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은행도 불안, 예금자보호 1억으로 높이자"…24년째 묶인 법, 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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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금자 보호한도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 등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지급 불능사태를 방지함으로써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예금자 보호한도는 금융회사별로 계좌 수와 상관없이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다.
40년 된 은행 망하는 데 고작 36시간
예금자 보호한도 인상 논란은 지난해 초 해외 주요국에서 발생한 뱅크런연쇄 자금 인출 사태를 계기로 수면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크고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붕괴하는 데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금주에게 저금리를 주고 단기자금을 끌어모아 장기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였던 SVB가 미국 국채 매각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발표했다. SNS 등에서 위기 소식이 퍼지자 실리콘밸리 사업가 등 예금주들은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하기 시작했다. 당일 금융기관이 문 닫는 시간까지 인출된 금액은 56조 원에 달했다. 대형 은행이 손쓸 틈 없이 파산하는 뱅크런 사례였다. 결국 미국 정부가 SVB 파산에 따라 예금 전액 보호조치라는 초강수로 대응에 나섰다. 또 유럽 투자은행IB의 마지막 자존심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설도 불거졌다. 이에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가 CS를 32억 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CS가 붕괴하면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 금융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스위스 연방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 말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위기를 맞았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해 초 5% 초반에서 상반기 말엔 5.41%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금고 부실 논란이 일면서 7월 한 달 새 17조원이 넘는 뱅크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직접 나서 예금 전액 보호를 공언했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새마을금고 부실 채권 1조원어치를 매입하면서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다.
예금자 보호한도 주변국들은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험의 보험금 지급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액, 보호되는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한도 금액은 2001년 당시 1인당 국민총생산 등을 고려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 후 24년째 동결된 상태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4187만원으로 2001년약 1492만원의 2.8배가 됐다. 이에 예금자 보호를 강화하는 해외 추세 등을 고려해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와 예금자 보호한도를 비교해 보겠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한도는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보다 훨씬 낮다. 미국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4725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4911만원, 일본은 1000만 엔약 8660만원까지 보호한다. 이와 비교해 5000만 원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금자 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경제 규모도 있고 물가도 올랐으니 한도를 1억 원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22대 국회서 논의 재점화…업권별 차등 적용 논의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총 12건 발의됐다. 그 가운데 5건이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범위로 상향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주호영.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 정준호·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안건을 올렸다. 엄태영 의원 안은 예금보험위원회가 5년마다 금융권별로 한도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정준호 의원 안의 경우 금융권별로 구분한 한도의 적정성을 금융위원회가 5년마다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정준호 의원은 “예금자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 안정에도 이바지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며 “지급한도를 현실화하고 업권별로 보호한도를 차등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안정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한도 상향과 관련해 ‘금융권별 차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든 금융사의 예금자 보호한도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의 보호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금융 당국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예금자 보호한도를 상향하면 그만큼 예보에 매년 내야 하는 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보는 예금자보호기금부보예금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사 예금 잔액의 일부를 보험료예보료로 걷는다. 현재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은 증권·보험 등 0.15%, 저축은행 0.4%, 은행 0.08%로 차등 적용 중인데 한도를 높이면 예보료율도 오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행 보호한도에서 은행권 보호 예금자 수 비율은 97.8%다. 보호한도 상향으로 누리는 이익은 예금자의 2.2%인 소수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만 해당되지만, 보호한도 상향으로 인한 예보료율 인상 부담은 대출금리 인상의 경로를 거쳐 결국 전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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