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한·일…군사훈련해도 동맹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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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때아닌 ‘한·미·일 동맹’ 논란
22대 국회의 첫 대정부 질문을 파행으로 이끈 시발점은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이 담긴 여당 논평이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해당 표현을 문제 삼으며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발끈한 국민의힘이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양측 대치 상황이 빚어졌다. “정신 나간”이란 발언의 적절성 문제를 떠나 ‘한·일 동맹’이란 표현이 성립 가능한 말인가에 대한 여론의 환기 계기가 된 일이었다. 국민의힘은 이후 ‘한·미·일 동맹’을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수정하고 이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바로잡았다. 윤석열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이 한층 강화된 건 사실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의체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지난달에는 3국의 첫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실시됐다. 문제의 ‘한·미·일 동맹’ 논평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 등 위협에 대응해 3국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미, 미·일은 동맹이지만 한·일은 조약으로 뒷받침되는 동맹 관계가 아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군사 협력과 정보 공유 수준은 계속 조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 갈등, 그로 인한 묵은 반일 감정 등이 맞물려 있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한·일이 군사 분야에서 더 밀착하기는 어렵고 미국을 매개로 정보 교환 등을 강화하는 식의 협력은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일 군사협력 배경엔 ‘북핵’ 위협
한·일 군사협력의 역사는 5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국은 1967년 군 인사 교류와 부대 교류를 정례화하면서 처음 군사협력을 시작했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이 체결된 지 2년 만이다. 이후 1990년대까지 30년간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인사가 서로 오가면서 초보적인 군사 교류를 이어갔다. 정부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한 배경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있다. 1998년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대포동’을 발사하자 한·일은 미국과 함께 대북정책조정 감독그룹TCOG을 구성해 대북 정책 논의에 나섰다. 이어 1999년부터 동해에서 격년으로 한·일 수색구조훈련SAREX이 진행됐다. 2010년, 2012년에는 한국군 주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 일본이 참여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한·일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ISOMIA을 체결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간 유일한 군사 분야 협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2018년 ‘일본 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이듬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했고, 이에 문재인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로 맞대응하면서 언제든 파기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 역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따라 발사하는 등 도발수위를 높이는 데 맞서 양국이 안보 공조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한·일 동맹 표현 함부로 쓰면 안 돼”
이렇듯 한·일 군사협력, 안보공조가 강화됐지만 양국은 ‘동맹’ 관계가 아니며 동맹을 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가 있고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동맹’이라는 용어 자체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동맹을 맺는다는 건 국가의 안보 체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여서 국민감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필리핀이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후에도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가시지 않아 동맹 관계가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전쟁 포기, 국가 교전권 불인정 등을 규정한 헌법 9조에 의해 유엔이 인정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권리는 갖지만 행사하지는 못한다.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인 2014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발판을 마련하긴 했지만 동맹을 위한 군사 개입 문제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과 동맹을 체결하면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자동 개입하게 되는데 이는 일본 입장에선 전쟁에 말려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며 “일본의 마지노선은 북한이나 공산주의 체제가 휴전선 밑으로 내려오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밀착에 한·일 군사협력 필요성
다만 북·러가 동맹 조약을 체결하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 맞서 한·미·일도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재락 건국대 객원연구위원은 지난 9일 열린 NK포럼에서 “북·러 동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동맹국·우호국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체제, 나토와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축해 가동에 들어갔다. 한·일은 이와 함께 상호 무기 지원을 위한 군수지원협정 ‘악사ACSA’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또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담’을 검토하면서 군사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일본의 최우선 순위는 미·일 동맹으로 한국과의 군사협력을 추진할 때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기본 전제가 된다”며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한국과의 군사협력 수준도 한층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이택현 기자 junwith@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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