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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우키시마호 승선명부 없다더니…총리 방한 전날 제공한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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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회 작성일 24-09-0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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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만에 명부 일부 한국에 전달…한일 관계 개선 영향 준 듯
한국인 수천명 희생 추정…유족 "일본이 고의로 배 폭파" 주장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 정부가 5일 일본 정부에서 받은 우키시마마루浮島丸·이하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승선자 명부는 일본 정부가 79년 동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명부 존재 자체를 사실상 은폐했으며 명부 존재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한국 정부의 제공 요청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전날 명부 일부를 제공했다. 이는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자 하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침몰 우키시마호 승선명부 없다더니…총리 방한 전날 제공한 日

◇ 일본 언론인의 힘으로 명부 세상에 공개…日정부 "명부 자료 70개 정도 돼"

한국인 수천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1945년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명부는 올해 한 일본 언론인의 정보 공개로 사건 발생 79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우키시마호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를 승선 시 작성해 배에 비치한 것으로 정의하면서 침몰로 상실됐다고 주장했고 명부와 유사한 문서의 존재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프리랜서 언론인의 정보 공개 요청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5월 일본 해군과 일본통운 등 기업이 작성한 문서 3종류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하나인 아오모리현의 오미나토大湊 해군시설부 승선명부 표지에는 "1945년 8월 24일 승선, 총원 2천429명"이라고 적혀 있다.

이 명부의 직종, 성명, 생년월일, 본적지가 기록된 부분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가려진 채로 공개됐다.

일본통운 오미나토 지점이 남긴 우키시마마루 승선 조선인 명부에는 144명, 1945년 8월 22일로 기록돼 있다.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은 문서 공개 직후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해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부대신은 "모두 구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자료로 후생노동성의 전신 조직부터 계속해 보유하고 있었다"며 "법령에 근거한 승선자 명부가 아니라 승선을 예정하고 있었던 사람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이다.

1945년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천700여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인 유족 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7천500∼8천명 중 수천 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에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일본은 사고 후 수년간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회수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생존자와 유족들은 1992년 일본 정부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문제 삼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2004년 패소가 확정됐다.

PYH2024071101180001300_P2.jpg윤석열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 기념 촬영
워싱턴=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11 hihong@yna.co.kr

◇ 일본 야당·시민단체 "한국에 제공해야"…한국 정부도 요청

승선자 명부의 존재가 알려지자 일본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이를 한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일본 정부는 애초 제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시샤 대학 오타 오사무 교수는 문서 공개 직후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명부로 전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한일 정부의 약속에 기초해 한국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산당의 고쿠타 게이지 의원도 지난 5월 중의원에서 일본 정부가 1991년과 1992년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사본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 뒤 "앞으로도 가능한 한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거론하면서 "이번에 발견된 명부도 한국 정부에 제공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양국 간에 그런 교환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승선자 명부 사본을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후에도 한국 정부에 명부를 제공하라는 목소리는 일본 내에서 이어졌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회민주당 대표와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도 7월 일본 정부에 승선자 명부를 한국 측에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도 명부 존재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 정부에 명부 제공을 요청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이날 확보한 75건의 명부 자료 중 조사를 마친 19건을 우선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넘겼으며 다른 자료들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자료에는 일부 승선자의 인적 사항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자료를 제공한 것은 한일관계 개선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달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 3년 재임 주요 성과로 한일 관계 개선을 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재임 3년간 성과로 한일관계 개선과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등을 꼽으면서 차기 총리에게 한일관계를 더욱 확고히 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AKR20240905167800073_01_i.jpg일본 도쿄 메구로구 유텐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8월 22일 태평양전쟁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린 일본 도쿄도 메구로구 사찰 유텐지.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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