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통 北 외교관, 한·쿠바 수교협상 중 국내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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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표창장’ 받았던 리일규 참사
태영호 이후 최고위급 탈북 외교관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52 정무참사참사관가 지난해 11월 국내로 망명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한국과 쿠바가 올해 2월 수교를 위해 한창 물밑 소통을 하던 시기다. 리 참사는 북한 외무성을 대표하는 ‘쿠바통’으로 2016년 귀순한 태영호 당시 주영국 북한 공사전 국민의힘 의원 이후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 중 직급이 가장 높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 탓에 외교관 등 엘리트층의 탈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리 참사는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망명해 한국에 정착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부터 북한 외교관 다수가 탈북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그중 핵심이 리일규 참사”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주쿠바 북한대사관 소속 정무참사 망명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리 참사는 1999년 북한 외무성에 입부해 2011년 9월~2016년 1월, 2019년 4월~2023년 11월 두 차례 쿠바에서 총 9년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7월에는 쿠바에서 불법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된 ‘청천강호’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표창장을 받았다. 리 참사와 북한 외무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태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는 김정일,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며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그가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리 참사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상급 간부의 뇌물 요구, 멕시코에 가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외무성이 불허한 일 때문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 신분 상승 한계 등 여러 이유가 탈북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리 참사는 출신성분이 좋지 않아 진급이 잘 안 됐다”며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신분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탈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의원에 따르면 리 참사의 망명 전 마지막 임무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막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쿠바의 수교 과정이 탈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건 2019년 7월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9월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 이후 처음이다. 공개되지 않은 외교관의 망명을 비롯해 해외 주재관, 유학생 등 엘리트 계층 탈북민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엘리트 계층 탈북민은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10명 안팎’이다. 같은 기간 입국한 전체 탈북민 수는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엘리트층의 탈북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최근 고위급 탈북민이 늘어난 것은 북한 당국에서 당근 없이 채찍만 휘두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사상 이완이 생겼고 어려운 경제 탓에 본국으로부터 지원도 못 받으니 탈북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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