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은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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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전당대회 내내 계속된 자기 부정... 과거의 원희룡 죽이고 남은 건 누구인가
[곽우신 기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원희룡은 망했다. 세상 쓸데없는 게 연예인과 정치인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원희룡은 2024년 7월 23일 파산했다.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로 출사표를 내밀었던 그는 18.85%9만6177표 득표에 그치며 2등에 머물렀다. 경선 초반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네거티브에 임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동훈 신임 당 대표62.84%와의 압도적인 격차는 전혀 줄이지 못했다.관련기사: 낯뜨거운 대통령 찬양 속 대통령과 각세운 대표 탄생 https://omn.kr/29jgd 졌잘싸졌지말 잘 싸웠다라고도 할 수 없는 참패였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원희룡 후보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음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나경원 후보에게 밀려 2위 자리도 놓칠 뻔했다. 적극적으로 윤심 팔이에 나서는 등 용산 대통령실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었고, 친윤계 주류도 원희룡 후보를 물밑에서 도왔던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소장파도, 혁신도, 쇄신도 사라졌다 하지만 단순히 전당대회 순위가 좋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에게 정치적 파산을 선고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자기 부정이다. 원희룡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과거의 원희룡과 끊임없이 불화했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키워왔던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붕괴시켰다. 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로 불리며 보수 정당의 소장파를 자처했던 원희룡은 더 이상 없다. 보수 정당에 몸담았지만,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던 자기 경험을 토대로 진보적인 의제와 정책에 보여 왔던 온건함이나 유연함도 사라졌다. 한때 바른정당에 승선하며 혁신과 쇄신을 추구했던 신조도 온데간데없다. 필요하다면 진영 내부를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던 원희룡은 죽고, 그 자리를 주류 권력의 번견을 자처하며 무조건적 옹호에 나서는 원희룡이 대신하게 됐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으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에 사실상 최전선의 투사로 나섰을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어쩌면 그 전에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생방송 도중 고성을 내지르며 다툼에 나섰을 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에게 세배한 사건이나,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연사로 나선 집회에 참석한 것도 들 수 있다.
시발점이 언제인지는 불명이지만, 확실히 이번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요 국면마다 그가 연출한 장면들은 수준 이하였다. 그나마 희미하게 갖고 있던 개혁 보수로의 정체성마저 파괴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든 점을 들 수 있다. 그 자신이 운동권 출신이고, 보수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빨갱이 공격에 시달렸던 게 바로 그였다. 그랬던 그가 한동훈 대표에게 좌파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한 대표의 장인과 이모부 같은 가족들까지 들먹이고 나섰다. 원 후보는 한동훈 대표의 검사장 출신 장인이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점을 지적했고, 한 대표의 이모부가 과거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주동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관련기사: 한동훈 "김의겸보다 못하다" 직격... 본전도 못 찾은 원희룡 https://omn.kr/29e9q. 한동훈 대표는 당시 "저를 어떻게든 좌파 몰이를 하시는데, 정말 2024년 국민의힘의 전당대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정말로 황당한 이야기"라고 반응했다. "민심 너무 가볍게 생각... 당분간 잠행할 수밖에" 원희룡 후보는 그 어떤 전당대회 경선 후보보다도 네거티브에 진심이었다. 자신의 공격은 검증이라고 이름을 씌우면서, 정작 그가 보여준 건 하나같이 구태였다. 한동훈 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지난 총선에서 고의로 패배했다라는 음모론적 시각에 기대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10초 통화했다며 오히려 본인이 더 윤심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책과 관련된 질문들에서도 그의 우향우는 뚜렷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비판마저 막힐 수 있다고 극우 기독교적 세계관을 자랑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언제인지 물으면서 철 지난 건국절 논란도 재소환했다. 외국인 투표권, 최저임금, 원자력발전소 문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 중 상당수는 과거의 자신을 부정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한 대표가 작심한 듯 원 후보의 과거 발언을 하나씩 건져 올리며 지금과 왜 태도가 바뀌었는지 지적했을 때, 그는 해당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도리어 한동훈 대표의 토론 태도를 메신저를 공격하는 화법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가장 한동훈이라는 메신저 공격에 열을 올렸다.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그의 내로남불은 더 거세졌다.
영원한 대권 잠룡이었던 그였기에, 더 이상 이무기에 머무를 수 없었기에, 주류 권력의 동아줄을 잡은 것일까? 그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었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는 없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중도층 시민들이 더 이상 원희룡이라는 정치인에게서 깨끗함이라든가 혁신 혹은 점잖음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게 환호성을 보내는 건 소위 아스팔트로 소환되는 강성 보수에 국한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 와 한 통화에서 "원희룡 후보는 지나치게 윤심에 기대려고 했던 것이다. 윤심의 비중을 너무 크게 생각했던 것"이라며 "상당수 당원들은 원팀보다는 수평적 당정 관계를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라고 평했다. "지난 총선이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그런 민심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라며 그가 민심의 흐름을 놓쳤다는 지적이었다. 한동훈 대표 체제가 흔들릴 때, 그가 차기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묻자 엄 소장은 "친윤계에서 밀었는데도 의미 있는 득표에 실패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잠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윤 대통령 자체에 대해서 민심이 싸늘한데, 원희룡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라고도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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