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해결사, 유전자혁명]② "韓 유전자 교정 기술 사장 위기"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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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교정과 유전자변형 동일 규제하는 한국
해외에선 유전자교정은 규제 않고 장려
최수진 의원이 구분하는 법 개정안 발의
생명공학자들 “유전자교정 기술 키워야”
해외에선 유전자교정은 규제 않고 장려
최수진 의원이 구분하는 법 개정안 발의
생명공학자들 “유전자교정 기술 키워야”
“유전자교정은 생명공학분야의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신품종 식물 개발 등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부각됐다. 우리나라도 다른 주요국들처럼 유전자교정 식물을 유전자변형생물체로 규제하지 않도록 구분하여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난 9월 말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과학기술 학술·연구 단체들이 공동으로 국회에 보낸 의견서의 일부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LMO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직후였다. 이 법 개정안은 유전자교정생물체GEO를 유전자변형생물체GMO와 별도로 구분하고 GEO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이 법안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GEO 관련 기술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영희 전남대 교수가 대표로 작성했다. 한국 생명공학 분야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이 의견서 서명에 총출동했다. 강성택 한국육종학회 회장과 김창길 한국식물생명공학회 회장, 오세량 한국응용생명화학회 회장, 유장렬 미래식량자원포럼 회장, 이선우 한국식물병리학회 회장, 전종성 한국식물학회 회장, 전창후 한국원예학회 회장, 최도일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이 의견서에 동참했다.
대한민국 대표 과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건 최 의원이 낸 LMO법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GEO와 GMO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규제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유럽이 GEO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이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뉴질랜드, 한국만이 GEO를 GMO처럼 규제한다. 뉴질랜드도 2025년부터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한국과 남아공만 남는다.
GMO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종자에 넣어 새 특성을 부여한 작물을 말한다. 1996년 GMO 옥수수나 콩이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이후 28년 동안 전 세계에서 단 한 건도 인체나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없었다. 그럼에도 GMO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강도 높은 안전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면 GEO는 효소 복합체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유전자 DNA 염기서열 중 일부분만 바꾼 것이다.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와 다를 게 없다.
GEO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과 일본, 남미 등 대부분 국가가 GEO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이던 유럽도 규제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GMO와 GEO를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GEO는 일반 식물만큼 안전하기 때문에 GMO처럼 안전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견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한국도 서둘러서 GEO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서는 “세계 주요국들은 유전자교정과 유전자변형의 차이점을 인식해 GEO를 GMO로 정의하지 않고, 규제하지 않는 추세”라며 “GEO를 GMO로 정의하면 유전자변형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에 따른 낙인 효과가 발생해 국내 유전자교정 기술과 개발품이 사장되고, 기후변화 대응 수단이 소실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서를 작성한 정영희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전자교정 기술은 여러 카테고리가 있는데 자연 상태의 돌연변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이런 기술에 대해서는 규제를 없애고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교배나 돌연변이로 만든 작물은 아무런 검사 없이 먹으면서 같은 차원인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작물은 GMO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연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학자들은 애써 확보한 한국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정부 규제가 사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서 원천 특허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데, 원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정부가 이걸 지원하지 못해서 자꾸 늦어지고 있다”며 “종자 시장은 한 번 자리 잡으면 후발 주자가 들어가기 힘든데,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안 돼서 뒤로 물러나면 국내 종자 시장은 누가 지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툴젠이나 지플러스생명과학, 라트바이오, 라세미아 같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GEO를 개발하고도 국내에서는 상업화가 어려워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이 만든 작물은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을 억제한 감자, 유전자교정 소, 비타민D 토마토 같은 고부가가치 신품종이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국가가 규제를 풀고 있는 GEO까지 국내에서 규제 대상으로 묶으면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국내 기업들이 결국 해외 경쟁자들에게 역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는 GEO를 GMO로 정의하거나 규제하지 않는 추세인데, 그와 달리 한국이 GEO를 GMO로 정의하면, 유전자변형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거부감으로 인한 불필요한 낙인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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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iu@chosunbiz.com 홍아름 기자 arhong@chosunbiz.com
지난 9월 말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과학기술 학술·연구 단체들이 공동으로 국회에 보낸 의견서의 일부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LMO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직후였다. 이 법 개정안은 유전자교정생물체GEO를 유전자변형생물체GMO와 별도로 구분하고 GEO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이 법안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GEO 관련 기술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이 유전자교정 기술로 만든 비타민D 토마토. 국내에서는 규제 탓에 판매가 어려워 글로벌 종자 회사인 바이엘과 함께 해외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지플러스생명과학
대한민국 대표 과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건 최 의원이 낸 LMO법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GEO와 GMO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규제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유럽이 GEO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이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뉴질랜드, 한국만이 GEO를 GMO처럼 규제한다. 뉴질랜드도 2025년부터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한국과 남아공만 남는다.
GMO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종자에 넣어 새 특성을 부여한 작물을 말한다. 1996년 GMO 옥수수나 콩이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이후 28년 동안 전 세계에서 단 한 건도 인체나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없었다. 그럼에도 GMO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강도 높은 안전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면 GEO는 효소 복합체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유전자 DNA 염기서열 중 일부분만 바꾼 것이다.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와 다를 게 없다.
GEO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과 일본, 남미 등 대부분 국가가 GEO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이던 유럽도 규제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GMO와 GEO를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GEO는 일반 식물만큼 안전하기 때문에 GMO처럼 안전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견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한국도 서둘러서 GEO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서는 “세계 주요국들은 유전자교정과 유전자변형의 차이점을 인식해 GEO를 GMO로 정의하지 않고, 규제하지 않는 추세”라며 “GEO를 GMO로 정의하면 유전자변형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에 따른 낙인 효과가 발생해 국내 유전자교정 기술과 개발품이 사장되고, 기후변화 대응 수단이 소실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서를 작성한 정영희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전자교정 기술은 여러 카테고리가 있는데 자연 상태의 돌연변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경우도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이런 기술에 대해서는 규제를 없애고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교배나 돌연변이로 만든 작물은 아무런 검사 없이 먹으면서 같은 차원인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작물은 GMO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연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전자교정 기술에 대한 전 세계 주요국의 규제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한국은 GEO와 GMO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 규제한다. 뉴질랜드는 현재는 GEO를 규제 대상에 놓고 있지만, 내년에 GMO와 별개로 구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그래픽=정서희
실제로 툴젠이나 지플러스생명과학, 라트바이오, 라세미아 같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GEO를 개발하고도 국내에서는 상업화가 어려워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이 만든 작물은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을 억제한 감자, 유전자교정 소, 비타민D 토마토 같은 고부가가치 신품종이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국가가 규제를 풀고 있는 GEO까지 국내에서 규제 대상으로 묶으면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국내 기업들이 결국 해외 경쟁자들에게 역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는 GEO를 GMO로 정의하거나 규제하지 않는 추세인데, 그와 달리 한국이 GEO를 GMO로 정의하면, 유전자변형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거부감으로 인한 불필요한 낙인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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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iu@chosunbiz.com 홍아름 기자 ar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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