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벌어도 한국엔 100원도 아까워"…돈 못 내겠다 배째라더니 결... > IT/과학기사 | it/science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국서 12조원 벌고도 데이터센터는 못 짓겠다?”

‘망 사용료 지불’, ‘고정밀지도 활용’ 문제를 놓고 한국 기업 및 정부와 지난한 줄다리기를 하던 구글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구글과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사안을 잇달아 꼽은 것이다. ‘보복 관세’ 부과 카드까지 거론함에 따라,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망 사용료는 물론 세금마저 회피했던 구글이 사실상 면죄부를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1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미국 기업에 불리한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트워크 망 사용료 부과 ▷한국의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 등을 거론했다. 모두 구글이 한국 기업 및 정부와 수 년~ 십수 년 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의 한 건물 [연합]

망 사용료란 구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사업자’인터넷 서비스 업체·ISP에 지불해야 하는 돈을 뜻한다. 망 사용료 논란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시청에 따른 데이터양이 폭증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튜브,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구글은 국내에서 트래픽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기업이다. 2023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30.6%가 구글로부터 발생됐다. 2위 넷플릭스6.9%와의 격차도 상당한 수준이다.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구글의 적정 망 사용 대가가 추정 매출의 2%인 2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0원이다. ▷ISP가 통신 가입자들에게 이용료를 받는 점 ▷미국에서 망 접속료를 낸 점 ▷해저 케이블을 지나 해당 국가 근처까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복사본을 미리 저장해놓는 캐시서버를 구축해놓은 점 등을 근거로 이용료 지불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웨이보 캡처]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5.1%를 차지하는 메타가 100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는 해마다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에게는 특히 ‘역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 망 이용계약 의무화, 망 이용환경 실태조사 신설 등 제도 개선방안 검토를 포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변수다. 자칫 망 사용료 지불에 따른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망 사용료가 비관세 장벽이 아니라는 반발이 작지 않다. 국내 통신사도 해외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일본 라인을 운영하며 2020년 1∼9월 854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전용회선 시장은 경쟁적이며, 협상력이 CP에 있다”면서 “CP가 ISP를 대상으로 저가 입찰 줄세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 이용대가 이슈는 빅테크간 역차별 해소가 팩트”라며 “USTR 보고서가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럴드DB]

구글은 한국 정부와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을 놓고도 지난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1대5000 축척의 전국 단위 국가기본도를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와 해외 소재의 구글 데이터 센터에서 서비스하겠다고 반출을 요구하면서다.

구글이 고정밀지도를 요구하며 내세운 근거에는 ‘국내 관광산업 성장’이 있다. 전 세계 74개 언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숙소 예약 서비스와 연동된 구글 지도를 보다 세밀하게 정비할 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같은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국내 방문 외국인들 대다수가 이미 네이버 지도, 파파고 등 국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족도도 높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주요 여행 앱 동향 및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며 가장 만족한 앱으로 ‘네이버 지도’27.8%가 꼽혔다. 외국인들은 네이버 지도의 장점으로 ‘하나의 앱에서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검색 가능’54.2%을 언급했다. 지도의 정밀성은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애플 ‘나의 찾기’ 기능. [헤럴드DB]

더군다나 같은 빅테크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애플의 경우 1대2만5000 축척 지도로 기기 추적 기능인 ‘나의 찾기’ 기능을 도입했다. 해당 지도는 현재 구글이 이용 중인 것과 동일한 축척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글이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국내 사업 등을 위해 위치 기반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구글에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허용할 시 중국 등 다른 국가 기업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것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반출 승인을 고집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불허 배경에는 안보가 자리잡고 있다. 구글이 국내에 법인 및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서버를 두고, 보안 문제만 확인 받으면 해결될 문제”라면서 “그럼에도 해외 본사 서버를 고집하는 이유는 법인세를 회피하려는 것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재무관리학회 세미나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구글의 매출은 1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관련 법인세만 518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의 실제 납부세액은 155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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