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사각 맛이 다르다고? 라면 모양 전쟁 60년 > IT/과학기사 | it/scienc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IT/과학기사 | it/science

원형·사각 맛이 다르다고? 라면 모양 전쟁 60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3-09-11 03:01

본문

뉴스 기사
15일 라면 60주년 ‘맛의 과학’ 섬세한 경쟁… 삼양 “초창기 사각면으로”

60년 전 9월 15일. 국내 최초의 라면을 내놓았던 ‘삼양라면’이 10일 면麵의 형태를 초창기 버전인 사각 면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면의 꼬불꼬불한 형태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사각 면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각 면과 ‘원형 면’은 맛과 식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네모 라면’과 ‘동그란 라면’은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지난 60년 동안 국민의 애호 식품 중 하나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고 있는 라면이 ‘환갑’을 맞아 ‘사각 면’ 대 ‘원형 면’ 논쟁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국내 4개 라면 업체의 연구소에 그 차이를 물어봤다.

사진=오종찬 기자, 그래픽=김하경

사진=오종찬 기자, 그래픽=김하경

◇불규칙한 원형 면, 촘촘한 사각 면

시작은 ‘네모’였다. 한국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서울 하월곡동 삼양공업 공장에서 최초로 나왔다. 직원들은 손으로 수프를 한 봉지씩 저울에 달아 포장해 내놓았다. 수작업이었다. 이 사각형 라면을 냄비에 쏙 들어가는 원형으로 바꾼 회사가 농심이다. 1982년 원형 면인 ‘너구리’를 내놓으며 제품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때부터 국내 라면 제품의 면 모양이 두 가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사각이냐, 동그라미냐’의 차이는 제조 공정에서 비롯된다. 사각 면은 길게 뽑아서 쪄낸 면을 자른 뒤, 반 접어 그대로 튀겨낸다. 반면 원형 면은 증기로 한 번 쪄낸 면을 둥근 틀에 담아 만든다. 면을 찌는 과정에서 생기는 끈적한 전분은 물로 씻어내고, 분리된 면발 가닥을 원형 틀에 담아 튀겨낸다. 물기가 있는 상태로 면을 튀겨야 하기 때문에 사각 면보다 높은 온도에서 더 긴 시간 튀겨 수분을 날린다. 수분량이 12% 이상이 되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4~6%까지 수분량을 낮추는 것이다. 공정이 더 긴데다가 튀김 기름도 더 많이 쓰고 온도도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더 든다.

게다가 다른 모양은 끓이고 난 뒤 면발이 풀리는 속도의 차이도 만든다. 사각 면은 면과 면 사이가 촘촘하지만, 원형 면은 면과 면 사이 공간이 넓어 끓인 뒤 면발이 풀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 한 라면 업체 연구원은 “원형 면은 라면을 끓일 때 젓가락으로 면을 풀어주는 수고가 덜하다”고 말했다.

식감에도 차이가 있다. 원형 면은 전분이 씻겨나가 좀 더 매끄럽고 후루룩 넘어간다면 사각 면은 찐 면을 그대로 튀기기 때문에 더 꼬들꼬들하고 꼬불꼬불한 면의 형태가 잘 유지된다.

◇굵은 면, 가는 면, 말린 면도 다양

연구원들은 라면 면의 맛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료의 ‘배합 비율’이라고 했다. 삼양라면은 이번 60주년을 기념해 사각 면으로 바꾸면서 전분 함량을 낮추고, 일부 전분을 생生 감자 전분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국물은 더 깔끔해지고, 면은 쫄깃해졌다는 설명이다.

면을 조리하는 시간도 면의 형태만큼이나 강력분·중력분 같은 밀가루 종류와 배합 비율의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표준 조리 시간은 원형 면인 신라면이 4분 30초로 사각 면인 진라면4분보다 30초 더 길다. 연구원들은 “원형 면이 물에 더 빨리 풀리긴 하지만 밀가루 종류나 면의 굵기 등에 따라 익는 속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면의 굵기나 제조법을 달리해 식감을 차별화하기도 한다. 팔도는 비빔면과 도시락 등에 사각 면을 사용하지만 일반 라면 대비 30% 가는 면을 사용해 빨리 익도록 했다. 농심은 찐 면을 110℃ 고온에 말린 건면을 내놓았는데 면이 더 딱딱하기 때문에 물에 빨리 풀리는 원형으로 제조한다.

◇라면마다 면 궁합도 달라

농심은 안성탕면과 찰비빔면, 감자면 등 6개 제품만 사각 면으로 내고, 대표 상품인 신라면, 너구리, 오징어짬뽕 같은 나머지 라면은 전부 원형 면으로 출시하고 있다. 반면 오뚜기는 진라면을 비롯한 모든 제품을 사각 면으로 만든다. 식품 회사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의 장녀 함연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농심 창업자의 손녀딸인 친구와 신라면을 맛보면서 “동그란 라면이 있네요?”라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인기 제품일수록 면의 형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삼양라면이 사각 면을 원형 면으로 바꿔 내놓자 “모서리를 깎아 중량을 줄인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오해 섞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국내 1호 라면 업체’인 삼양식품은 작년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출 효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9090억원을 달성했다. 해외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불닭볶음면도 사각 면이다.



[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210
어제
770
최대
2,563
전체
398,222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