 것”이라며 “노보노디스크가 덴마크에서 계속 사업하는 것은 기업재단 구조 덕”이라고 했다.

한국도 LG그룹과 한진그룹의 오너 관련 재단에서 일부 계열사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주요한 기업 지배구조로 자리 잡진 못했다. 유럽에 비해 재단의 재산 활용, 배당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 민관 협력 사업으로 코로나 극복도
비만 신약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춘 노보노디스크와 달리 노보노디스크재단은 만성질환과 항생제 내성 극복, 감염 예방 플랫폼 개발, 양자컴퓨팅 등 미래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3월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설계를 위한 슈퍼컴퓨터 ‘게피온’도 함께 공개했다. 코펜하겐을 양자컴퓨팅 기술 중심지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덴마크에 진단PCR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변이 추적 연구를 한 것도 노보노디스크재단의 몫이었다. 재단은 덴마크 내 5개 지역에서 스테노당뇨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당뇨 검사는 물론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혈당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스테판 루더스 노보노디스크재단 수석부사장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수년간 만성질환과 항생제 내성, 농·식품 분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코펜하겐=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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