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부, 北인권 정책 등 예정없던 사업에 다른 예산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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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마음대로 추진하겠다로 읽혀”
통일부 “전체 전용금액의 0.05% 불과”
통일부 “전체 전용금액의 0.05% 불과”
통일부가 북한 인권 관련 사업 등 예정에 없던 예산 사용을 위해 다른 사업에 편성된 세금을 10억원 넘게 끌어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추후 예산 사용 때는 사업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가 30일 입수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결산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28일 비공개로 열린 회의 중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예산 이·전용과 관련한 지적에 사과의 뜻을 밝히며 “신규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부의 2023회계연도 이·전용 내역은 합계 10억3500만원에 달한다. 2022회계연도보다 35%2억3600만원 증가했다. 국회에서 편성했던 기존 정책 사업의 예산을 끌어다가 다른 정책 사업으로 쓴 ‘이용’ 비용은 1억2500만원, 정책 사업 내에 있는 단위사업끼리 예산을 옮겨서 사용한 ‘전용’ 비용은 9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용 비용은 지난해 ‘면책조항’ 삭제로 논란이 됐던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이산가족의날 국가기념일 행사,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 등에 사용됐다. 이밖에도 조직개편에 따른 폐지부서 기본경비, 행정인턴 채용 관련 기관운영 기본경비 부족에도 쓰였다. 이용 비용 전액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남북출입사무소 공공요금 부족분 충당에 사용됐다.
이·전용이 아닌 내역변경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 경우도 있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실상을 우리 국민과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목적으로 진행한 탈북민 토크콘서트 ‘방방곡곡 찾아가는 북스토리’를 위해 일반용역비 1억원을 조성했고 8000만원을 집행했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 맞추기 위해 예산을 끌어다 쓴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출범 이후 줄곧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해왔다. 지난 15일 ‘8·15 통일 독트린’ 발표 때도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다차원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계획과 달리 예산을 부처 마음대로 사용하면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의 권한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김사우 외통위 전문위원은 “충실한 사업계획을 통해 정규 예산에 편성하고 기재부의 예산안 심사와 국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통일부의 추진력을 보면 국회 예·결산 과정이 왜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돈이 없으면 이·전용하고 마음대로 추진하면 되겠다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유난히 이·전용 과정에서 북한 인권 관련 사업이 굉장히 많이 두각을 드러내고 통일부가 조급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차관은 “당연히 예산심의권이 국회에 있고 국회에서 정해주신 대로 집행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대한 국회의원 여러분의 결정을 존중하며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부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예산 사용에 이·전용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처 계획을 이행하려면 예정에 없던 사업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예산은 전년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의 전용 금액은 전체 정부부처의 전용 금액의 0.05%에 불과하다”며 “정부 정책방향에 부합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유관부처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보다 충실한 사업계획을 통해 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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