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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응급실 대란 의료계 협상테이블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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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4-09-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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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필수의료 살리는 전제 조건 아냐"
의료계, 이견 모으고 단일 목소리 내야
[초동시각]응급실 대란 의료계 협상테이블 나와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응급실은 이전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심야에 경기도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한 의료진이 윤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의 말을 건넸다. 그가 제안한 것은 의료계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가 아니었다. "응급실은 힘든 곳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곳에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들의 사법적 부담을 완화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 생과 사를 오가는 심야 응급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표정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윤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직접 찾았다. 전날 저녁 8시50분께 응급센터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예상을 훌쩍 넘긴 1시간20분가량 의료 현장에 머물면서 의료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의료진으로부터 응급센터의 고충을 청취했다. 병원장은 "현재 전공의 빈 자리를 채운 교수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어 배후 진료에 차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 대란을 예고하며 "의대 증원을 전면 철회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정부는 "붕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아슬한 줄타기의 끝은 어디일까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과학적 근거를 갖고 합리적, 통일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 열려 있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조정의 여지를 내비쳤다. 전면 백지화라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밀지 말고 의료계가 생각하는 적정 인원을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한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료계는 묵묵부답이다. 의료계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정부의 개혁 추진 방식에 대한 불신이 저변에 깔려있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가장 아쉬운 점은 의료계의 대응이다. 2025년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됐고, 개업의·전공의 등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단일안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6년 증원도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증원 전면 백지화만 주장하는 현 상황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도 힘들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아직 3년 가까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의료계 말처럼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는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의대증원을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성형외과·피부과 등 돈이 되는 과에만 몰리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의료계는 각자의 셈법에만 치중하지 말고,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가 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고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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