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방패 대신 창 들고 싸울 것”
韓 “저의 중요한 일 열심히 하겠다”
인요한과 대전일정 겹쳐 만날수도
김기현 “슈퍼 빅텐트” 이준석 견제
여권 핵심 관계자는 20일 내년 총선의 ‘빅샷’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총선 출마 쪽으로 기운 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니겠지만 한 장관이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여러 조언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로선 출마 예상 지역구나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지만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한 장관의 출마 자체만으로도 연말 총선 정국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 “방패 들고 싸운 韓, 창 들고 싸울 것”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해 “한 장관은 그동안 방패만 들고 야권의 공세에 방어했고, 싸우더라도 무기가 아니라 방패로 싸운 것과 같다”며 “야당의 대정부 질의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공세에 방어를 해온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될 경우에는 방패가 아니라 ‘창’을 들고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는 만큼 전투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시절 대형 부패 의혹을 규명하는 공격수로 평가받았던 그가 총선 출마에 나설 경우엔 대야 전투력 강화는 물론이고 주요 정치 현안에서 보폭을 넓혀 파장을 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의 총선 출마에 대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총선 참여는 ‘용산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롯이 한 장관의 결심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일단 한 장관은 자신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 “저는 저의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이어 법무정책 현장 방문으로 대전과 울산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출마 행보 아니냐는 물음에는 “구글링을 한 번 해보라. 저 말고 다른 장관들도 그런 업무를 굉장히 많이 하셨다”고 반박했다.
● 한동훈-인요한 같은 날 KAIST 방문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환영한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고 반색했다. 여당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 위원장이 한 장관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여권 분위기 상승 작용을 꾀한 것. 인 위원장은 “한 장관이 굉장히 신선하고 좋지 않으냐”며 “제가 이민정책위원인데, 이민 정책 토론회 할 때 자주 만났다. 아주 합리적인 분이다. 젊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과 한 장관은 21일 각각 대전 KAIST를 방문한다. 한 장관은 과학기술 분야 외국인 우수 인재 유치와 관련해 오후 2시 본관을 찾고, 인 위원장도 오후 3시부터 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강연, 연구개발Ramp;D 관련 간담회를 연달아 진행한다. 두 사람이 깜짝 만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혁신위 관계자는 “우연히 일정이 겹친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24일에는 울산 HD현대중공업과 UNIST울산과학기술원를 방문한다. 법무부 측은 “조선업계의 외국인 숙련공 부족으로 인한 현장 고충을 듣기 위해 예정된 일정”이란 입장이지만 여권에선 “정치인의 전국 투어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도 진행되고 있다.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과 오세인 전 대검 공안부장 등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교수 출신들에 대한 검증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개각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 선에서 논의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 김기현 “슈퍼 빅텐트 치겠다”
여권은 한 장관 등판이 제3지대와 거야를 상대할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는 한편으로 ‘이준석 신당’ 세 불리기를 막는 데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며 “민주당에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민주당에 비록 소수나마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비명비이재명 그룹에 대한 손짓 성격에 더해 이 전 대표 신당 등 제3지대의 파급력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