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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과학용어] 전기·전자 산업의 패러다임 바꿀 초전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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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3-08-02 06:01 조회 1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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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국내 연구진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주장
물리학계 뜨거운 감자로 초전도체 떠올라
초전도 현상 설명하는 완벽한 이론도 없어
고온 초전도체 개발됐지만 제조 어려워 상용화 안돼
상온 초전도체 찾는 과학자들 여전히 많아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탁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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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상온과 상압 환경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물질,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과학계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국내 민간연구회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대표와 한양대 오근호 명예교수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이 논란의 시작입니다. 해외 주요 외신은 물론이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반인들도 이번 연구의 실체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초전도체 연구가 이렇게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초전도체 연구의 시작은 100여년 전인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여러 금속의 저항을 측정하던 중 약 영하 269도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초전도 현상이 처음으로 발견된 순간입니다. 이후 납과 니오븀 합금, 주석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며 그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습니다.

이후 많은 물리학자들이 초전도체 연구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는 점차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초전도체가 사용될 정도로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상온 초전도체는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아주 높은 압력이 필요한 수준입니다. 또 일부는 검증되지 못했거나 데이터 조작으로 판별되며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한다면 전기 산업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초전도체가 무엇이길래 물리학자들은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이현정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핵융합공학연구지원전담팀 팀장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가 초전도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네이처’에 다른 연구팀보다 훨씬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검증이 되지 않고 데이터 조작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당했다. 올해 초 다시 논문을 발표했으나 물리학계는 그의 연구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로체스터대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가 초전도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네이처’에 다른 연구팀보다 훨씬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검증이 되지 않고 데이터 조작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당했다. 올해 초 다시 논문을 발표했으나 물리학계는 그의 연구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로체스터대

◇저온 초전도체에서 전자는 춤을 춘다

초전도는 특정한 온도에서 저항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 때 전류를 무한대를 흘려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부릅니다. 물리학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초전도체를 찾는 것입니다.

새로운 초전도체를 쉽게 찾으려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이론은 없습니다. 초전도체는 ‘이론보다 실험이 앞서가는 분야’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초전도체가 발견된 초기에는 ‘BCS 이론’으로 초전도 현상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물리학자 존 바딘, 레온 쿠퍼, 존 슈리퍼 등 3명이 1957년 제안한 이론입니다. 세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서 성을 딴 ‘BCS이론’을 발표한 공로로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BCS 이론에 따르면 아주 낮은 온도에서 2개의 전자가 한 쌍을 이뤄 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이를 ‘쿠퍼 쌍’이라고 부릅니다. 쿠퍼 쌍은 금속의 원자들이 일으키는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즉 저항을 받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전자가 춤을 춘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후 발견된 고온 초전도체가 작동하는 원리는 BCS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후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몇몇 제안되기는 했으나 모두 불완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故 최동식 고려대 교수가 1993년 주장한 ISB 이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초전도체가 ISB 이론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트륨, 바륨, 구리 산화물로 만든 고온 초전도체 YBCO의 모습. 영하 180도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지만 단단한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필요한 모양으로 만들기 어렵다. 이처럼 대부분 고온 초전도체는 산업에 사용이 어려워 실제로는 저온 초전도체가 주로 사용된다./막심 빌로비츠키

이트륨, 바륨, 구리 산화물로 만든 고온 초전도체 YBCO의 모습. 영하 180도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지만 단단한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필요한 모양으로 만들기 어렵다. 이처럼 대부분 고온 초전도체는 산업에 사용이 어려워 실제로는 저온 초전도체가 주로 사용된다./막심 빌로비츠키

◇임계 온도와 성형이 초전도체 상용화의 핵심

BCS 이론을 무너뜨리며 물리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고온 초전도체는 이름과 달리 아주 낮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냅니다. 초전도체를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온도인 임계 온도를 기준으로 하면 크게 저온·고온·상온 초전도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온 초전도체는 1911년 처음 발견된 것처럼 영하 269도 가량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물질입니다. 액체 헬륨을 이용해 이 온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고온 초전도체는 이보다 조금 높은 온도인 영하 230~250도의 액체 수소나 액체 질소를 사용해 초전도성을 나타냅니다. 상온 초전도체는 약 25도 온도에서도 초전도성이 나타납니다.

초전도체의 임계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저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거대한 설비 때문입니다. 초전도체는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될 수 있는데 임계 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적은 비용과 설비가 필요합니다.

물론 임계 온도가 높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전도체를 사용해 쓸만한 장치를 만들려면 얼마나 쉽게 모양을 바꿀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초전도체는 대부분 저온 초전도체입니다.

일반적으로 저온 초전도체는 순수한 물질이고, 고온 초전도체는 고온으로 구워낸 세라믹입니다. 대표적인 세라믹인 도자기를 안깨뜨리고 모양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고온 초전도체는 저온 초전도체보다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더라도 실제 산업에 쓸 수 있을 정도로 가공이 어렵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이 운영하는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작동 시뮬레이션. KSTAR 내부에는 초전도 자석이 들어 있어 1억도에 달하는 고온의 플라즈마가 내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초전도체는 이외에도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전력 케이블 등 일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이 운영하는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작동 시뮬레이션. KSTAR 내부에는 초전도 자석이 들어 있어 1억도에 달하는 고온의 플라즈마가 내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초전도체는 이외에도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전력 케이블 등 일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아직 발견하지 못한 초전도체, 더 많을 수도

초전도 현상을 설명할 수도,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초전도체는 일부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저항이 없어 에너지의 손실이 없다는 점과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파주시 문산변전소와 선유변전소 사이에 초전도 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총 2㎞ 구간에 초전도체로 만들 전선을 연결하고 손실 없이 전력 송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구리 전선을 사용하면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의 4%가 저항 때문에 사라집니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국내 기준으로 약 1조5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150억원 규모였던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2026년까지 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병원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할 때 쓰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도 초전도체가 들어 있습니다. 초전도체에 전류를 흘려 만들어진 아주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신체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에도 초전도 자석이 들어 있어 1억도에 달하는 뜨거운 플라즈마가 내벽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강한 자기장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양자컴퓨터 같은 미래 기술에도 초전도체가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낮은 임계 온도와 불편한 가공 방식 때문에 활용 범위가 제한된 초전도체지만, 쉽게 가공할 수 있는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다른 어떤 기술보다 파급력이 클 것입니다. 전력 효율이 높은 배터리를 만들 수도, 우주 탐사를 위한 강력한 전기 모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상온 초전도체는 없고, 이를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지금까지 찾은 것보다 많은 초전도체가 있을 것이고 그 중 상온 초전도체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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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기자 alwaysa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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