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협 집행부 전공의 "이젠 전공의들도 의견 내 국민 설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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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나선 ‘의협 집행부’ 전공의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소속 전공의인 채동영오른쪽 홍보이사와 임진수 기획이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들은 2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지점은 의대 2000명 증원 자체가 아니다”라며 “일방적 증원 발표 밑에 깔린 ‘의사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책 집행의 말[馬·수단]’이라는 정부의 인식과 태도”라고 했다. 이들은 “이대로라면 내년 3월은 물론 그 이후로도 사직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전공의들이 의견을 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전공의들은 요즘 뭘 하나.
임진수 이사이하 임=다양하다. 미국·일본 의사 준비를 하기도 하고, 택배 기사, 카페 알바를 하거나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전공의도 있다.
채동영 이사이하 채=전공의들은 ‘좋은 임상 의사’를 목표로 15~20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엔 제약 회사에 원서를 낸 사직 전공의도 많다.
-내년 3월 복귀하겠다는 전공의는.
임=거의 없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데, 내 안위 때문에 1년 만에 복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내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복귀 가능한가.
임=전공의들이 가장 분개하는 것은 2000명 증원이란 각론이 아니다. 의사를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 전문가로 대하지 않고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고 가려는 정부의 태도에 가장 분개하고 있다. 지금도 사태 해결의 의지가 안 보인다.
-정부는 5년간 20조원 투입 등의 대책을 발표 중인데 의지가 없는 건가.
채=그런 정부가 최근 재정상의 이유로 내년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를 1.9%만 인상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 수가도 대부분 언제든 없앨 수 있는 ‘정책 수가’ 형태로 올리겠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위원 중 의사는 3분의 1도 안 된다. 결국 정부 뜻대로 하기 위해 의사를 들러리 세우려는 것밖에 안 된다.
임=의료 파업이 있었던 2000년, 2014년, 2020년에 나온 정부 의료 대책은 복사 수준으로 똑같다. 매번 발표로 끝이었다. 너무 많이 속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채=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이런 것부터 빨리 해야 신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채=환자를 못 살린 의사는 있어도, 환자를 죽인 의사는 없다. 부득이한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는 수사기관의 내부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응급실 의사가 본인을 때린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문제도 정부가 지침을 조금만 손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지방에 의사가 없어 증원해야 한다지만, 지금 규정에도 이미 지역 근무 병원에 수가를 더 얹어주는 ‘지역 수가’가 있다. 정부가 실행을 안 하는 것뿐이다.
임=내년 의대 정원을 건드리기가 정 어렵다면, 이런 부분이라도 신속하게 실행해서 신뢰를 줬어야 한다. 그랬다면 전공의들이 지금까지 ‘내년도 증원 전면 백지화’를 고수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
-전공의들은 아무 의견도 내지 않고 있는데.
임=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사태 초기에는 적극적인 저항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정부 태도 변화가 없는 지금은 전공의들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시기다. 의료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국민에게 전달하면 ‘왜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문제를 방치했느냐’라고 할 것이다. 의협을 젊은 의사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시기다.
-전공의 참여를 어떻게 늘릴 셈인가.
임=수련병원 전공의들과 의견을 나누는 상설 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의협 정책자문위에도 점점 많은 전공의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공의의 구심점은 이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아니라 법정 단체인 의협이 돼야 한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을 ‘중간 착취자’라고 표현했는데.
임=결코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렇게 느끼는 전공의들이 상당하다고 하더라도, 그걸 외부로 공표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교수든 전공의든 정부 앞에선 모두 힘없는 개인일 뿐이다. 그런데 교수들을 악마화해 내분만 일으켰다. 지금은 의사 전체가 한뜻으로 뭉쳐야 할 시기다. 전공의 힘만으로 현 사태를 해결할 순 없다.
-그 발언에 공감하는 전공의도 많은데.
채=그렇다. 선배 의사들은 ‘주 100시간 일하는 전공의 없인 돌아가지 않는 병원’이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았다. 그중 일부는 전공의들에게 ‘빨래 해와라’ ‘커피 가져와라’고 한다. 착취 발언은 불합리함에 민감한 MZ 의사들의 세대적 특성과도 무관하진 않을 것 같다.
-전공의들이 수입이 줄어들까 봐 증원에 반대한다는 지적도 많다.
임=우리들이 10년 뒤 경쟁 상대를 의식해 지금의 인생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전공의들 전부가 당장 개업을 해서 돈 벌거나, 복귀해서 전문의 자격을 따야 하는 게 맞는다. 잘못된 정책으로 회복 불능 상태로 가는 우리나라 의료를 지켜야 한다는 ‘가치’가 내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증원은 필요한 거 아닌가.
채=필수 의료를 살리는 것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현재 미용을 하고 있는 소아과·산부인과 의사들이 복귀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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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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