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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심장 췌장 폐 간…인간에 심을 날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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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5회 작성일 23-11-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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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심장 췌장 폐 간…인간에 심을 날 머지않았다


지난달 12일 미국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2년 넘게, 758일 동안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돼지와 원숭이라는 이종 간 신장 이식 실험에서 이렇게 긴 생존기간을 달성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존 세계 최장 기록은 200일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9월에는 돼지 신장을 뇌사 환자에게 이식한 실험 결과도 나왔다. 32일째 돼지 신장이 사람의 몸에서 정상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 이종 간 장기이식 관련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종 간 장기이식이 머지않은 장래에 보편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종 간 장기이식이 전 세계에서 중요한 의료 문제로 꼽히는 장기 부족 사태를 해결할 묘책으로 제시된다. 문제가 생긴 인간의 장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데 제약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종 간 장기이식은 동물로부터 얻은 기관이나 조직, 세포 등을 치료 목적으로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뜻한다. 여러 원인으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질환이 늘어나고 이에 대응해 장기이식술이 발달하면서 장기이식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2276명이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기준 뇌사 기증자 수는 378명이었다. 지난해에는 기증자 수가 최저를 기록했다. 하루에 약 6.8명이 장기이식 대기 중 목숨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식 장기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종이식 기술이 발달했다. 이종이식은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장기를 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식에 실패하더라도 재시도가 가능하며 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최상 상태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도 가능하다.

동물은 주로 돼지가 쓰인다. 체중이 60~80㎏으로 사람과 비슷한 미니돼지의 장기를 사용한다. 계통학적으로 사람과 가까운 영장류를 쓰는 데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 돼지의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영장류에 비해 대량 번식이 쉬우며 새끼를 많이 낳는다는 점도 이종 간 장기이식 연구 대상 동물로 주로 돼지가 꼽히는 이유다.

이미 돼지의 췌도나 각막 등을 이식하는 것은 일부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돼지 췌도를 분리해 당뇨환자에게 이식하는 등의 이종 간 이식 수술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신장을 포함해 심장과 폐, 간 등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미국 바이오벤처 e제네시스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돼지 신장 이식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달 12일 네이처에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758일까지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이식한 돼지 장기는 원숭이보다 사람에게 더 적합한 유전자들이 추가됐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면 결과가 더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숭이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SPR-Cas9 기술을 접목했다. 미니돼지의 유전자 69개를 세 차례에 걸쳐 편집하고 복제했다. 사람에게 돼지 장기를 이식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다당류인 글리칸 항원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 7개를 추가했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인 돼지 레트로바이러스PERV의 유전자는 비활성화했다.

그런 다음 이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그 결과 원숭이는 2년 넘게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으로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였으며 레트로바이러스의 인간 전염 위험을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고 밝혔다.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해 약 61일간 신장이 제 기능을 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미국 뉴욕대 랭곤헬스병원 연구팀은 지난 9월 "뇌사 환자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이 61일간 기능을 했다"며 "세계 최장 기록"이라고 밝혔다. 실제 신장은 독소를 여과하고 소변을 생산하는 기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61일 후 신장이 결국 제 기능을 잃은 것은 몸의 면역반응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향후 실험에서는 면역억제제의 강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는 지난 9월 미 해군 참전용사 로런스 포세트 씨가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고 밝혔다. 포세트 씨는 지난 9월 14일 심부전 말기로 메릴랜드대 의대를 찾았다. 사람 심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포세트 씨는 그 대신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이식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종이식을 위한 긴급 허가를 내줬고,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그는 이식 후 꽤 오랜 기간 생존했다.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다리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이클링 같은 물리치료를 받았으며 아내인 앤 포세트 씨와 카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메릴랜드대 의대 교수는 "포세트 씨를 돌보는 의사들이 심장 기능이 훌륭하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심장에 거부반응 징후가 포착됐다. 그러면서 심장 이식 30일 후 사망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이 아닌 사람 장기와 관련된 이식 수술에서도 가장 문제로 꼽히는 것이 거부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돼지 심장을 이식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 환자는 지난해 1월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바 있다.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이 이식을 진행한 것으로 당시 환자는 두 달 만에 사망했다. 거부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며 돼지에게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DNA가 몸 안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두 번의 시도를 통해 중요한 데이터를 얻었다"며 "이종 간 이식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한 두 환자이자 과학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종 간 장기이식 연구가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자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 노바티스, 오건리커버리시스템, 화이자, 이제네시스, 스페인 트랜스플래느바이오메디컬, 스위스 로슈, 일본 아스펠라스파마, 영국 오건오엑스리미티드 등이다. 국내에서는 옵티팜과 제넨바이오 등이 이종 간 장기이식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브리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이종 장기이식 시장은 2021년 129억5000만달러약 16조9904억원에서 202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8.3%를 보이며 245억1000만달러약 32조1571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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