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란 위기인데…대통령·與대표는 감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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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놓고 갈등 노출
시선 피하는 尹·韓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 미래 리포트 2024’에서 축사를 한 뒤 행사장을 떠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는 한 대표에 대한 불쾌감이 반영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의대 증원 유예 방안을 비공개로 제안했는데 당시엔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는 27일 밤 페이스북에서 중재안을 공개하면서 “국민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은 의료 현장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그런데 한 대표가 갑자기 중재안을 들고 나와 의료 개혁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대통령실은 보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날 당 차원의 중재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 측근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병원 의료 서비스가 마비되는 상황은 아니니까 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서 “거의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9일 당 연찬회에서 의료 개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의 지난 4월 1일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브리핑 자료를 읽고 오라고 공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찬회에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는 만큼 의원들이 파악한 민심 등을 개진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면서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전날 한 행사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달리한 채 악수만 하고 지나친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연기도 한 대표 측보다 추경호 원내대표 측에 3시간 먼저 통보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한 두 사람은 지난 총선 때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과’ 등으로 충돌했고 총선 후에는 ‘제삼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 주요 현안마다 충돌과 봉합을 반복해왔다”며 “집권 세력다운 안정감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 대립은 여당 내 이견 노출로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관련 부처의 책임자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증원은 1년 유예하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논의하자”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 중재안과 관련해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며 “정부에서도 한 대표 제안을 백안시하지 말고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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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기자 tuf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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