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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 무너지고…오물풍선 테러에 정부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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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4-09-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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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화재 두고 논란
“레이저 격추” 제안도
불타고 무너지고…오물풍선 테러에 정부는 속수무책

북한이 지난 5월부터 날려보낸 오물풍선이 공장 화재와 산불, 차량 파손 등 실질적인 우리 국민 피해를 낳고 있다. 일종의 ‘소프트 테러’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연낙하 후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풍선이라는 변칙적 도발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셈이다. 오물풍선으로 유발된 각종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현 합동참모본부 공보차장은 1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하게 되면 적재물 낙하 또는 유탄에 의한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연낙하 후 신속히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물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 “풍선에 포착된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불완전 분리 상태로 낙하하게 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북한이 처음에는 단순히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살포했던 데서 지금은 기폭장치를 추가해 폭발 공격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폭장치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군에서는 발열 타이머라고 판단하고 있고 그것의 인화성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선에 폭발물이 있는지 등을 다 판단하고 있고 현재까지 그런 정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방·안보 전문가들도 오물풍선이 떨어진 뒤 수거해 내용물을 확인하고 없애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오물풍선에 폭발물 등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군으로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금 수준의 대응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위기를 더 고조시키려 하지 않고 관리하고 있어 우리가 강하게 대응하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함에 비해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5일 불이 난 경기도 김포시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선 오물풍선 기폭장치와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돼 소방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 공장은 김포공항과 2~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착륙하는 항공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북한이 처음 오물풍선을 살포한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수도권에서 발생한 피해는 총 1억5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 창고 옥상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가 소방서 추산 8729만3000원에 달하는 등 현재까지의 총 재산 피해액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17차례의 살포로 남쪽에서 발견된 오물풍선은 2800개가 넘는다.

오물풍선이 공격용이나 과시용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이 이달 들어 살포한 오물풍선은 낙하물 봉지 안에 여러 묶음이 들어 있는 겹비닐 형태였다. 상공에서 풍선과 분리될 때 작은 봉지로 나눠 떨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군은 다탄두미사일을 흉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앤디 림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오물풍선 관련 긴급 보고서에서 "오물풍선이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해도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며 "명백한 소프트 테러이며 만약 풍선에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면 한국 국민은 패닉에 빠져들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재산상의 피해와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군 당국이 특정 구역에선 레이저를 활용해 오물풍선을 격추하거나 오물풍선 제작 과정을 공개해 북한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두 실장은 "최소한 비무장지대DMZ 남쪽 일정 구간 내에서 식별되는 오물풍선에 대해서는 방사청 레이저 장비로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관련 예산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군 당국은 북한이 어느 지역에서 오물풍선을 만들어 날려보내는지 전부 지켜보고 있다"며 "이런 과정을 상세히 공개해 북측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헌법 안에서 통제할 건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아예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 명분으로 대북 전단을 꼽고 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서로 안 보내고 안 받는 게 답"이라며 "헌법재판소가 대북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어도 국민이 불안해하고 실제 피해를 본다면 정부는 관련 단체와 소통해 이를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9월 대북 전단 살포를 처벌하도록 한 남북관계기본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지 이택현 박준상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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