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에 공황장애 재발까지…계엄 무기력증 겪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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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26씨는 한 달째 무기력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7일 “평소 스트레스가 심하면 손에 수포가 생기곤 했는데, 비상계엄 이후 밤잠을 설치고 우울감이 커지면서 한달째 손에 수포가 생긴 상태”라며 “생리불순이 찾아오는 등 생체리듬이 다 깨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39씨도 12·3 비상계엄 이후 일상이 달라졌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으며 드라마나 영화보기가 취미였던 그는 평일저녁에 뉴스만 본다. 윤씨는 “현실이 시궁창이라고 생각하니 드라마도 영화도 재미가 없고 집중이 안 된다”며 “자꾸 봐도 답답하기만 한데, 새벽에 깨서 뉴스를 확인하는 일도 잦다. 숙면을 잃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계속되면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갑작스러운 계엄에 대통령 탄핵, 체포 시도까지 예상치 못한 정국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안감과 공황장애, 두통 등 증상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필라테스 강사 A씨33도 부쩍 우울증과 피로감을 느낀다. A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12월 내내 마음 상태가 좋지 않고, 과거 계엄령 선포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찾아보면서 정신적으로 피로했다”고 말했다. 또 “수강생과도 비상계엄 관련한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계속해서 우울한 감정이 들었다”며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주로 집에서만 휴식하는 게 요즘 일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군사정권 시절 계엄 사태를 경험했던 김모81씨는 “계엄이 선포되는 상황이 또 올 줄 상상도 못했다”며 “과거 기억이 되살아난 탓인지 계엄 사태 이후로는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될 거 같은 불안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불안이나 우울증 치료를 잘 받던 이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증상 악화를 보이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한 달새 불안증으로 잘 치료받던 환자들의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늘었다”며 “6개월 전 공황장애 약을 끊고 완치됐던 환자들이 재방문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이모26씨는 “모든 소식이 계엄과 탄핵 관련 내용으로 도배되고, 병원 환자들도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얘기만 한다”며 “이를 두고 환자들끼리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씨 역시 이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늘면서 2주째 두통약을 매일 먹고 있다. 이씨는 “원형 탈모까지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계엄 사태에 따른 충격뿐 아니라 이와 맞물린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가 스트레스성 건강 문제로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 김은지 마음토닥정신의학과의원 전문의는 “계엄사태는 개인이 조절할 수 없는 현상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무력감을 느낄 법하다”며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삶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포심과 불안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를 지켜야하는 국가 권력이 민간인에게 총구를 겨눴다는 사실이 굉장히 분노를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도 “계엄 사태가 내적 긴장을 유발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불필요한 각성이 계속 유발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정보 습득을 자제하고 규칙적인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하라고 권유했다. 이 교수는 “부정적인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외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는 자신을 이런 정보에 무분별하게 노출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감정 해소를 할 수 있도록 지인들을 만나거나 규칙적인 운동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원준 김승연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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