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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튀어나온 사람의 귀, 물고기 아가미 유전자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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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4회 작성일 25-0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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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귀는 아가미 유전자의 재활용이다. Sam Badmaeva/Unsplash


척추동물 중에서 밖으로 툭 튀어나온 외이를 갖고 있는 동물은 포유류 정도다. 포유류의 외이는 귓바퀴와 외이도로 구성되어 있다. 소리를 모아 고막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구조는 포유류가 다양한 소리를 정확하게 구별하고, 소리의 방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외이는 소리 전달 외에 종마다 조금씩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토끼는 이 귀를 이용해 포식자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소리로 포식자의 위치를 감지한다. 박쥐는 안테나처럼 생긴 귀를 이용해 사냥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코끼리는 큰 귀로 1km 이상 떨어져 있는 동료의 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으며, 무더운 날에 귀를 부채처럼 펄럭여 체온을 조절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는 감정 상태에 따라 귀를 쫑긋 세우거나 뒤로 젖힌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어떻게 이런 해부학적 형태의 귀를 갖게 됐을까? 이를 규명하는 두 편의 논문이 양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잇따라 발표됐다.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에선 포유류의 외이가 지질로 가득찬 연골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밝혀냈고, 네이처 연구에선 진화론 관점에서 포유류의 외이를 형성하는 유전자 제어 회로가 물고기 아가미의 유사한 회로에서 유래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네이처 논문을 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아가미 구조가 외이로 변형된 것이 아니라 아가미를 만드는 유전자가 외이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초의 척추동물이 육지에 출현해 아가미가 사라지자 이 아가미 연골을 만드는 유전자가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일종의 유전자 재활용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애비게일 터커 교수발달 및 진화학는 사이언스에 “이것이 바로 생명과 진화의 경이로움”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에 성공한 이후 포유류의 외이 연골은 각각의 종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진화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생물학연구소의 마르케타 카우카진화생물학 박사는 “이 새로운 유형의 연골 구조가 포유류의 뛰어난 청각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부학 교과서에 없는 네번째 연골 유형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생쥐 귀 조직에 대한 현미경 검사를 준비하던 중 뜻하지 않게 새로운 유형의 연골과 마주쳤다. 연구진은 검사를 위해 건조시킨 귀 조직에서 지질이 포함돼 있음을 나타내는 뚜렷한 구멍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귀 연골은 마치 공기주머니버블랩처럼 지질 액포로 가득찬 세포의 집합체였다. 이는 지질이 거의 없는 일반적인 연골세포와 달랐다.



연골은 연골 세포와 세포외 기질ECM로 구성돼 있다. 세포외 기질은 세포 사이의 틈을 메꿔주는 물질을 말한다. 그런 물질로는 콜라겐, 프로테오글리칸, 엘라스틴 섬유 등이 있다. 세포외 기질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유리 연골, 탄성 연골, 섬유 연골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관절에 있는 연골은 유리연골이다.



그러나 연구진이 이번에 발견한 귀 연골 조직은 세포 안에 지질이 가득한 것으로, 해부학 교과서에도 없는 유형이었다. 지질 연골세포는 레고블록처럼 크기가 균일하고 촘촘하게 밀집해 있어,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줄 수 있다. 연구진이 강도를 측정해보니 지방조직보다는 단단하고 내구성이 있지만 무릎, 갈비뼈의 연골보다는 더 유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연골은 사실 1854년 독일의 동물조직학자 프란츠 폰 라이디히Franz von Leydig가 생쥐에서 처음 발견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다른 연골과 전혀 다른 구조여서 그동안 간과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를 네번째 연골로 부활시켰다.



연구진은 생쥐의 코, 후두, 흉골에서도 지질이 풍부한 연골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 총 65종의 동물을 조사한 결과 주머니쥐, 박쥐, 인간을 포함한 다른 포유류의 귀도 같은 유형의 연골로 이뤄져 있다는 걸 확인했다. 반면 외이가 없는 양서류, 파충류, 종류에는 이런 연골이 없었다.



지방세포의 지질 방울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지만, 지질연골에서는 대사 기능이 아닌 구조를 지탱해주는 기능을 한다. 연구진은 생쥐가 과식을 하거나 굶어도 지질 액포의 크기에는 변화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또 이 액포가 당분을 지질로 전환하는 매우 특정한 대사 경로를 사용해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냈다. 덕분에 각각의 동물종에 적합한 소리 수집 기능을 할 수 있는 쪽으로 귀 구조가 진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코끼리, 박쥐, 토끼 등 포유류의 뛰어난 청력은 몸 밖으로 튀어 나와 있는 외이 덕분일 수 있다. Pexels




아가미와 외이 유전자의 공통점





포유류의 외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했을까? 연골 조직은 화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포유류 외이의 진화 과정은 아직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배아 발달 과정에서 어류 아가미의 연골과 포유류 외이의 연골은 동일한 세포에서 발생한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외이 진화의 뿌리를 찾아나선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제브라피시와 인간 연골의 유전자 활동을 측정한 결과, 사람 귀 연골과 제브라피시 아가미 조직의 발현 패턴이 매우 비슷하다는 걸을 발견했다.



물고기 아가미와 인간의 귀 연골은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촉진하는 핵심 DNA 서열이 같았다. 인간 귀 연골에서 확인된 14개의 염기서열 중 5개가 제브라피시 아가미 연골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제브라피시의 비아가미 연골에는 단 하나만 존재했다.



과학자들은 또 이 염기서열 중 일부는 어류와 포유류 간 상호교환도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인간의 염기서열을 제브라피시에 집어넣자, 이 염기서열은 제브라피시의 아가미에 있는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브라피시의 아가미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것 중 하나는 생쥐의 귀에 있는 유전자를 자극했다. 연구진은 이는 포유류의 귀가 물고기의 아가미와 동일한 유전자 제어 회로를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척추동물과 먼 친척인 말굽게의 아가미 조직도 분석했다. 그 결과 제브라피시의 연골 유전자 활성화 인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게의 아가미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의 유전자를 제브라피쉬 배아에 이식하자 게의 아가미에 있는 유전자가 활성화했다.



생쥐의 귀에 있는 연골세포는 지질로 가득차 있다. Raul Ramos




연골 재생 치료에 응용 기대





연구진은 “우리 귀는 최초의 연골이 진화적으로 남긴 잔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의 바트-안잔 불라르 교수고생물학는 “추가 연구를 통해 어류 아가미와 포유류의 귀에 있는 연골이 무척추동물에서도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동물의 역사도 새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훼손된 신체 부위를 대체하는 조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실에서 인간 연골 세포를 배양해 얼굴, 목 등의 연골을 복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비비아나 에르모실라 아과요 교수해부학도 사이언스에 실린 관점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연골 퇴화 치료를 위한 재생의학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 정보



Superstable lipid vacuoles endow cartilage with its shape and biomechanics.



DOI: 10.1126/science.ads9960



Repurposing of a gill gene regulatory program for outer ear evolution. Nature 2025.



https://doi.org/10.1038/s41586-024-08577-5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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